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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글로벌 포커스] 中 내륙시장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중국의 서부 내륙 3대 도시인 시안(西安)과 충칭(重慶), 청두(成都)를 최근 다녀왔다. 야심 찬 서부대개발의 거점들이다.

중국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림자 금융과 과잉 부채, 부동산 버블과 국유기업의 비효율, 부패와 빈부격차 같은 ‘차이나 리스크’를 얘기하는 서방 세계를 비웃듯 그들 방식의 발전과 개혁 행보를 계속하고 있었다.

내륙 3대 도시는 시진핑(習近平) 시대 구조개혁의 실험장이었다. 연안과 내륙, 수출과 내수, 투자와 소비, 성장과 복지 등이 제각각 충돌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단층지대’란 느낌이 들었다.

대도시 소비시장, 이미 세계적 수준
서부대개발은 탄력이 붙어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최근 3년의 변화를 보면 어지러울 정도다. 미래의 변화는 또 어떨지 기대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가 방문한 3대 도시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몇 년간 13~14%를 유지했다. 7%대로 낮아진 중국 전체 성장률과 비교해 꼭 2배다. 도심의 스카이라인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고층 빌딩들로 하루가 달랐고, 시 외곽의 공단들에는 전자와 자동차, 바이오, 항공, 화학 등 첨단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고 있었다.

일러스트 강일구
이들 내륙 도시의 소비는 이미 글로벌 대도시 수준이었다. 충칭의 ‘명동’ 격인 제팡베이(解放碑) 거리는 그 화려함이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뺨쳤다. 초대형 네온사인을 뿜어내는 세계 굴지 명품 매장들에는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몇몇 매장에 들어가 보니 어지간한 제품들의 값이 서울 백화점의 같은 제품보다 50~100% 비쌌다. 그래도 잘 팔린다니 중산층 이상 중국인들의 소비능력이 그만큼 커졌고, 돈도 잘 돌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었다.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지방정부들 간의 속도 경쟁은 가열되고 있었다. 시안의 가오신(高新) 개발구에 세워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이를 실감케하는 상징물이다. 지난해 9월에 착공한 이 공장은 이미 건물과 인프라 등 공정의 90%를 마치고 내부 라인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내년 2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니 불과 1년 반 만에 연매출 20억 달러 규모의 세계적 생산시설이 탄생하는 것이다.

시안ㆍ충칭ㆍ청두, 투자 유치 속도전
이런 속도는 현지 정부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35만 평의 공장 부지에 살던 1만2000여 가구 주민의 이주가 단 3개월 만에 끝났다. 공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고속도로와 전기·물·가스 등 인프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제공됐다. 시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은 매주 회의를 자청해 회사 측의 애로와 건의를 청취했다. 공장 건설 책임자인 김흥식 삼성전자 전무는 “그동안 말도 많았지만 시안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시안과 충칭 정부는 지금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공장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다. 두 도시의 투자 유치 담당자들은 자기들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과 우수한 입지조건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직접 인용 멘트는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상대 도시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중동의 행보였다.

내륙의 노동시장도 급변하고 있었다. 임금과 후생복지 비용이 연 20% 이상씩 오르면서 싼 임금에 기댄 임가공 생산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3개 도시의 신설 공단만 봐도 첨단 산업군별로 구획이 나눠졌고 경공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술과 아이디어 없인 버티기 힘들어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버틸 힘은 역시 기술력뿐이란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현지 노동력의 질도 크게 향상됐다. SK양극재 충칭공장의 김영철 상무는 “주변의 수십 개 공대에서 매년 수만 명의 기술인력이 공급된다”며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 주고 가족처럼 대하니 그만큼 성과로 보답하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정책과 노동시장의 변화, 소비시장의 팽창 등이 어우러지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에 중국 내륙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미 포춘 500대 기업 중 약 300개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차이나 리스크’니 뭐니 해도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능성의 땅, 그 자체가 거대한 글로벌 시장이 된 것이다.

한국이 지난 30년간 한 단계 도약했듯이 미래의 중국은 또 다른 기회이자 축복일 수 있다. 지리적인 ‘이웃 효과’와 문화적 친근성, 앞선 진출 경험 등이 우리에겐 큰 자산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펼친 한국 신문. 여전히 여야는 극한 대치 속에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고 갈등을 수습할 국가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면 다시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중국을 놓고 ‘되니 마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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