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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시(尸)는 시동(尸童)을 말한다. 옛날 중국에선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 조상 핏줄을 이은 어린아이를 신위(神位)에 올려놓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조상의 영혼이 어린아이에게 접신(接神)해 그 아이의 입을 통해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 신위에 앉는 아이를 시동, 그가 앉는 자리를 시위(尸位)라고 일컬었다.

尸位素餐<시위소찬>

소(素)는 맹탕이란 뜻을 갖는데 소찬(素饌)은 맛있는 고기나 생선이 들어 있지 않은 반찬을 말한다. 이에 반해 소찬(素餐)은 공짜로 먹는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시위소찬(尸位素餐)은 영문도 모르고 신위라는 높은 자리에 앉은 어린아이가 공짜로 마음껏 먹고 마신다는 의미가 된다. 즉 이렇다 할 실력도 없으면서 분수에 맞지 않는 높은 벼슬을 차지하고서는 나라의 녹(祿)으로 제 배를 불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록(尸祿)은 하는 일 없이 녹만 받아먹는 일을 말한다.

시위소찬은 한서(漢書) 주운전(朱雲傳)에 나오는 말이다. 직언을 잘하기로 유명했던 한나라 때의 주운이 성제(成帝)에게 고한다. “오늘날의 조정대신들은(今朝廷大臣) 위로는 임금을 바로잡지 못하고(上不能匡主) 아래로는 백성들을 유익하게 못하니(下無以益民) 모두 다 공적도 없이 녹만 받는 시위소찬자이다(皆尸位素餐者也).” 바른말을 한 주운이 황제의 노여움을 사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 용기와 말은 지금까지 전해져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시위소찬의 행태가 어디 한대(漢代)에만 있었으랴. 21세기의 대한민국 사회도 공기업의 모럴 해저드 때문에 들끓고 있다. 엄청난 빚더미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거나 복지 확대를 하는 등 끝없는 방만 경영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많은 이가 그 원인을 공기업 수장의 낙하산 인사라고 꼽는다. 그러고 보면 목숨 걸고 정권 다툼에 나서는 이들에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말들은 늘 번지르르하게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었던가.

이쯤 되면 선거(選擧)를 만능으로 생각하는 서구식 민주주의의 효용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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