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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칼럼] 정쟁에 매몰된 19대 국회 2년

“북한은 새누리당의 숙주이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숙주다. 새누리당은 난처하면 북한을 들고 나오고,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공안통치 타도’를 외치며 정쟁에 돌입한다. 다른 이슈들은 블랙홀에 빠진 듯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이런 먹이사슬 구조로 두 당이 정치를 독점하니 다른 정치세력들은 발붙일 곳이 없다.”

어느 진보 계열의 정치 지망생이 내뱉은 한탄이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설마 북한을 최종 숙주로 삼아 연명하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첫해에 정치권에서 회자된 핫이슈를 보자. 이석기, NLL, 통진당 해산심판, 연평도 발언…. 하나같이 북한이나 공안이 연결된 사건이다. 민생·정책과 관련된 단어는 딱 하나 있었다. 기초연금 축소 논란. 그마저도 여야의 손을 거치면서 정쟁으로 변질됐다.

새누리당은 주무부처 수장(진영 당시 복지부 장관)까지 반대한 기초연금 축소안을 ‘청와대 하명’이라며 밀어붙이기에 급급했다. 야당은 축소안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공격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기초연금에 도사린 재원 부족 문제를 해소할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대선, 올해는 정쟁으로 2년을 허송세월한 19대 국회의 자화상은 중앙SUNDAY의 자매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한 의원 입법 성적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19대 국회가 개원 500일을 맞은 10월 11일까지 법안을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의원이 168명(56%)으로 절반을 넘었다. 500일간 가결된 법안은 308건이어서 의원당 한 건에 불과하다.

500일간 의원당 가결 법안이 평균 한 건뿐인 이유는 역시 정쟁이다. 법안 12건을 통과시켜 가결률 1위를 차지한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법안 심사를 할 때 여야 사이에 견해차가 큰 정쟁성 법안을 놓고 싸우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보니 여야 의견차가 작거나 민생에 필요한 법안들의 심사는 뒤로 밀려나기 일쑤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엔 5000건 넘는 법안이 잠자고 있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 외국인 투자 촉진 관련 법안부터 지방세, 영·유아, 청년고용 관련 법안까지 민생과 경제 회복에 직결된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나 법사위에 계류돼 방치되고 있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자녀 보육이나 취업이 안 돼 속을 태우는 중산층·서민의 피해가 가장 크다.

그럼에도 여야는 12월 한 달도 정쟁으로 메울 태세다. 새누리당은 30일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다음 달 2일 예산안을 단독 상정해 심사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은 예결위를 보이콧하며 자체 예산안 심사를 벌일 태세다. 매년 연말 국회에서 되풀이된 ‘예산안 전쟁’이 박근혜정부 원년에도 어김없이 재연될 전망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청와대의 책임도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은 국정에 전념하고 정치는 국회에 맡기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집권 1년차 여당이란 청와대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강경하니 여당이 틈을 찾지 못해 야당과 거칠게 대립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며칠 전 어느 정부 부처 관리는 “박 대통령을 9개월간 모셔 보니 그분 생각이나 감정은 이 나라의 가장 일반적인 시민의 그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법치주의 회복과 종북세력 척결 못지않게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타협과 화합의 정치를 펴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이 밉더라도 국민을 위해 손을 내미는 포용의 자세를 보여 줄 때가 됐다.

민주당 역시 여당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노력을 펼쳐야 한다. 여당이 밉다고 맞대결에만 골몰하다간 중도층의 표심을 파고들 수 없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딱 20%인 골수 지지층의 박수에만 의식해 정치를 할 것인가. 이대로 가면 지지율 40% 안팎인 새누리당과의 표 싸움에서 민주당은 번번이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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