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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와 서울의 차이

스페인에서 4년간 거주한 뒤 최근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시작한 서울 생활은 정말 즐겁다. 한국을 떠나기 전 한국에 애정을 느꼈던 부분들이 더 커지고 더 좋아진 느낌이다. 반면 내가 싫어했던 부분은 많이 줄어든 듯하다.

한국에 처음 온 건 1996년, 서울 외곽의 작은 도시들에서 생활했다. 당시 한국은 굉장히 다른 나라처럼 느껴진다. 다양성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의 것이 아닌 것’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때도 한국 안에선 특유의 흥미로운 에너지가 감지됐다. 한국 사회 표면 아래엔 뭔가 특별하고 강력한 감각이 부글부글 끓는 듯했다. 인디밴드인 황신혜밴드의 공연을 대전의 어느 허름한 클럽에서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여전하다. ‘은행나무 침대’나 ‘강원도의 힘’과 같은 영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로 이사한 뒤, 특히 홍익대 인근과 신촌 일대에서 살게 된 후에는 더욱 그랬다. 온갖 종류의 창의력으로 가득한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당시 한국 사회의 한계를 타파하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기 위해 너무도 열심이었다.

수년간 한국은 발전을 거듭했다. 이상한 점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점점 더 살기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나로서는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때로 난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에-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나를 밀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무례한 택시기사들- 집착하곤 한다. 소소한 문제들이 나를 괴롭히게끔 놔두는 셈이다.

이런 내 성격 때문에 난 4년 전 바르셀로나로 옮기자는 결정을 내렸을 거다. 난 단지 변화가 필요했다. 홍콩과 같은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너무 비슷했다. 뭔가 굉장히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었다.

아름답고 유서 깊은 유럽에서 사는 건 진정 멋진 변화였다. 적어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곧 내 눈엔 유럽의 단점이 들어왔다. 내가 좋아했던 한국의 여러 부분과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국에 대한 나의 불만이 한국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곧 깨달았다. 인생 전반에 관한 문제였던 것이다. 또는 나 자신의 문제이거나.

살면 살수록 스페인과 유럽은 점점 더 지루해졌다. 안경을 새로 장만하고 싶어 안경점에 가면 일주일 후에나 준비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케이블TV 서비스를 해지하고 싶다고? 서면 요청서를 낸 뒤 적어도 2주쯤 기다려야 한다. 한국이라면 단 1분이면 될 일이다.

스페인 경제가 무너진 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의 한국과 지금의 스페인은 크게 다르다. 한국도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원화가치는 곤두박질쳤고 회사들은 파산했으며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단결했다. 좌우 이념의 차이는 차치한 채 서로 힘을 모았고, 2~3년 만에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 스페인은 계속 기우뚱거리고 있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의지도 없다(스페인 위기의 핵심은 채무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치명적 단점이다). 스페인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카탈루냐인과 다른 인종집단 간의 싸움만 계속되면서 나라를 가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집 인근 100m 반경에만 24시간 커피숍이 3군데나 있다. 서울 거리에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음악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문화적 요소들이 넘쳐난다.

물론 한국의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다. 주택가격은 너무 높고 주택시장은 비효율성이 지배한다. 이념의 좌우 대립엔 끝이 없다. 젊은이들의 삶은 공부로 점철돼 있다. 그리고 제발 길거리의 쓰레기는 좀 치울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적어도 일상생활에서 한국이 이뤄 내고 있는 발전은 놀랍다. 다시 돌아와서 좋고, 장차 한국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



마크 러셀 캐나다인으로 미 펜실베이니아대 졸업 후 한국에서 대중문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팝 고우즈 코리아(Pop Goes Korea)』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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