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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인력 5배 육성, 남은 인재 중소기업으로 … 독일식 동반성장"

바이엘 화학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릭 토머스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에 기술인력 공급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사진 바이엘]


“공장에 기술인력 100명이 필요하다고 합시다. 그럼 몇 명을 뽑아 교육을 시킬까요. 100명? 200명? 아닙니다. 우리는 500명을 뽑습니다. 남는 인력은 어떻게 하냐고요? 그들은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으로 갑니다. 이것이 바로 독일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아스피린 신화' 바이엘 화학 부문 CEO 토머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세계적 제약·화학그룹인 바이엘에서 화학부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패트릭 토머스(56) 대표는 독일식 동반성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중앙일보와 만난 그는 “바이엘의 기술교육센터에선 회사에 필요한 인력의 다섯 배를 선발해 교육한다”며 “우리 회사만 생각하지 않고 중소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체에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것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 중소기업의 힘은 이런 식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긴밀히 협조하는 산업 구조에서 나온다”며 “만일 대기업이 우수한 인력을 독차지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외면했다면 독일 경제가 지금처럼 잘나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서부의 공업 도시 레버쿠젠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바이엘은 지난해 매출액 511억 달러(약 54조원)로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94위에 올랐다. 이 회사가 1년 동안 물건을 만들어 판 금액(매출액)이 현대중공업(206위)·LG전자(225위) 보다 많다는 의미다. 토머스 대표가 담당하는 바이엘 화학부문(머티리얼사이언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55억 달러(약 16조4000억원), 임직원 수는 1만4500여 명에 달한다.



지난달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고무 전시회(K-페어)’에 선보인 바이엘의 신제품들.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든 첼로(사진 위)와 강화 섬유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 타이어휠(사진 아래). [사진 바이엘]
 -최근 독일 경제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독 잘나가는 이유가 뭘까.



 “중소기업의 힘이 강해서다. 예컨대 독일의 자동차 산업을 보자. 아우디·BMW·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도 많지만 그 밑엔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고 부르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축구로 치면 팀 플레이다. 한두 명의 스타급 선수뿐 아니라 팀 전체가 고르게 잘 뛰고 호흡도 잘 맞는다는 얘기다.”



 토머스 대표뿐 아니라 레버쿠젠의 바이엘 직원들은 대부분 열혈 축구팬이다. 1904년 이 회사의 사내 축구동호회에서 출발한 프로축구단 바이엘 레버쿠젠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이어 지난 8월부터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어서다. 손흥민 선수가 지난 9일 라이벌 함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해트트릭(한 경기에 세 골)을 기록했을 때는 도시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로 변하기도 했다.



 -솔직히 돈 들여 교육시킨 인력이 다른 회사로 가면 손해 아닌가.



 “아니다. 기술인력을 공급받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이들을 교육시킨 대기업에도 이익이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 제품을 사줄 고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바이엘 화학부문의 주력은 산업용 플라스틱이다. 독일 중소기업이 잘나갈수록 고급 플라스틱의 수요는 늘어난다. 우리 회사에서 교육받은 인력은 다른 회사에 가더라도 플라스틱이 필요하면 우리 회사의 제품을 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윈-윈(win-win)’이 되는 이유다.”



 바이엘은 1863년 라인강변의 작은 염색약 공장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영세한 가족기업에 불과했다. 도약의 발판은 1899년 아스피린이란 약품을 선보인 것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대유행한 스페인독감은 아스피린에 세계적 명성을 안겨줬다. 스페인독감은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재앙이었다. 이 독감이 언제, 어디서 시작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전쟁으로 인한 언론 통제가 없었던 스페인 신문들이 대서특필하면서 스페인독감이란 말이 생겨났다. 이때 만일 아스피린이 없었다면 사망자 수는 훨씬 많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스피린이 직접 독감 바이러스를 죽이지는 못하지만 열을 내리고 통증을 덜어주는 작용을 통해 환자들이 병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립 150주년이다. 지난 150년 동안 문을 닫은 기업도 많은데 바이엘이 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꿈이다. 150년 전 우리 회사의 창업자들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꿈을 믿는 열혈 신도라고 할 수 있다. 꿈이 없으면 혁신도 없다. 아스피린도 꿈을 꿨기 때문에 가능한 혁신이었다. 사실 바이엘의 150년 역사에는 고비도 많았다. 세계대전도 두 번이나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조직의 DNA를 통해 혁신의 문화가 이어졌기 때문에 오늘의 영광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CO2)에서 산소를 떼어내고 탄소만 뽑아내 침대 매트리스용 스펀지(폴리우레탄 폼)의 원료로 사용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토머스 대표는 “다른 기업들도 우리가 개발한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협약을 맺고 기술을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개발한 첨단기술을 다른 기업에 전파하는 이유가 뭔가.



 “기술 개발의 혜택을 공유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큰 이익을 안겨준다고 판단해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침대 매트리스 등 가구용 스펀지 원료의 30%를 이산화탄소로 대체할 수 있다. 석유나 가스 대신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쓰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관련 시장도 커지고 친환경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2015년이면 소비자들도 가구점에서 이산화탄소로 만든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기업이 혁신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혁신적인 것은 아니지 않나.



 “높은 꿈을 꾸면 당연히 실패가 따른다. 바로 여기서 진짜 혁신적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구분된다. 혁신이 가능하려면 실패자를 격려하는 기업문화가 있어야 한다. 만일 실패의 경험 없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다. 꿈과 목표를 충분히 높게 잡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기업문화다. 기업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이 쉽게 우리의 성공을 베껴가지 못하는 것이다.”



 바이엘 화학부문은 최근 수년 동안 중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년 전 독일에 있던 폴리카보네이트 사업본부를 통째로 중국 상하이로 옮겼을 정도다.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카보네이트는 유리처럼 투명하면서 가볍고 잘 깨지지 않아 유리 대용품으로 많이 쓰인다.



토머스 대표는 “폴리카보네이트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세계 플라스틱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폴리우레탄으로 실험용 첼로를 만들었다. 전통적인 목재 첼로에 비해 가볍고 표면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다양한 조명 효과로 악기 음과 박자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첼로 연주 동영상을 공개했다.



레버쿠젠·뒤셀도르프=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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