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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유럽을 떠도는 탈북자들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차장
지난 20일 런던 한인 밀집 거주지인 킹스턴의 한 레스토랑. 영국에 정착한 탈북인 단체 대표들이 서울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박찬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정부 국제인권대사인 이정훈 연세대 교수였다. 두 사람은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한·영포럼 참석차 현지를 방문했다가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북한군 출신인 김주일 재유럽조선인총연합회 사무총장 등 4명의 대표는 “정부 관계자들이 우리를 찾아온 건 처음”이라고 입을 열었다. 유럽 지역에는 1200여 명의 탈북 망명자들이 정착해 있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영국 내 탈북인 상당수는 한국에 정착했다가 이주했다.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숨기고 영국에 망명했다는 점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들을 범죄시해 왔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달랐다. 일부 문제 소지가 있다 해도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을 피해 탈북했다면 망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탈북 망명자에게는 월 3000파운드(약 519만원)의 생활비와 주택이 지원된다. 이들을 수시로 초청해 북한 인권상황을 청취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도 갖는다.



 3월 말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의장의 영국 방문 때는 놀라운 일도 벌어졌다. 최 의장 일행과 영국 측이 만나는 자리에 탈북인 대표를 참석시킨 것이다. 자성남 당시 북한대사가 회의장을 뛰쳐나가고, 최태복이 “우린 공화국 배신자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고 항의했지만 영국 측 인사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옥수수 몇 t을 얻어가기 위해 북한은 영국의 인권 훈수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영국의 이런 관심과 우려는 포럼장에도 이어졌다. 데이비드 올튼 상원의원은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뒤 “이런 증거를 북한이 외면한다면 인도주의 범죄로 기소당하는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과 친선교류를 추진하면서도 인권문제만큼은 깐깐한 원칙을 지킨다는 영국의 입장인 듯했다.



 이정훈 인권대사는 체류기간 내내 런던의 국제법률가들과 만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통한 북한 최고지도자 기소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서울의 상황은 딴판이었다. 지난해 한 야당의원이 “탈북자는 배신자”란 막말을 퍼붓더니 이번엔 대학 교수가 “탈북자 처단” 운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리 정치권은 북한인권법 하나 처리 못하고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영국은 지금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발표 800주년을 맞는 2015년을 준비 중이다. 국왕의 전횡에 대항해 국민의 권리옹호를 명시한 대헌장의 의미를 드높이는 활동에 역점이 두어진다. 북한 인권 문제도 그중 하나라는 게 영국 측 인사들의 귀띔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동포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변화할 여건을 만들어준다면 북한 주민들은 우리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한 마크 피츠패트릭 박사의 포럼 발표는 긴 여운을 남겼다.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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