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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입는 오디오'도 나오는데, 앱 개발만 할 건가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콘텐츠 콘퍼런스 2013’ 강연장에서 멕시코의 웨어러블 패션 기업 마시나의 린다 프랑코 대표가 동작인식 센서가 달린 ‘미디 재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 재킷을 입은 채 주먹을 쥐고 팔을 돌리면 음악을 틀 수 있다. 팔을 흔들거나 지퍼를 여닫는 등의 동작을 통해 음량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사운드를 넣는 것도 가능해 음악 전문가가 아니어도 춤을 추며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박종근 기자]


두 팔을 움직여 음악을 틀고 지퍼로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재킷, 소를 도살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쇠고기, 허공에 휘저은 손을 따라 움직이는 장난감 비행기….

미래 혁신가들 "더 넓게 봐라"
2013 스마트 콘텐츠 콘퍼런스



 상상 속의 얘기가 아니다. 지구 곳곳에서 이미 실현된 기술들이다. 꿈같은 아이디어를 눈앞의 현실로 빚어낸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스마트 콘텐츠 콘퍼런스 2013’에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세계를 열었다면 이들은 포스트 스마트폰 세대를 이끌어갈 새 기술을 들고 왔다. 차세대 IT혁신가들을 중앙일보가 만났다.



 이날 멕시코 출신 패션 기업 마시나(Machina)의 린다 프랑코 대표가 단상에 올라 검은 재킷을 입었다. 그녀가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은 뒤 손목을 살짝 돌렸더니, 재킷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재킷의 가운데 지퍼를 올렸다 내리니 클럽에서나 나올 법한 스크래치 사운드가 흐르던 노래에 덧입혀 졌다. 프랑코 대표가 자사 제품 ‘미디 재킷’을 시연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오큘러스가 만든 3차원 영상 안경 ‘리프트’.
 2011년 설립된 마시나는 마케팅 전문가인 프랑코 대표와 패션 디자이너·엔지니어 등 창업자 3명이 모여 아이디어만으로 5만 달러(약 5300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시작했다. 프랑코 대표는 “웨어러블 기술은 1980년대부터 연구됐지만 대부분 헬스케어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생활밀착형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과 접목시켜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미디 재킷이 나왔다”고 말했다.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엔지니어 5명을 골라내 개발팀을 꾸렸다. ‘미디 재킷’은 입으면 마치 클럽 DJ가 된 것처럼 몸짓만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믹싱할 수 있다. 와이파이를 활용해 재킷과 노트북을 연동시켜 노트북에 저장된 음악을 재킷으로 재생하는 기술이다. 프랑코 대표는 “나이키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먼저 같이 일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우리 기술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 재킷은 다음 달부터 마시나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550달러에 판매된다. 마시나는 재킷 외에도 모자에 스피커가 달려 있어 따로 헤드셋을 쓸 필요가 없는 후드티, 움직일 때마다 음악 소리가 나는 청바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LED 패널이 장착된 백팩 등을 개발했다. 프랑코 대표는 “패션 산업은 부흥과 쇠퇴가 반복되는 주기가 있지만 기술은 앞을 향해 쭉 나아가는 산업”이라며 “둘의 경계를 허무는 웨어러블 패션이 정착되면 몇백 년간 정체됐던 패션 산업에 큰 변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장 청중의 관심을 끌었던 발표는 미국의 생체조직배양기술 기업인 모던 메도(Modern Meadow)의 인공 고기와 가죽 제작 기술이었다. 강연자로 나선 모던 메도의 세라 스클라식 사업개발본부장은 가방에서 짙은 갈색 빛의 반투명 가죽을 꺼내 보였다. 스클라식 본부장은 “이 가죽은 진짜 소의 세포를 추출한 후 배양해 만든 인공 가죽이지만 천연가죽과 세포 구조가 똑같고 질감도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살아있는 소를 죽이지 않고 얻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1000여 명의 청중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손 동작으로 기기 조작할 수 있는 캐나다 스타트업 탈믹랩스의 입력 장치 ‘마이오’.
 모던 메도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전 지구적 과제인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뜻에서 2011년 출발한 기업이다. 동물의 세포를 배양하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인공 고기와 가죽을 만든다. 미국 농림부가 700만 달러를 지원했고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인 피터 틸 역시 지난해 이 회사에 투자를 결정했다. 하버드대에서 생명윤리학을 전공한 스클라식 본부장은 “현재 농장에서 기른 동물을 도축해 식재료를 얻는 방식은 15~20년 후 식량부족 문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며 “인공 배양 기술로 만든 고기로 더 경제적이고 건강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세포로 배양하느냐에 따라 지방을 줄이거나 육질을 유연하게 만드는 등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해 머지않아 ‘무지방 고기’ ‘고단백질 고기’ 등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패션업계에서도 모던 메도가 만든 가죽에 관심이 높다. 스클라식 본부장은 “현재는 새끼 동물을 도축해 얇은 가죽을 얻어내지만 자연배양 가죽이 상용화되면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가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로선 고기와 가죽 모두 생산단가가 너무 높아 시장성이 없다. 모던 메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스클라식 본부장은 “10년 내에 시중의 고기나 가죽과 경쟁할 수 있을 만한 생산력을 갖출 것”이라며 “한국처럼 땅은 좁고 육류 소비가 늘고 있지만 기술력이 있는 나라는 이 분야에 진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전기자동차용 콘텐트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파키토(PaKiTo)의 정직한 대표도 이날의 스타였다. 정 대표는 “스마트폰 콘텐트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최초의 부분유료화 게임포털을 창업해 올해 초 매각에 성공한 정 대표는 올 7월 파키토를 창업했다. 머지않아 전기차가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으로 전기차 사용자들을 위한 소셜앱을 개발하기로 했다. 올 연말 출시할 첫 번째 앱은 전기충전소가 어디 있는지 찾아 헤매는 사용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전기차를 주차하고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앱이다. 충전소 브랜드별로 있는 결제 카드를 하나로 합친 결제앱도 개발 중이다. 정 대표는 “휴대전화도 그랬듯 초반엔 하드웨어 위주로 경쟁하지만 결국엔 콘텐트 경쟁으로 갈 것”이라 고 말했다.



 머리에 쓰기만 하면 바로 3D 가상현실로 안내하는 헤드셋도 소개됐다. 오큘러스VR의 ‘리프트’다. 3년 전 고글과 게임 매니어였던 창업자 팔머 러키가 고글 46종을 분해한 뒤 재조립해 만든 헤드셋이 시초가 됐다. 317g짜리 가벼운 헤드셋을 쓰고 PC와 연결하는 즉시 3D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져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날 강연한 서동일 오큘러스 한국 지사장은 “리프트가 보편화되면 우리는 게임의 몰입도를 따지는 게 아니라 게임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를 따지게 될 것”이라며 “지구 반대편이나 심해로의 여행도 가능하며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되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3D 안경이 아니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기기”라고 덧붙였다.



 웨어러블 테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탈믹랩스의 스티븐 레이크 대표도 이날 연단에 올랐다. 레이크 대표가 캐나다 워털루대 친구 2명과 함께 만든 탈믹랩스는 아주 미세한 손 근육까지도 모두 인식하는 기술을 활용해 제스처 기반 입력장치 마이오(MYO)를 개발했다.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마이오를 팔에 차고 팔이나 손가락으로 장난감 비행기를 조작하는 식이다. 2012년 5월 창업한 스타트업에 스파크·인텔 같은 벤처캐피털이 17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날 스티븐 레이크 대표는 “마이오는 안드로이드·iOS·윈도 체제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며 “곧 개발 소스코드를 공개해 마이오가 스마트 시대의 한 획을 긋는 제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적인 차세대 IT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는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의 인맥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IT 분야 대기업에 다니다가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한 40세 미만 젊은 기업인들에게 e메일을 보내 성공 비결을 인터뷰했다. 돌아온 답장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면서 성공한 IT기업 모델을 분석하고 한국 IT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기업 비석세스를 창업했다. 정 대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이렇게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스마트폰 이후 다음 트렌드를 먼저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박수련·조혜경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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