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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정준양 회장 재임기간 … 포스코에 무슨 일이

조강생산 3313만t, 매출액 41조7420억원, 영업이익 7조1730억원. 2009년 1월 15일 포스코 이사회에서 발표됐던 연결재무제표 기준 2008년 경영 성적표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던 무렵이었지만 포스코는 여봐란 듯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리고 정치권 외압 의혹에 시달리던 이구택(67) 당시 회장은 바로 그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영업익 반 토막, 신용등급 뚝 … 포스코 '잃어버린 5년'

경기 침체, 중국 부상에 실적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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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3월 주주총회에서 후임 회장으로 선임된 정준양(65·사진) 회장은 전임자가 물려준 든든한 곳간 열쇠를 손에 쥐고 화려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사퇴로 내년 3월 새로 선임될 포스코의 새 회장은 정 회장과 사뭇 다른 처지에서 조직을 꾸려나가야 할 상황이다. 그가 건네받는 것들은 악화된 재무제표와 추락한 신용등급, 무너진 기강뿐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철강 경기의 악화도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경영전략에도 상당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정 회장의 기본적인 경영전략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다각화였다. 나름대로의 판단 근거는 있었다. 그가 포스코의 곳간을 넘겨받은 뒤 세계는 본격적인 경제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는 급감했다. 반면 중국이라는 신흥 강자의 등장으로 공급은 넘쳐났다. 바오산(寶山)강철을 비롯한 중국의 제철소들은 정부의 탄탄한 지원하에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나갔다. 시장에는 중국제 철강제품들이 쏟아졌고 철강 시세는 더욱 나빠졌다. 철강만으로 먹고살기는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사업다각화의 시발점이었다.



 문제는 돈만 많이 썼을 뿐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정 회장 취임 이후 M&A를 전담하는 전략기획실을 만들어 본격적인 기업 인수에 나섰다. 포스코가 M&A와 타 기업 지분투자에 사용한 돈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들어간 3조원을 포함해 총 5조원을 웃돈다. 2009년 36개이던 계열사 수는 지난해 한때 70개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대우인터 등 M&A 경영전략 실패



하지만 기대는 크게 어긋났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9.7%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3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는 사정이 더 나쁘다.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도 36%나 더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포스코플랜텍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성진지오텍의 경우 2010년 시장 가치보다 비싸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1600억원에 매입했지만 3년 연속 순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484%에 달하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만 200억원이 넘었다.



 그룹 전체의 재무상태가 나빠진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정 회장이 취임한 2009년에 곧바로 3조원대로 떨어졌다. 2010년에 5조원대로 잠시 회복됐지만 추세적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지난해에 다시 3조원대로 추락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쁘다.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 잠정치는 2조25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나 낮아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을 때만 해도 17%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3분기 4.2%로까지 추락했다. 2008년 9조2497억원이던 부채는 지난해 14조원대를 넘어섰다. 50%대이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한때 90%를 넘어섰다가 간신히 80%로 내려온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자금력이 바닥나 알짜 매물이 나와도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독일 최대 철강업체 티센크루프의 미국 제강소 입찰 당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미국 자동차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라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신들에 따르면 이 제강소는 경쟁업체인 신일본제철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인수 예상가격은 1300억 엔(약 1조3375억원)으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포스코는 인수의향서 제출 이후 추가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실제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때 “내년 투자자금을 올해보다 1조~2조원 줄이겠다”고 발표했었다.



부채비율은 60→87%로 늘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이런 상황을 두고만 볼 리 없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10~11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에서 BBB+로, 무디스는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특히 무디스는 지난 25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aa2로 한 단계 더 떨어뜨렸다.



재계 "정 회장 책임 피하기 어려워”



 정 회장 재직기간에는 사고도 유난히 많이 발생해 리더십과 사내 기강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올해 발생한 사고만 따져봐도 강릉 마그네슘 제련공장 페놀 유출 사고, 영월 포스코엠텍 공장 이산화질소 유출 및 폭발사고, 포항제철소 파이넥스1공장 및 4고로 화재, 광양제철소 제2제강공장 화재 사고 등 줄을 이을 정도다. 특히 강릉 페놀 유출 사고의 경우에는 축소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도덕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어려워진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철강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이지만 정 회장 역시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며 “누가 후임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 회장 재임기간 중 헐거워진 곳간을 다시 채우고 기강과 도덕성을 바로잡으려면 상당한 고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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