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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파생상품이 뭔가요

[일러스트=강일구]

Q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한때 세계 1위에서 현재는 11위까지 떨어졌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정부 규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파생상품이 뭔가요? 파생상품의 기본이 된다는 선물과 옵션이 뭔지 알려주세요.

A 네덜란드의 상징 튤립, 다들 알고 계시죠? 17세기 초 네덜란드 신흥귀족들 사이에서 튤립은 ‘신분의 상징’으로 통했습니다. 자연히 튤립 갖기 열풍이 불었죠. 당시 소 한 마리 값이 100길더였는데 튤립 한 뿌리가 최고 5200길더까지 갔다고 하니, 그 열풍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되실 겁니다.

 한데 튤립은 날씨에 따라 잘 자라기도 하고 그러지 않기도 하죠.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자 일부 재배자와 유통업자들이 특이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튤립 씨앗을 뿌릴 때 다 자란 뒤 일정한 가격에 사고파는 계약을 맺은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한 농부가 보니 옆 집도 튤립을 심고 뒷집도 튤립을 심습니다. 아무래도 튤립 가격이 떨어질 것 같았죠. 그래서 한 유통업자랑 현 시세인 한 뿌리에 3000길더에 팔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 달 뒤 정말로 튤립 가격이 뿌리당 2000길더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러면 이 똑똑한 농부는 한 뿌리에 1000길더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거죠. 반대로 농부에게 3000길더에 튤립을 사기로 한 유통업자는 그만큼 손해를 보고 말입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선 어땠을까요? 유행이 지나면서 튤립 가격이 몇 달 사이 3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많은 유통업자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파산했습니다. 이게 바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파생상품 투기 사건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튤립 거래는 일종의 선물 거래입니다. 선물은 미래 특정 시점에 현물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맺는 겁니다. 곡물이나 금속·원자재 같은 현물을 거래할 때 가격 변동에 따른 손해를 줄이기 위해 미리 거래를 하는 선도거래가 선물시장의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럼 옵션은 뭘까요? 옵션은 조건이나 선택을 뜻하는 영어죠. 배추로 예를 들어보죠. 유통업자가 봄에 농부와 이런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가을에 배추 한 포기가 1000원을 넘으면 1000원에 사고, 1000원을 넘지 않으면 사지 않기로 한다”고요. 이런 선택권을 갖는 대가로 농부에게는 100원을 주기로 합니다. 유통업자 입장에선 가을에 배추를 산다면 포기당 1100원을 줘야 하고 안 살 땐 100원의 권리금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래도 이익일까요? 그렇습니다. 가을에 배추 값이 1500원이 됐다고 합시다. 유통업자는 1100원에 사서 400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옵션 계약을 하는 것보다 100원의 이익이 줄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 합니다. 배추 값이 500원으로 폭락하면 유통업자는 자칫 포기당 500원씩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 살 수 있는 권리로 지불한 100원으로 손해를 줄일 수 있죠. 결국 유통업자는 손실 가능성은 포기당 100원으로 제한하면서 안심하고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됩니다.

값 변동으로 인한 위험 줄이려 거래

 선물·옵션 거래의 대상은 무궁무진합니다. 가격이 오르내릴 수 있는 모든 물건은 파생상품이 될 수 있는 셈이죠. 이런 물건을 기초자산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은 총 15개인데요, 15개의 기초자산을 대상으로 선물과 옵션 거래가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코스피200 선물·옵션, 국채 선물, 주식 선물·옵션, 달러 선물·옵션, 금 선물 등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삼겹살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구제역 파동 같은 사건이 터지면 돼지고기 값이 금값이 된다는 말 들어보셨죠? 그래서 상장된 돼지고기(돈육) 선물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비하면 한국 파생상품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선 1619개의 파생상품이 거래 중이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기초자산으로 한 옵션 상품도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에서도 날씨지수와 부동산지수 등을 활용한 파생상품 개발이 한창이라고 하니, 한국에서도 눈 옵션 같은 상품이 거래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하늘서 내리는 눈’ 대상으로 한 상품도

 이쯤 되면 궁금증이 하나 생길 겁니다.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에 따른 손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 거래하는 게 파생상품이라면, 실제로 거래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텐데 과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될까 하는 의문이죠. 가격 변화에 따른 손해를 줄이기 위한 거래를 헤지거래라고 하는데요, 이것 외에도 다른 이유로 파생상품을 거래하기도 한답니다. 가장 큰 게 차익거래입니다. 실제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을 때 그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게 바로 차익거래죠. 투기거래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1500만원의 예탁금을 넣으면 1억원어치의 파생상품을 살 수 있는데요, 소위 이걸 증거금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증거금률은 15%죠. 증거금률은 나라마다 다르지지만 대부분 실제 가진 돈보다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습니다. 적은 돈으로 큰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에게 파생상품은 그만큼 매력적인 셈이죠.

 하지만 바로 이 투기거래 때문에 정부가 파생상품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게다가 대규모 물량 공세로 가격을 조정하려는 세력도 많습니다. 주식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다 보니 가격을 움직이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2010년 ‘11·11 옵션 쇼크’가 발생한 적도 있죠. 이날 도이체방크는 장 마감 직전 코스피200 풋옵션 15억원어치를 매수한 뒤 보유 중인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주가를 급락시키는 수법으로 448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습니다. 주식과 파생상품을 모두 거래하는 대형 투자자라면, 주식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을 오가며 이렇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죠.

 이 사건 뒤 정부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파생상품 투자의 장벽을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선물·옵션 계좌를 개설하려면 1500만원의 예탁금을 내야 하는 규정도 이때 생겼고, 옵션 한 계약당 거래 단위도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적은 돈으로 큰 이익 노리는 투기도 많아

주식연계증권(ELW)의 경우 1500만원의 예탁금 제도와 함께 종목 발행 제한 같은 각종 규제가 생겨났습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은 2009~2011년 거래량 기준 파생상품시장 세계 1위에서 올해 11위까지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파생상품 시장의 침몰이 현물 시장의 위축,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북한 리스크가 있는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건 선물 같은 파생상품 시장을 이용해 위험을 줄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글 같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건 금융당국의 의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홍상지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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