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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극단 세력에 휘둘리지 않아야 성숙한 사회다

박창신 신부가 내지른 극단적 발언은 분열병에 빠져 있는 한국 사회를 시험하고 있다. 유권자 3000만 명이 참여해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선거절차로 뽑힌 대한민국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가 하면 한국의 영토 경계선을 부정하면서 한국군과 민간인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 정권을 두둔하는 박 신부의 발언은 어느 모로 보나 정상이 아니다. 이 신부의 주장은 여나 야, 보수나 진보의 문제라기보다 정상과 비정상, 상식과 비상식, 합리와 극단의 문제 다.



 그런데 종교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이 박 신부의 말을 비판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으로 또 쫙 갈라지려는 것 같아 걱정이다. 천주교 정치사제단에 이어 불교와 개신교의 일부 승려·목사들도 시국선언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적인 정치행사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특히 개신교 쪽의 무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라는 단체는 ‘정권퇴진을 촉구하는 금식기도’ 계획까지 세워놨다고 한다. 내놓고 대선불복론을 확산하겠다는 자세다. 극단 세력의 독선적 언행에 한국의 여론사회와 정치권은 성숙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분열 행동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극단세력의 비정상적 주장에 쐐기를 박으려는 충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지위의 엄중함에 비추었을 때 한 사제의 발언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방식처럼 비춰진 건 아쉬운 대목이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가의 언어이기에 상대를 가려서 표현의 강도를 의식하며 통합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선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식과 비정상적 사고는 주류 사회의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통해 걸러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극단은 강하게 대응하면 커지고 사소하게 취급하면 작아지는 속성이 있다.



 극단적 분열세력의 등장에 정치권도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한다. 세상을 온통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놓고 무슨 일이 벌어지면 우리 편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따져 옹호 아니면 비난하는 분열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지 않았는가.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대선불복·북한두둔 같은 소재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이른바 ‘종북몰이’를 한다는 오해를 피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종북 이슈는 정국 주도권을 잡는 데 단기적으론 유리하겠지만 미래와 세계를 바라봐야 할 한국 정치의 핵심의제가 되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일부 강경 세력들은 종교계의 극단적 주장에 올라타면 야당의 투쟁역량이 강화되고 박 대통령한테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선출 대통령의 정통성과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국민의 태도를 가볍게 보다간 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건강하고 합리적인 진보의 입장에 서서 극단적인 ‘진보의 변태’를 경고하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선을 긋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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