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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저녁에

저녁에
- 김광섭(1905~77)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로 알기 전에 노래로 알았다지요. 초등학생이 인생의 쓴맛 얼마나 봤다고, 하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 구절에 꽂혀 유심초라는 형제 듀엣의 앨범을 얼마나 무한 반복해서 들었던지요. 시로 안 뒤에 그림으로 알았다지요. 고등학생이 그림을 얼마나 볼 줄 안다고, 하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 구절에 꽂혀 김환기라는 이름만으로도 콧구멍이 알싸해지면서 눈이 환해지는 그림을 얼마나 무한 반복해서 들여다봤던지요. 이제야 시를 봅니다. 시가 보입니다. 별, 사람, 밝음, 어둠, 너, 나… 말 배우기 시작한 세 살배기 조카도 이쯤이야 할 단어들로 더는 할 말 없다는 듯 손 탈탈 털고 유유히 사라지는 시 한 편, 낮에는 사람들 눈동자 속에서, 밤에는 하늘 곳곳에 박힌 별로 반짝반짝 쉴 새 없이 제 빛을 내는 시 한 편… 너무 일찍 세상에 오셔서 너무 빨리 명작들을 남기신 시인 할아버지들, 덕분에 우리들 할 일 없어 하릴없이 말장난에 말로 푹푹 기차놀이에 말 늘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어쨌거나 좀 짱이셨던 것만은 분명해요.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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