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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 재앙의 출발은 사소했다

<본선 32강전>○·우광야 6단 ●·서봉수 9단

제13보(170~183)=바둑조차도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세상의 이성과 논리는 다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요. 지구상의 모든 게임 중에서 가장 지적이며 어떤 부분도 설명이 가능하고 그래서 이변이 가장 적다는 바둑이지만 그곳에서도 이상한 일이 너무나 자주 벌어집니다. 이 판이 마지막 순간에 맞이하게 되는 비극도 그렇습니다. 지나놓고 보면 그저 허망할 따름이지요.

 지금 상황은 아직 평화롭군요. 크게 우세한 흑은 봄날의 따스함과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우광야 6단은 뼈를 깎는 듯한 고통 속에서 176까지 삶의 수순을 찾아냅니다. 백은 소망대로 흑이 많은 투자를 한 좌변을 거진 공배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애석하게도 형세는 요지부동이군요. 좌변은 깼지만 좌하 흑집이 커졌고 선수가 흑에 돌아갔기 때문이지요.

 177로 상변을 선점해 흑의 탄탄대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180에서 아주 사소한 균열이 일어납니다. 180은 △의 준동을 노리는 수인데요, 먼저 ‘참고도’를 보시지요. 백1의 대마 차단이 신경 쓰이지만 흑2로 연결입니다. 후방은 걱정 없습니다. 따라서 흑은 A나 B로 받으면 아무 일이 없습니다. 물론 그보다는 실전 181~183이 더 좋은 수라는군요. 서봉수 9단도 말썽 없이 빠르게 종국을 맞이하고 싶지만 그래도 오랜 승부사의 본능으로 이렇게 끊어버렸습니다. 이게 살아 있는 바둑이지요. 하지만 바로 그 대목이 대재앙의 출발점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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