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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칙 엄격한 기독교 학교 … 윤리 거리도 정해져 있죠"

동산고는 교과서뿐 아니라 신문이나 고전을 함께 읽으며 토론하는 수업이 많다. 사진은 김지선(사회) 교사가 2학년 학생들에게 NIE(신문활용교육) 수업을 하며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안산동산고는 전국 단위가 아닌 광역 자사고 가운데 진학 실적 전국 1위다. 본지가 2013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상위 100개 고교를 분석한 결과(본지 2013년 6월 21일자 10면)에 따르면 안산동산고 언·수·외 표준점수 합계 평균은 362.6으로 46위다. 서울 강남 8학군 명문고나 전국 단위 자사고 가운데 안산동산고보다 순위가 아래인 학교가 상당수다. 비결을 묻자 문순용 교감은 “내세울 건 교사들의 열정뿐”이라는 답을 내놨다.

동산고 학생들은 고민이 있을 때마다 교사를 찾아와 상담을 한다.
안산동산고 교사들의 학생 관리는 각별하다. 지각 여부, 수업 태도, 양호실 출입, 친구 간 다툼 같은 크고 작은 일이 모두 담임 교사에게 곧바로 전달된다. 담임 교사는 학생 신상에 작은 변화라도 감지하면 직접 상담하거나, 평소 그 학생과 친한 다른 교사의 도움을 받아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쓴다.

 이 학교 교사들이 이렇게 학생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동산고는 한 학년 정원이 640명으로 이 중 집에서 통학이 가능한 안산 거주자는 30%에도 못 미치는 19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70%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나 근처 원룸·고시원 등에서 자취를 한다.

 1학년 생활부장 곽영조(사회) 교사는 “부모의 보살핌을 못 받는 자취생이 많아 학생 표정이 안 좋으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며 “교사가 부모와 똑같이 해줄 순 없겠지만 부모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교칙이 엄격한 것도 이런 이유다. 동산고는 이성교제를 교칙으로 금한다. 남녀 학생끼리는 ‘윤리 거리’가 정해져 있어 서로 30㎝ 이내로 다가가서도 안 된다. 곽 교사는 “외부에서는 이런 교칙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난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이 문제로 교사끼리 치열한 토론을 벌인 적도 많다. 하지만 결국 고수하기로 했다. 그는 “청소년기에 남녀 학생끼리 동료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되, 부모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시간 동안 이성교제는 금하는 게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동산고 교사들은 교칙뿐 아니라 학생 지도 방법이나 교수법 등에 대해 서로 지적과 조언을 스스럼없이 한다. 교과와 관련한 학습 자료는 물론 토론이나 독서 연계, 체험학습 등 수업 노하우도 활발하게 공유한다. 자신의 수업 방식만 고집하는 교사가 있으면 “새로운 수업을 시도해보라”며 따끔하게 질책하기도 한다. 곽 교사는 “지적받는 걸 자존심 상하는 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교사가 정체되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다”며 “서로의 발전을 위해 교무실에서는 치열하게 다투고 학생 앞에서 당당하게 수업하자는 게 우리의 철칙”이라고 얘기했다.

 동산고에 토론식 수업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국어·사회·역사 등 인문학 관련 수업은 물론 수학이나 과학 시간에도 실험과 함께 토론 수업을 한다. 2학년 오세린양은 “사회 시간에 교과서 내용과 신문 기사를 연계해 토론을 자주 한다”며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건 물론 논술 준비까지 동시에 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역사 시간에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 등을 교과서 삼아 함께 읽고 토론하며 구한말부터 광복까지의 시대상을 살피기도 한다.

 혹시 이런 수업은 동산고가 성적 우수자들만 다니는 자사고라 가능한 게 아닐까.

 그러나 곽 교사는 “동산고는 경기도 전역 287개 중학교 출신이 다니고 있다”며 “중학교마다 학력 격차가 심한 탓에 합격생 간 성적 차이가 매우 심할 뿐 아니라 사회적배려자 전형을 통해 선발한 학생 중에는 ABC도 못 읽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학생들 데려다 학교가 생색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동산고는 3학년보다 1학년 지도에 더 신경 쓰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동산고의 입시 성적이 좋지만 1학년에 입학하면 “공부는 못해도 된다. 성적으로 경쟁하지 말고 친구를 존중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성적보다 인성이 먼저라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동산고는 성적 우수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특별수업이나 우열반 등은 전혀 운영하지 않고 있다. 문 교감은 “입학식 때부터 1학년 여름방학 때까지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런 동산고 문화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고 설명했다.

 성적 우수자 특혜를 없애고 인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사실 미션스쿨이라는 동산고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동산고는 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9시까지 학생끼리 경건회라는 학급 예배를 드리고 수업을 시작한다. 또 매주 수요일마다 전교생이 모여 예배를 한다. 공식적인 종교 행사 외에 ‘동산고 학부모 기도회’가 화요일마다, ‘교사 기도회’가 목요일마다 있다. 문 교감은 “학부모와 학교의 갈등,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생길 때도 있지만 이런 기도회를 거치면 갈등이 증폭되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로 바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신앙을 기반으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쉽게 하나로 뭉친다는 말이다.


 동산고는 신앙과 관계없이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학급의 절반 이상은 다른 신앙을 갖고 있거나 무교다. 학교의 기독교적 분위기에 거부감을 갖는 학생은 없을까.

 문 교감은 “경건회나 수요예배 참여는 학생 선택에 맡긴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을 방해하는 등 고의로 훼방하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 자율학습을 하거나 잠을 자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김예훈(2학년)군은 “1학년 때는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데 학교에서 왜 전체적으로 예배를 하느냐’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들 별 거부감 없이 참여한다”며 “성경책 읽고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 마음이 편하면 편했지 나쁠 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봉사에 적극적인 것도 이런 신앙적 가치관 때문이다. 동산고 학생들은 안산 지역 청소년 공부방에 다니는 초·중학생 150여 명의 공부 도우미가 돼주는 ‘푸른 교사단’ 활동을 하고 있다. 방학이면 몽골과 태국 빈민가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는 분초를 다퉈가며 공부에만 집중해도 만족할 만한 입시 결과를 얻기 쉽지 않다. 신앙과 봉사 외에 진학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은 없을까. 문 교감은 “대입만을 위한 건 없다”며 “진학 결과는 인성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곽 교사는 “학부모 중에 ‘생각보다 학교가 너무 느슨하다’며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있다”며 “하지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경쟁에 지치지 않고 자신의 학업에 집중하는 힘을 기른 아이들이 3학년 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학년 재학생이 말하는 우리 학교
"이성교제 금하지만 친구로는 잘 지내"


Q. 동산고로 진학한 이유가 뭔가.

A. 중학교 때 내신이 200점 만점에 198.6이었다. 전국 단위 자사고도 갈 수 있는 성적이었다. 동산고를 택한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다. 미션스쿨이라 다들 착하고 배려하는 분위기일 것 같았다. 물론 진학 실적도 우수해 신뢰가 있었다.

Q. 기대한 대로인가.

A.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은 동아리다. 완전히 학생 위주로 움직인다. 화학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실험 계획을 전부 학생들이 짠다. 선생님은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다. 얼마 전에는 미세조류 속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선생님이 직접 미세조류를 배양받아 갖다주고 실험 프로세스에 조언을 해줬다. 이런 실험은 워낙 많은 지식이 필요한 데다 번거롭기도 해 선생님이 실험 자체를 반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놀랐다.

Q. 학업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인가.

A. ‘나 하나’보다 ‘우리 모두’를 위하는 분위기다. 친구가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하면 서로 상담해주며 기운을 북돋워준다.

Q. 매일 아침마다 열리는 경건회 분위기는 어떤가.

A.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신나게 율동 하고 박수 치고…. 신앙이 없는 애들도 ‘잠이 확 깬다’며 열심히 따라 한다. 경건회 때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설교를 하기도 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위로도 많이 받는다. 이 시간에 자율학습을 한다거나 딴청 피우는 애들은 거의 없다.

Q. 이성교제를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A. 그렇다. 학급은 남녀 분반이다. 서로 30㎝ 안으로는 접근하지 말라는 ‘윤리 거리’도 있다. 하지만 동아리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주 만나니 남녀가 친구로 잘 지낸다.

Q. 교칙이 엄한데 불만은 없나.

A. 딱히 교칙이 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선생님들이 잘해줘서 집처럼 편안하다. 나를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도 내 이름을 다 안다. 고민을 상담하러 가면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Q. 기숙사 생활이 힘들지 않나.

A. 그래서 친구나 선후배에게 더 많이 의지하는 것 같다. 1, 2, 3학년이 한 명씩 ‘기도 짝’이라는 걸로 맺어져 있다. 3학년 선배가 수능을 앞두고 힘들어할 때 셋이 모여 기도하고, 후배가 어려움을 겪으면 모여서 기도하는 모임이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으니 학교도 집처럼 든든하다.

Q. 동산고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당부할 말은.

A. 자신만의 확고한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게 많다. 동아리 활동이나 특강, 봉사활동 같은 것도 친구가 한다고 따라 하다 보면 자기 시간이 없어져 결국 손해를 본다.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게 많은 만큼 분명한 자기 기준을 갖고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입생 이렇게 뽑아요
신앙과 당락 무관하지만 종교 다르면 힘들 수도


안산동산고는 경기도 내에서만 지원 가능한 광역 단위 자사고다. 하지만 인구 1000만이 넘는 경기도에서 우수 학생이 몰려 합격 커트라인은 어지간한 전국 단위 자사고를 웃돈다.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동산고는 1.5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대입 실적이다. 2012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수가 32명으로 전국 고교 중 13위였다. 올해는 30명으로 전국 16위다. 광역 자사고 가운데는 부동의 1위다.

 동산고 입시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치러진다. 경기도 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치르는 일반전형으로 320명, 안산 거주 학생을 뽑는 지역인재전형으로 192명, 사회통합전형(과거 사회적배려자전형)으로 128명을 선발한다. 일반전형과 지역인재전형은 2단계를 거친다. 1단계에서는 내신(250점 만점)으로 정원의 1.5배를 통과시키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내신 250점)와 면접(50점)을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내신은 국어·영어·수학·사회(역사 포함)·도덕·과학 6과목만 반영한다. 2학년 성적을 100점으로, 3학년 성적을 150점으로 환산해 총 250점 만점이다.

 다른 자사고 면접 점수가 30~40점인 데 비해 동산고 면접 점수(50점)는 높은 편이다. 이성길 교무기획부장은 “경기도 내 중학교의 학력 차이가 커서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데 무리가 있다”며 “면접을 통해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반영해 합격자를 가린다”고 설명했다.

 면접은 자기개발계획서와 교사 추천서를 토대로 이뤄진다. 자기개발계획서에는 학업계획서와 진로계획, 인상 깊은 책 2권, 배려·나눔·협력·타인존중·갈등관리·관계지향성·규칙준수 등 인성 영역에 대한 기술이 포함된다. 입학전형위원 3명이 지원자 1명에게 5분 내외로 질의한다. 인성을 강조하는 만큼 ‘공동체 일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거나 ‘교내 갈등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 품성과 소양을 묻는 질문이 주를 이룬다.

 미션스쿨이니 기독교를 믿는 학생이 유리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부장교사는 “신앙과 당락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기독교에 거부감이 있다면 입학한 뒤 적응하기 힘들 수 있다”며 “분명한 종교적 특징이 있는 만큼 우리 학교에 지원하려면 이런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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