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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전시] 실험적 한국화 추구 20년 … '박병춘, 길을 묻다'

박병춘, 노을에 물든 함피, 2013년작, 74×194㎝, 한지에 아크릴. [사진 성곡미술관]

검은 그림 속엔 박스에서 오려 낸 듯한 골판지, 조카들이 공주님 끄적이다 만 종이들을 덕지덕지 붙였다. 1전시장 첫 작품, 여긴 이런 그림들로 가득하다. 박병춘(47·덕성여대 교수)씨가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를 뛰어 가장 노릇 하며 밤에 작업한 그림들이다.

‘박병춘-길을 묻다’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02-737-7650)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열린다.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한국화의 활로를 모색해 온 그의 반(半)회고전이다. 처음 공개하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70여 점으로, 이 미술관 2개 건물을 채웠다. 박씨는 고무판을 깎아 만든 ‘고무산수’, 꼬불꼬불 라면처럼 여름 숲을 묘사한 ‘라면산수’, 실제 라면을 이용한 설치, 칠판에 그리고 지우며 회화의 과정을 실험한 ‘칠판산수’ 등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선을 보이는 초기작은 이런 것들이다.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한 바나나 송이에서 나온 듯 비슷비슷한 사람들, 그 한가운데 비명 지르는 자화상 등을 담은 ‘흔들리는 대지-인간’(1996) 같은 검은 그림과 수박이나 참외를 애교 있게 그려 넣은 과일 그림이 공존한다. 수박 한 통으로 꽉 채운 그림엔 ‘나 수박이야’라고 적어 놓았다. 세상에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은 무명 화가의 소망처럼. 그동안 차마 못 보여 줬고, 다시 그릴 수도 없을 솔직한 작품들이다.

전세보증금을 빼 중학생 아들까지 세 식구가 유라시아 일주여행을 다니며 그렸던 지난해 작품도 있다. 화산 지형이 독특한 남인도 함피에서 그린 그림은 황토빛이 진하다. “수묵은 실컷 했으니 이제는 색을 써 보려 한다”고 말한다. 전시장 한가운데 천장엔 단풍나무를 거꾸로 심었다. 수색 작업실 앞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옮겨 온 거다. 바닥에 채운 물에 비친 나무 그림자,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정중동을 실감케 한다. 수색 시절을 마무리하고 의정부 작업실로 옮기면서 새로워지리라는 결기를 담았다. 경기도 파주 갤러리 이레(031-941-4115)에서도 다음 달 5일까지 그의 여행 그림을 전시한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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