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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이 돌아왔다, 트렌디하게


21일 오후 6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젊은이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패션의 거리답게 쌀쌀한 날씨인데도 인파로 북적인다. 패션잡화 매장을 지나 주얼리브랜드 ‘스와로브스키’ 매장 골목으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외관의 점포가 눈길을 끈다. 팥 앙금에서 이름을 딴 팥 전문 디저트 카페인 카페 앙(cafe an)이다.

 프랑스·이탈리아 디저트 가게가 즐비한 핫(hot)한 거리에 팥집이 낯설 지 모르지만 팥이라는 전통 재료를 사용한 이 가게는 개점 한 달만에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주력 상품은 단팥빵과 소보루빵, 팥빙수, 단팥죽 등 모두 국산 팥을 사용한 것들인데 일부 제품은 문을 닫기 전 품절되기 일쑤다.

 가로수길점에서 만난 김은지(29)씨는 “가게가 너무 예뻐 들어와봤는데 팥 전문 카페더라”며 “빵이 너무 달지 않고 부드러워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찬바람 부는 계절이 오면 생각나는 전통 간식 거리로는 군고구마나 호떡이 있다. 여기에 붕어빵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까지 떠올린다면 그야말로 ‘응답하라’ 세대라 할 만하다. 그 호빵에 들어있던 팥이, 요즘 대세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즐기던 팥죽이 새로운 디저트로 주목받는 것은 물론이고 빵이나 음료, 아이스크림 같은 음식과도 접목돼 인기를 끌고 있다.

 팥 앙금 전문회사 대두식품의 황인성 부장에 따르면 팥 음식 전문점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황 부장은 “강남이나 서래마을, 이태원, 홍대는 물론이고 최근 새로운 스트리트몰로 주목받는 판교 아브뉴프랑에도 팥 관련 메뉴를 취급하는 디저트 카페가 생겼다”며 “특히 젊은 고객이 팥 음식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 동안 이 회사의 팥 앙금 매출은 40%가량 늘었다. 하루 평균 수천명이 방문하는 빵 관련 카페 ‘빵생빵사’의 운영자(ID 정낭자)는 “과거에는 팥빙수가 여름 한 철 잘나가는 품목이었지만 최근에는 겨울에도 팥 제품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에 맞춰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도 일제히 팥 관련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카페베네는 이달 초부터 팥죽 3종 세트를 출시했다. 일반 팥죽과 더불어 팥죽에 고구마 무스나 찰도넛을 넣은 것이다. 홍주혜 카페베네 홍보팀 과장은 “팥죽 세트는 판매 시작 15일 만에 10만 개 이상이 판매됐는데, 지난해 겨울 출시했던 초콜릿라떼의 같은 기간 매출과 비교하면 1.5배이상 높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유 음식인 팥을 세련되게 만들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걸로 봤다”며 “실제로 팥죽 출시 후 매장에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 커핀그루나루 역시 이달부터 단팥라떼와 허니브레드에 단팥을 올려 먹는 ‘단팥과 버터가 만나면’을 내놨다. 탐앤탐스도 팥과 밤을 넣은 프레즐이 올겨울 신메뉴다. 지난해 홍대 인근에 문을 열어 월매출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한 ‘경성팥집 옥루몽’의 관계자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팥빙수 손님이 주춤했는데 날씨가 쌀쌀해지자 팥죽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다시 바빠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디저트 카페 `카페 앙`의 팥을 사용한 메뉴. (1) 단팥빵 (2) 팥 앙금이 들어간 소보루빵 (3) 팥이 토핑된 소프트 아이스크림 (4) 단팥죽.

 젊은이들까지 왜 팥에 열광하는 걸까.

 변준석 카페앙 매니저는 “팥은 한국 전통 음식인데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카페문화 자체가 우리 입맛에 맞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쪽으로 발전하면서 팥이 재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직장인 박소연(28)씨는 “커피를 파는 카페는 워낙 많아 요즘은 새로운 디저트류를 선보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페이스북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팥으로 만든 디저트를 먹으면 몸에도 좋을것 같고 예쁜 카페에서 즐기면 세련된 기분도 든다”고 했다. 박씨는 “팥이 몸의 부기를 빼준다는 말도 있어서 자주 먹게 된다”고 덧붙였다. 권순욱 커핀그루나루 홍보기획팀장은 “소비자의 웰빙 욕구에 맞춰 음식의 영양성분을 분석해 봤다”며 “팥은 예전부터 팥죽·팥빙수·단팥빵·붕어빵 등의 재료로 쓰여 대중에게 익숙할 뿐 아니라 건강에 좋은 것으로 나와 신 메뉴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글=심영주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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