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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유치원부터 외고까지 … 미리 보는 2014 교육 기상도

교육 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부모는 웁니다. 너무 자주 바뀌기까지 하니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한 가지도 버거운데 2015학년도부터 무려 세 가지나 바뀝니다. 서울대·서울 지역 자사고·국제중 관련 정책이 한 번에 바뀝니다. 서울대는 그동안 이과생만 지원할 수 있었던 서울대 의예과·수의예과·치대를 문과생에게 개방합니다.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는 창의·인성 면접으로 합격생을 가리게 됐습니다. 상위 50% 중학교 내신성적이면 지원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결국 특목고 입시처럼 스펙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커진 거죠. 대원·영훈 국제중은 자사고와 반대 방향으로 바뀝니다. 서류전형이 폐지되고 100% 추첨으로만 선발합니다.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당장 내년부터 인기 사립초등학교가 해오던 영어 몰입교육은 금지됩니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누가 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까요. 기상도를 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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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지원 이후 일반 유치원 많이 보내
영어몰입교육 금지로 영훈초 입학 경쟁률 떨어져


“첫째 때는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못 보내면 애한테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주변에서 좋은 곳은 다섯 살만 되면 안 받아준다느니, 그래서 임신하자마자 입학원서 넣어야 한다느니 정말 말들이 많았어요. 큰애가 만 세 살 때부터 고민하다 만 4~5세 때(2007~2008년) 영어유치원 2년 보냈어요. 그런데 세 살 터울인 둘째 때는 확실이 붐이 사그라진 게 보여요. 불안하니 만 5세(2011년) 때 딱 1년 보내긴 했지만요. 주변을 보면 일반 유치원을 더 많이 보내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딸 둘을 둔 최현희(37·압구정동)씨의 영어유치원 경험기다.

 박은경(잠원동)씨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초3인 큰애 때는 당연히 학교 보내기 전 2년 정도는 영어유치원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라 영어유치원 보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웬만큼 유명한 곳에서는 자리 없다고 안 받아줘 겨우 보냈는데, 지금 어린이집 다니는 둘째를 보면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어디든 보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뿐더러 엄마들 스스로도 영어유치원이 필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영어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씨는 “수학 과목에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고 리딩과 스피킹·드라마 잉글리시 등 다양한 영어특기적성교육을 하는 사립학교에 큰애를 보낸 것도 영어 때문”이라며 “만약 정부 방침대로 사립초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하지 않으면 결국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 학원)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묻지마’ 열풍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보내더라도 ‘따져보자’는 태도다. 한마디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거다. 하지만 영어 열풍 자체가 사그라진 건 아니다. 일부에선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금지 방침 이후 영훈초 입학경쟁률이 떨어진 건 역설적으로 학부모의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선호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어교육, 특히 조기교육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한데 영어유치원 열풍이 꺾인 이유는 뭘까. 또 교육부 방침대로 영어몰입교육이 전면 금지되면 엄마들 마음은 어디로 움직일까.

2015학년도부터 대원·영훈 국제중 선발 방법이 100% 추첨으로 바뀐다. 3배수 선발 후 추첨 마지막
학년인 2014학년도 입시설명회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렸다. 우수 학생끼리 모이는 마
지막 기회인 만큼 일단 국제중에 가고 보자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사진은 한 입시기관의 국제중·특목고 입시설명회 현장. [뉴시스]

필수였던 영어유치원, 이젠 선택

 9살·4살짜리 딸 둘을 둔 성윤경(37·삼성동)씨는 “나를 포함해서 통상 둘째는 영어유치원에 잘 안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때 시행 착오를 겪어본 사람들 아니냐”며 “많게는 한 달에 200만원씩 수업료를 내는데 솔직히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4 아들과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그리고 3살 막내를 둔 심모(40·방배동)씨도 “첫째와 둘째 모두 영어유치원에 3년을 보냈다”며 “셋째는 아직 어딜 보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둘째 때는 무조건 보내자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영어유치원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애들 보낸 유치원이 이 근방에서 꽤 이름있는 곳이었는데 지난 7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영어유치원 인기가 식었다는 걸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들이 막내 자녀의 영어교육에 손을 놓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반 유치원에서도 영어 수업 하는 곳이 많기도 하거니와 이와 별도로 영어학원을 보내 영어는 꾸준히 가르친다. 성씨는 “첫째때와 달리 둘째는 정부 보육료 지원으로 유치원을 무료로 보내니 영어 학원비만 20만원이면 된다”며 “영어유치원 인기가 꺾인 건 이런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5살·2살짜리 자녀를 둔 좌은령(33·논현동)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영어유치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여유 있으면 영어유치원 보내고 싶지만 1년에 2000만원 투자해서 안 다닌 애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대신 일반유치원 보내고 유치원이 파한 오후에 영어유치원 애프터스쿨에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성씨나 좌씨 모두 일반유치원을 보내면서 영어유치원의 방과 후 프로그램만 이용하겠다는 실속파인 셈이다.

 이게 가능한 건 올해부터 만 3~5세 전 계층 아동에게 유치원·어린이집 보육료가 22만까지 지원되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을 벗어나면 일반유치원과 영어유치원 방과후를 결합한 방식을 선호하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

 김진희(37·신길동)씨는 “영어유치원 다니던 아이들이 보육료 지원 이후 일반 유치원으로 많이 옮겨갔다”며 “우리 아이가 다니는 영어 유치원도 3개반이 1개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경제력과 무관하게 영어는 만족할 만큼 늘지 않고 인성교육이나 우리말 어휘 수준에만 문제가 생겼다는 불만도 있다. 그래서 영어유치원을 보내더라도 과거 인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처럼 2~3년을 보내는 게 아니라 1년만 보내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가 하면 각 유아교육시설의 장점만 취하겠다는 학부모도 있다.

 서초토토빌(놀이학교) 김은경 원장은 “학부모가 놀이학교·유치원·영어유치원에 요구하는 서비스가 각각 다르다”며 “1년 단위로 단기 목표를 정해 이 세 곳을 왔다 갔다 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 2학년을 둔 전모(37·잠원동)씨가 그런 경우다. 놀이학교→대학 부설 유치원→영어 유치원 순서로 자녀를 보냈다. 그는 “놀이학교에선 교구수업과 놀이 위주의 창의력 교육을 받고, 유치원에선 예의 익히기 등 인성을 기르며 한글·영어 등 학습도 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공부태도를 기르고 영어유치원에 가니까 어렵지 않게 수업을 잘 따라가더라”고 떠올렸다. 김 원장은 “3~4세에는 놀이학교, 5~6세에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게 하나의 코스가 됐다”며 “영어유치원 앞뒤로 1년 정도 일반 유치원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영어유치원, 왜 더 늘었지

 영어유치원 인기가 식었다지만 강남 일대엔 여전히 영어유치원이 많다. 강남교육지원청이 추산한 강남·서초구 유아 대상 어학원 수는 2006년 32개, 2009년 56개에서 2013년엔 75개로 더 늘었다. 반면 강남·서초구의 2013년 공·사립 유치원 수는 64개(서울교육통계)에 불과하다. 영어유치원이 여전히 유아 대상 교육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동석 워릭(영어 유치원) 총괄운영이사는 “영어 유치원 수가 는 것은 착시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교육기관으로 등록했던 놀이학교들이 영어교육 수요를 흡수하려고 어학원으로 업종을 변경해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숫자가 더해지다 보니 유아 대상 어학원 수가 늘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어유치원 수의 증감과 무관하게 영어유치원을 바라보는 학부모 시선이 차분해지면서 간판만 걸면 장사가 잘 되던 호시절은 지났다.

 실제로 경영악화로 갑자기 문 닫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유명 연예인 자녀가 많이 다녀 유명세를 탔던 청담동 M 영어유치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갑자기 문을 닫아 여기 보내던 학부모를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전민건 라트어학원(도곡동) 부원장은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한다.

 그는 “과거엔 그럴듯하게 포장만 하면 신설 영어유치원에도 사람이 몰렸다”며 “그러나 지금은 재원생이 최소 100명이 넘거나 7~8년 이상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곳에만 엄마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히 인기높은 사립초

 영어유치원이 아닌 일반 유치원을 보내겠다는 학부모도 영어 교육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한 사립초 인기가 높은 이유다.

 그러나 지난 10월 7일 교육부는 2014학년도부터 사립초에서 하고 있는 1·2학년 영어수업과 3학년 이상의 영어몰입교육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여파로 17년 전 국내서 영어몰입교육을 처음 도입한 영훈초 입학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사립초에 대한 인기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서울 소재 39개 사립초(알로이시오초는 2015년 폐교 예정) 중 영훈초를 제외하고 나머지 학교 모두 경쟁률이 올랐거나 지난 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올해 전체 경쟁률은 2.5대 1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계성초는 원래 인기가 많았지만 올해는 경쟁률이 더 올랐다.

 사립초가 영어몰입교육을 금지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성신초 5학년 자녀를 둔 이모(37·돈암동)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아이가 수학에 재능이 있어 경시대회 문제 등 심화학습에 강한 학교를 찾다보니 사립초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심씨도 첫째에 이어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둘째도 사립인 숭의초에 보냈다. 그는 “성적표에 과목별로 학생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자세하게 기록해준다”며 “학교에서 아이를 세심하게 돌봐주는 게 마음에 들어 둘째도 같은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좌은령씨 역시 “영어몰입교육이 금지돼도 사립초에 도전해볼 생각”이라며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시킬 수 있는 교육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키워드

누리과정
: 유치원·어린이집 구분 없이 공통 교육과정을 배우고, 부모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유아의 학비·보육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 지난해 만 5세를 대상으로 도입한 데 이어 올 3월 만 3~4세까지 확대됐다. 교육과정은 신체운동·건강, 사회관계, 의사소통, 예술경험, 자연탐구 5개 영역이 있다.

보육료·유아학비: 만 0~5세 유아를 키우는 부모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비.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보육료, 유치원을 다니면 유아학비를 지원받는다. 3~5세 누리 공통과정은 22만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지원금액을 2014년 24만원, 2015년 27만원, 2016년 30만원 등 점점 늘려나갈 계획이다.

양육수당: 자녀를 교육기관이 아니라 가정에서 키울 때 받는 돈. 만 3~5세 유아는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매달 10만원을 받는다. 누리과정을 도입하지 않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낼 때는 보육료·유아학비가 아니라 양육수당을 받는다.

영어유치원교육부 관리·감독,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사립초 영어교육 정상화 방안: 사립초에서 하는 영어몰입교육을 금지하는 교육부 정책. 교육부는 대부분 사립초에서 이뤄지고 있는 1·2학년 대상 영어 수업과 외국 교재 사용 등이 문제라고 보고 6개월 내에 영어몰입교육을 정규과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장학지도를 하고 있다.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일정 기준 이상 점수를 받으면 동일한 등급을 받는 내신 산출방법. A-B-C-D-E-F 6단계가 있다. 중간·기말고사 성적과 수행평가 결과를 합쳐 총점을 낸다. 90점 이상은 A, 80점 이상은 B, 70~80점은 C, 60~70점은 D, 60점 미만은 E등급을 받는다. F는 40점 미만으로, 올해 시범 평가 후 내년에 도입한다. 2014년부터 중학교 전 학년이 절대평가를 시행한다.



윤경희·정현진·전민희·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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