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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수학시험과 비슷 … 한번 내린 결정 바꾸면 틀린 경우 많아"

16세의 프로골퍼 리디아 고는 “탤런트 김수현 오빠와 같이 골프를 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사진은 지난 6월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에서 열린 2013 US여자오픈 출전 당시의 모습.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여자 골프 천재 리디아 고(16·한국이름 고보경)는 프로 데뷔를 하루 앞둔 21일(한국시간) 코스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에 지금 막 출시된 아이폰5인데 잃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엄마 현봉숙씨에게 칭얼댔다. 그는 코스 곳곳을 뒤져 기어이 휴대전화를 찾아왔다. 경기할 때는 포커페이스인 리디아 고는 휴대전화를 두고는 잠깐 사이에 표정이 확 바뀌어 있었다. 그는 “미국 골프채널 인터뷰를 하면서 연습 그린 옆에 뒀다가 깜빡 잊었는데 박희영 언니 캐디가 챙겨놓고 있더라”면서 좋아했다.

 현봉숙씨는 “일어나자마자 휴대전화로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잠자기 직전에도 친구랑 카카오톡 같은 걸 하면서도 휴대전화를 자꾸 잃어버린다. 지난해 캐나다 오픈에서 우승할 때도 공항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하더니 자꾸 덜렁거린다”고 혀를 찼다. 지난주엔 샌디에이고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코스에서는 실수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리디아 고는 코스 밖에서는 아직 영락없는 열여섯 살(한국나이 열일곱) 고등학생이었다. 리디아 고는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몸에 매달고 다녀야겠다”면서 웃었다.

 리디아 고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에서 시작된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타이틀홀더스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우승 상금이 70만 달러나 되는 큰 대회인데 리디아 고는 첫 라운드를 미셸 위와 함께 경기해서 71타 공동 30위를 기록했다.

 아마추어로 LPGA 투어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거물 신인의 프로 데뷔전인 만큼 경기 전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다 들어주지 못해 USA투데이 기자는 리디아 고와 같은 조로 프로암에 참가해 짬짬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리디아 고의 공식 인터뷰 시간은 오전 8시30분이었다. 골프 대회에서 인터뷰는 대부분 정오 이후인데 미국 골프채널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에 생중계하기 위해 일찍 잡았다고 한다. 그래도 기자실이 꽉 찼다. 리디아 고는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뭔가.

 “가장 큰 것은 공항 입국장에서 여권을 낼 때 골프 대회에 참가하러 왔다고 하면 ‘너 프로냐’고 묻는데 이제 당당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것. 또 프로암에 나갈 때 내가 아마추어가 아니라 진짜 프로로서 나가는 것 등이 차이다. 물론 이것뿐 아니라 프로와 아마추어는 부담감 등에서 다르다.”

 - 이제 큰 광장에 나온 것과 같다. 기분이 어떤가.

 “사실 큰 차이는 모르겠다. 아직 경기를 안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첫 번째 티샷을 할 때면 아주 떨릴 것 같다. 이 골프장의 첫 홀이 (실수를 해도 파 세이브할 수 있는 확률이 큰) 파 5인 것이 아주 행운이다.”

 -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이 크다.

 “엄마랑 나랑 상금 액수를 보고 놀랐다. 우승 상금이 여자대회에선 가장 큰 70만 달러인데 2등과는 차이가 많아 2등 한 선수는 아쉽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1등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래도 프로가 돼서도 돈 생각하지 않고 경기하려고 한다.”

 - 아마추어라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못 받은 상금이 올해만 10억원이다.

 “처음엔 아쉬웠다. 그러나 달라고 한다고 해서 주는 것도 아니고 어쩔 것인가. 그 다음엔 돈 생각 일절 안 하기로 했다.”

 리디아 고는 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현씨를 보고 “엄마 그런데 나 160달러 필요해”라고 했다. 뉴질랜드의 은행 계좌 유지 비용이란다. 현씨는 “딸이 액수가 큰 상금엔 신경 쓰지 않지만 작은 돈엔 신경 쓴다”고 했다.

 - 골퍼로서 강점이 뭔가.

 “드라이브샷이다. 페어웨이를 많이 놓치지 않아 버디 잡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퍼트를 잘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그래도 최근 많이 늘었다.”

 - 드라이버 라이선스(면허증)가 있나.

 “없다. 운전은 못한다. 그래도 코스에서 드라이브를 잘한다”

 - 아이언 거리 컨트롤이 여자 선수 중 최고라는 분석이 있다.

 “양궁을 좋아한다. 양궁처럼 홀 가까이에 아이언샷을 붙이는 대회를 한다면 내가 유리하다. 지금보다 우승 기회가 더 많이 올 것 같다. 100야드 안쪽에서는 신지애 언니가 가장 정확하다. 그 이상 거리에선 아이언샷이 좋아 나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 아이언 연습은 어떻게 하나.

 “집 근처 골프장에서 파4와 파5홀은 건너뛰고 파3홀에서만 연습한다. 블루·옐로·화이트 등 각 티에서 공을 서너 개씩 친다. 거리 맞추기 연습으로는 아주 좋다.”

 - 에비앙 대회에서 2위를 한 것이 아쉽지 않았나.

 “특히 2라운드에서 샷이 아주 잘됐다. 홀 옆에 딱딱 붙였다. 그런데 퍼트가 너무 안 됐다. 수잔 페테르센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승하더라.”

 - 어떻게 그걸 맞혔나.

 “에비앙 대회 직전 캐나다 오픈에서 내가 수잔에게 이겼다. 지난해 캐나다 오픈에서 내가 신지애 언니에게 이겼는데 언니가 이후 두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길래 수잔도 우승할 거라고 봤다. 그게 들어맞더라.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놓쳐 아쉽긴 하지만 메이저 우승에 가까이 간 것에 만족한다.”

 - 스트레스를 뭘로 푸나.

 “주로 한국 드라마 본다. 여자 걸그룹이나 연예인은 잘 모르고 소지섭과 김수현·탑 등 좋아한다. 아무래도 나도 외모를 보는 것 같다. 김수현은 완전 잘생겼다.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 공준수로 나오는 연예인의 캐릭터가 좋다. 착하고 잘생겼다. 엄마는 드라마 때문에 눈만 높아진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 것 같다.”

 - 아직 결혼 얘기 하기엔 어린 것 아닌가.

 “정말이다. 결혼 못할 것 같다. 그 정도로 착하고 멋진 사람이 아니면 결혼하기 어려울 것 같다.”

 - 어떤 사람과 라운드를 함께하고 싶나.

 “김수현 오빠 같이 골프 쳐요!”

 어머니 현씨가 오빠뻘 되는 연예인과 골프를 하자고 하면 괜히 이상한 소리가 나올 수 있으니 아저씨뻘인 소지섭과 함께하고 싶다고 하라고 조언을 했는데 리디아 고는 듣지 않았다. 잠깐 망설이더니 김수현을 외쳤다.

 - 어느 정도 노력을 했나.

프로골퍼 리디아 고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LPGA 투어 CME 타이틀홀더스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네이플스 AP=뉴시스]
 “뉴질랜드에선 열심히 한 축이다. 그래도 수업이 끝나면 오후 4시라 많이 해도 서너 시간밖에 못한다. 다른 한국 선수들처럼 하루 12시간씩 하는 건 상상도 못했다. 가장 오래 한 기억은 있다. 엄마가 빨래 널고 올 때까지 퍼트 하고 있으라고 했는데 3시간이 지나서 돌아오셨다. 그때까지 퍼트 연습했다. 난 오랫동안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인데 내가 퍼트 연습을 3시간이나 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연습을 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하곤 했다. 리듬감이 생기고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요즘은 음악 듣지 않고 집중력 있게 연습하려 한다.”

 - 은퇴 후 하고 싶은 다른 일은 뭔가.

 “골프와 연결된 것이다. 골프 관련 방송도 할 수 있고 소렌스탐처럼 자선재단을 할 수 있다. 아직 잘 모르겠다. 내년에 열일곱인데 앞으로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나도 모른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더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 지난해 신지애를 이기고 올핸 수잔 페테르센도 이겼다. 멘털이 강한 것 같다.

 “절대 아니다. 무서운 영화를 보면 바로 옆에 있는 내 방에도 가지 못한다. 골프 코스에서 떨려서 실수한 적도 많다. 인비 언니가 진짜 강심장인 것 같다. 되게 여유로워 보인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버디 퍼트는 다 넣더라. 그래서 세계 1등인 것 같다.”

 - 종교는 있나.

 “가톨릭이다. 신부님이 기도할 때와 샷 할 때는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막으라고 한다. 뭐든 잡념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미국으로 이사할 것인가.

 “미국 투어에서 뛰니 미국에 집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경기 없을 때 쉴 곳이 필요하다. 지난주 필 미켈슨을 만났는데 대학 졸업 후 그냥 살던 곳에 눌러 산 것이 후회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에 세금이 너무 많아서 그런단다. 플로리다·텍사스 등 소득세가 없는 곳으로 정할 것 같다. 최종 결정은 아직 안 했다.”

 - 타이거 우즈가 아니라 정말 필 미켈슨을 가장 좋아하나.

 “그렇다. 그를 만나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오마이갓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즈는 실력도 좋고 카리스마가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아니다. 좋아하는 선수 순위를 매길 수 있다. 1순위가 필 미켈슨, 2순위가 버바 왓슨, 3순위가 리키 파울러, 4순위가 로리 매킬로이, 5순위가 애덤 스콧, 6순위가 타이거다.”

 - 학업은 어떤가.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한다. 엄마가 그걸 잘해야 그린 경사도 잘 보고 골프도 잘할 수 있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 정도다. 지지난주까지 학기말 시험을 봤는데 공부도 해야 하고 프로 전향을 앞두고 연습도 해야 해서 초조했고, 밸런스를 찾기가 어려웠다. 성적은 1월에 나오는데 상위권을 바라지는 않고 그저 통과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리디아는 학업이 별로라고 했지만 그의 수학 실력은 매우 뛰어나다. 지난해까지 뉴질랜드 최고 수준의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삼촌 고재민(49·전 중부대 골프지도학과 교수)씨는 “리디아는 수학 문제 풀듯이 18개 홀을 푼다. 퍼트를 하기 전에 그린 빠르기와 브레이크, 경사, 잔디 결, 퍼트가 짧았을 때, 길었을 때, 성공했을 때, 실패했을 때의 방어 전략, 다음 홀의 티샷 등의 다양한 상황을 미리 계산하는 것 같다”고 했다.

 - 골프를 어떻게 푸나.

 “나는 골프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학처럼 단순하고 명료하게 본다. 한번 결정 내린 걸 다시 생각하면 틀린 경우가 많다. 시험 볼 때와 비슷하다. 그럴 때는 매우 짜증이 난다.”

 - 모자는 언제 바꿔 쓸 것 같나.

 “스폰서가 생겨야 모자를 바꾸지 않나. 스폰서가 안 나오면 모자에 리디아 고라는 이름을 붙일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때부터 쓰고 있던 뉴질랜드 골프 발전 캠페인 모자를 쓰고 있다. 프로가 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 한 용품사와 계약한다는 설이 있다.

 “용품은 여러 가지를 테스트하고 있다. 스폰서라기보다는 가장 좋은 걸 택할 것 같다. 스폰서 계약 등은 부모님이 결정하시고 나는 게임에만 신경 쓸 것이다. 너무 조급해하고 싶지 않다.”

 리디아 고는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에게 스폰서 계약은 매우 중요하다. 투어를 다니려면 여행 경비가 많이 드는데 후원해주는 스폰서가 없다면 돈 때문에 초조해지고, 퍼트 하나하나에 긴장이 더해져 경기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폰서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지표로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 국적을 한국으로 바꿀 생각은 없는가.

 “여섯 살 때 뉴질랜드로 건너와 10년이 지났다. 여섯 살 이전의 일들은 거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뉴질랜드 문화가 더 편하다.”

 - 한국은 어떤가.

 “물론 애착이 많다. 부모님이 한국 사람이고 나도 서울에서 태어났다. 내가 유치원 때 이민을 와서 글쓰기는 그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 집의 공용어는 한국어다. 부모님 고향인 제주도 가면 좋아하는 간장게장집에 꼭 가고 흑돼지와 젓갈도 잘 먹는다. 곱창·순대 빼고 한국 음식 아무거나 잘 먹고, 느글느글한 음식 먹으면 김치찌개가 무척 당긴다. 한국 음식과 소주가 베리 굿이라고 하는 아빠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 다른 한국계 아이들처럼 가장 친한 친구는 한국계 아이들이다.”

 - 뉴질랜드에서는 리디아가 한국 국적으로 바꿀지 걱정이 되는 것 같다.

 “LPGA 입회 허가 기자회견에서 뉴질랜드 기자가 ‘한국 국적으로 바꿔야 스폰서를 잡는 데 유리할 텐데 올림픽에 어느 나라 국적으로 뛸 거냐’고 질문하더라. 뉴질랜드로 나갈 거라고 답했는데 못 미더운지 거듭 묻더라. 한국을 좋아하지만 뉴질랜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은혜를 저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몇몇 한국 선수가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주니어 대표로 무료 라운드 등 혜택을 받고 프로가 될 때 스폰서 잡기에 유리한 한국으로 돌아온 경우가 있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한국계 선수는 대표로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는데 리디아 고가 그런 인식을 바꾸고 있다.

 리디아 고는 “한국에 가면 집에 간 것 같고 뉴질랜드에 가도 내 집 같다”며 웃었다.

네이플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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