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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미동맹< 미·일 밀월 … 1년 만에 관계 역전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일(현지시간) 조지타운대에서 강연을 했다.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미래’란 제목의 강연은 A4 용지로 10장 분량이나 됐다. 백악관이 나중에 보도자료를 내면서 안보·경제·가치 등 소제목을 붙여 구분했을 만큼 라이스 보좌관의 이날 강연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대 아시아 정책의 집대성이었다.



작년 말 일본 외교관 "한국 부러워"
올해는 아베, 전방위 친미 외교
미, 일본 자위권 활용해 중국 견제
한국의 미·중 균형 외교도 영향

 강연에서 한국은 단 한 문장만 언급됐다. 그나마도 북한문제와 연결 지어 “한·미 연합전력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있도록 군사능력을 강화하고 있다”였다. 반면 동맹의 맨 우선 순위로 언급된 일본의 경우 내년 초 집단적 자위권을 명시한 미·일 안보가이드 개정, 그리고 일본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 등을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일본 측 NSC 파트너와의) 협의가 기대된다”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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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대미 외교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한참 뒤처졌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뒤 워싱턴 미 상공회의소에서 만난 주미 일본대사관 경제공사가 “한국이 부럽다”고 했을 정도다. 백악관과 국무부·국방부 당국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동맹은 역사상 가장 탄탄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상황은 달라졌다. 한·미동맹 얘기가 쏙 들어간 대신 미·일동맹이 그 자리를 꿰찼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 2월 워싱턴을 방문해 “일본이 돌아왔다”고 외친 이래 어느 새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에 역전당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계기가 된 건 아베 정부의 친미 외교다. 3월 오바마 행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연방정부 재정적자에 따른 국방비 감축으로 신음하는 미국을 대신해 아시아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나섰다. 그 결과 지난 10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도쿄 동반 방문으로 이어졌다. 미·일 2+2(외교·국방장관)회담에서 발표된 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인정이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감대와 재정적자라는 미국 내 형편이 겹쳐 미국과 일본의 2인 3각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미국으로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방위력을 활용해 역내 관리의 핵심 파트너로 삼겠다는 의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국 인사들을 만나 “한·미·일 공조를 위해선 한·일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며 은근히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권하기 시작했다.



 박근혜정부식 미·중 균형 외교도 형세 변화에 한몫했다. 중국과의 경제 외교 등을 의식해 TPP 가입을 저울질하고, 미·중 간 균형 잡기에 치중하는 사이 한·미동맹은 정체 상태다. 그러는 사이 한·미 사이엔 원자력협정, 방위비 분담금 개선 협정 등 풀기 힘든 숙제만 쌓이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연기라는 숙제까지 얹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국관계 전문가들은 “사이클로 봤을 때 한·미 관계는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인 반면 미·일 관계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19일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의 차이가 좀 더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일본의 대미 외교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라이스 보좌관이 “내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히자 교도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4월 방일설을 보도했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미·일동맹 강화를 공식 선언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 중이라는 것이다. 일본 방문이 이뤄진다면 2010년 10월 이후 3년반 만에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



 미·일동맹에 대한 주변국들의 지지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미국의 또 다른 우방인 호주도 20일 워싱턴에서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환영했다.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은 “호주 정부는 일본의 안보정책 수정을 지지하며, 일본과의 정보 공유를 진전시켜 나가겠다”였다.



 그동안 미국의 동북아 정책은 한·미·일 협의를 축으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독도·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냉랭해지고 한·중 간 거리가 가까워지자 전략을 수정하는 모양새다. 미·일 방위조약 개정이나 일본의 NSC 창설 등에 힘을 실어주는 건 일본의 역할 확대에 이미 손을 들어준 격이다. 외교가에선 “한국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발목 잡힌 사이 미국이 신 애치슨 라인을 그리는 걸 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1950년 미국의 국방장관 애치슨은 미국신문기자협회 연설에서 중국에 맞선 미국의 극동 방위선을 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잇는 선으로 결정해 한국을 제외시켰다. 이 애치슨 라인은 5개월 뒤 북한의 도발을 초래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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