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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시시각각] 응답하라, 1983 1993 베이비

이규연
논설위원
짓궂은 속설이 있다. 남을 못되게 하는 건 쉽지만 잘되게 만드는 건 어렵다. 또 무엇을 못 하게 하는 건 쉽지만 하게 만드는 건 어렵다. 이런 속설이 출산만큼 잘 통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애를 못 낳게 하는 건 쉽지만 낳게 만드는 건 어렵다. 우리의 인구사가 그 증거다.



 박정희정부는 집권 초기인 1961년 출산억제 정책을 쓴다. 이승만 정부의 장려 정책을 무너뜨리는 조치였다. 고출산이 가난의 늪을 깊게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방향을 정반대로 틀었다. 피임도구 보급, 정관 시술, 저출산 세제지원 등이 마을 단위까지 파고든다. 취지대로 출산은 급격히 줄어든다. 22년 만인 1983년,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이르는 합계출산율이 2.08명을 기록한다.



 인구학에서는 2.1명을 인구대체 출산율이라고 부른다. 조기 사망 등을 고려할 때 인구 피라미드를 유지시키는 수준을 뜻한다. 이를 밑도는 상황이 오게 되자 몇몇 인구학자는 그간의 정책에 회의를 품는다. 하지만 출산억제 정책은 한창 질주 중이었다. 이들의 목소리쯤은 헛간의 모기 소리로 밀어버린다. 10년 뒤 문민정부가 시작된 1993년에야 질주는 멈춘다. 급기야 1996년 출산장려 중심의 신(新)인구정책의 막이 오른다. 당시 출산율은 1.58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때는 늦었다. 별별 출산장려 수단을 동원하지만 우리는 초(超)저출산 국가로 치닫는다. 저출산은 고령화의 뒷면이다. ‘저출산·고령화 속도 세계 1위’는 뉴스도 아니다. 이번 주에도 놀랄 만한 인구통계가 발표됐다. 노인인구 비중이 2000년 7%에서 2018년 14%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 115년, 미국 71년 걸렸던 변화가 18년 만에 벌어졌는데도 모두 무덤덤하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교훈을 얻기 위해 가끔은 가정을 해 본다. 만약 1983년 그때, 출산율을 유지했다면 미래는…. 실제로 한 연구팀이 통계 프로그램에 넣고 돌려봤다. 2018년 노인인구 비중이 12% 밑으로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버 쇼크에 대비할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었다.



 가족계획 면에서 한국은 중국의 선배다. 대략 20년 시차를 두고 닮은꼴 정책이 나왔다.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은 1980년에 시작된다. 1가구 1자녀가 대표적이다. 둘째를 낳으면 벌금을 물리는 가혹한 수단까지 동원한다. 벌금이 무서워 호적에 올리지 못하는 흑해자(黑孩子·검은 아이)가 넘쳐난다. 하지만 인구 감소라는 목표만큼은 달성한다. 우리가 출산억제 정책을 포기한 1993년, 중국의 출산율은 2.01을 기록한다. 중국 역시 출산율이 인구대체 수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피임시술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중국은 1가구 1자녀 노선을 사실상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출산율이 1.6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노동인력 감소를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33년간의 가족계획 정책을 허무는 결정을 했다. 인구 대국(大國)의 둘째 허용에 지구촌이 흔들리고 있다. 식량난 예고에서 군사대국화 우려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육아용품·교육 주식이 오르고 피임 관련 주는 떨어졌다. 이런 전망대로 중국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날까. 우리 사례를 보면, 한번 인구대체 수준 이하로 내려간 출산율은 수십 년이 돼도 회복되지 않는다. 서구사회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중국에도 애를 못 낳게 하는 건 쉽지만 낳게 하는 건 어렵다는 속설이 통한다면 인구폭발은 기우가 될 것이다. 중국이 우리처럼 1993년에 실기했는지는 머지않아 숫자로 나타날 것이다.



 살다 보면 우리 앞에는 ‘와해적 조짐’이 출현한다. 대부분은 이를 제때 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다. 기존의 판을 뒤집어야 할 상황이 닥쳤는데도 관성대로 질주한다. 시대 탐지능력을 키우려면 1983년 같은 실패사례를 가끔은 호출해야 한다. 그 응답을 토대로 떠오르는 이슈를 잡아채는 눈을 가져야 한다.



이규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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