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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서 고구마 구워 먹으며 교사·학부모 유대관계 다져요

14일 천안 행정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고구마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며 손을 지피고 있다.


14일 오후 2시 천안 행정초등학교. 전교생 38명의 작은 시골 학교운동장에 불이 피어 올랐다.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며 고구마가 구워지는 동안 학부모와 학생들은 나태주(70) 시인과 함께 대표 시 ‘풀꽃’을 함께 읽었다.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풍경이었다.

천안 행정초등학교 텃밭서 수확 해마다 잔치



“학부모를 위한 행사가 자주 이뤄져 교사와 학부모간의 유대관계가 좋은 편이에요. 학교에 오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고 즐겁게 느껴져요.”



 천안 광덕면의 행정초등학교(교장 한경삼)에서 고구마 잔치가 열렸다. 올 봄 학교 옆에 딸린 작은 텃밭에 심었던 고구마를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수확한 후 학부모를 초대한 자리였다.



부드러운 가을 햇볕이 가득한 작은 시골 학교 운동장에 김대호 교감이 직접 면장갑을 끼고 올해 처음 장만한 드럼통 그릴에 숯불을 피웠다. 좀 더 넉넉히 굽기 위해 그릴 옆에 벽돌을 쌓아 만든 작은 아궁이에도 불을 지폈다. 곧 은박 호일에 하나씩 싼 고구마와 가래떡이 숯불 위에 올려 졌고 구수한 냄새는 온 학교 운동장으로 퍼져나갔다.



마침 이날은 공주문화원장이자 시인인 나태주(70)씨의 초청 강연이 계획돼 있어 의미를 더했다. 운동장에서 고구마가 구워지는 동안 급식실에 모인 학부모와 학생들은 시인이 준비해 온 짧은 시 여러 편을 함께 읽으며 ‘바로 지금, 여기, 내 옆에 있는 당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함께 들었다. 작은 초등학교가 모처럼 시간을 내 참석한 학부모들로 북적거리고 잘 구워진 고구마를 집게로 뒤적이는 남자 교사들의 손은 더욱 바빠졌다. 고구마와 찰떡궁합인 김치 접시를 놓는 여교사의 모습에선 넉넉한 마음까지 느껴졌다.



노랗게 익은 고구마와 가래떡.
 행정초등학교의 학부모 초대 고구마 잔치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해마다 학교 옆 텃밭에 고구마를 심고 수확해 잔치를 열어 왔으며, 올해는 ‘농어촌체험학교’에 선정돼 다양한 야채를 종자 별로 분양받고 씨앗을 텃밭에 심고 가꾸게 됐다. 학생들은 학년별로 다른 품종의 야채를 심고 기르며 자라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도 찍어 재배일기를 기록해 왔다. 학생들에게 수확의 기쁨은 물론 인성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텃밭을 가꾸는 셈이다.



 김영찬(행정초 3)군은 “직접 심어 가꾸고 캐낸 거라 더 맛있다”며 “고구마를 심을 때마다 과연 잘 자랄 수 있을까 걱정하는데, 가을이 돼서 고구마를 캘 때는 정말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백운비(행정초 4)군도 “작년에는 집에 가져갈 정도로 많이 캤는데 학교에서 구워 먹는 고구마가 훨씬 더 맛있다”고 자랑했다. 대구에서 전학을 왔다는 권유진(행정초 4)양은 “도시 학교에 다닐 때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체험활동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고구마를 구워먹으니까 즐겁고 친구들끼리 사이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고구마 잔치에 참여한 학부모들 역시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1학년과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하나(40)씨는 “학교 행사로 얼굴을 익힌 학부모들끼리 서로 친구처럼 지내고 학생들 역시 어른들께 낯가림 없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이 많아 학교 자랑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행정초등학교는 이밖에도 ‘논산 딸기 따기 체험’ ‘태학산 등산대회’ ‘공주 마라톤대회’등의 현장체험활동을 전교생의 가족들이 모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한경삼 교장은 “학부모와 함께 하는 고구마 잔치는 드럼통 그릴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학부모들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수가 작아 선생님이 아이들의 성향을 골고루 파악해서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가르치고 돌볼 수 있다”며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이 많지만 가정에서 지원해 줄 수 없는 문화와 체험활동을 학교에서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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