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인생은 아름다워] 천안적십자 봉사관 박말순 실장

천안적십자 봉사관 박말순 실장은 소외된 이웃들의 친구이자 가족으로 26년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름다운 선행이 따뜻한 가족을 탄생시켜 쌀쌀해진 날씨에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천안적십자 봉사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말순(59·여)실장과 새터민 유춘미(28·여·가명)씨의 영화 같은 가족 이야기가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26년간 봉사 활동 … "딸로 삼은 새터민 시집도 보냈어요"



지난 26년 동안 천안적십자 봉사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말순 실장은 서른을 바라보는 다 큰 딸이 한 명 생겼다. 또 지난 2일에는 마음으로 낳은 딸을 시집 보내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린 시절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집안의 쌀을 퍼 나르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는 박 실장은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우연히 적십자사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지만 아이들이 등교하고 난 후 틈틈이 나와 어려운 이웃들의 손발이 되어 주고 말동무를 해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26년이라는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동안 소년소녀가장이며 외국인 근로자, 새터민, 독거노인 등 수많은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누며 생활해 온 박 실장은 8년 전 운명처럼 춘미씨를 만나게 됐다.



 지난 2005년 동생과 함께 제3국을 거쳐 어렵게 한국땅을 밟은 춘미씨는 금방이라도 행복이 찾아올 것 같았지만 의지할 곳 없는 한국 땅은 오히려 지친 심신을 더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하나원을 나온 탈북자를 1대 1 상담(정착) 도우미에게 연결시켜주는 업무를 맡았던 박 실장은 춘미씨를 상담 도우미에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상담 도우미는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1년 동안 시장보기부터 병원 가기, 버스 이용하기 등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곁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에요. 춘미도 그때 친절한 상담 도우미를 연결시켰는데 한국 땅에 정착하기 위해 온 천안에서 처음 본 사람이라서 그런지 틈만 나면 절 찾아오더라구요. 그때는 낮 동안은 외부로 봉사활동을 다니고 저녁에는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던 때였는데 사무실로 찾아온 춘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박 실장을 찾아오는 춘미씨의 발길이 이어질수록 두 사람의 정은 깊어갔고 아들만 둘을 키워온 박 실장은 어느 순간 딸을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는 춘미씨에게 다짜고짜 ‘너 내 딸 해야겠다’라고 말했고 춘미씨는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서로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이후 춘미씨는 작은 일이라도 박 실장을 찾아와 의논했고 매년 명절이면 시집간 딸이 친정집에 돌아오듯 박 실장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 땅을 밟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었겠어요. 몇 년 동안 춘미를 딸처럼 생각하고 지내다 보니 진짜 딸인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딸처럼 여기며 그 아이가 겪어온 수많은 고통을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집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해줘 예쁜 딸을 얻게 된 거죠.”



 최근에는 결혼을 앞둔 춘미씨가 아버지 대신 박 실장 남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길 희망했고 박 실장 남편도 흔쾌히 이를 받아들여 온 가족이 춘미씨의 결혼에 참석해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특히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 마련해 놓은 비용을 기꺼이 춘미씨의 신혼살림에 보태기도 했다.



 “지난해 남편 회갑 기념으로 아들 녀석들이 여행을 다녀오라며 여행 경비를 마련해 줬어요. 그때는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 미루다 보니 못 가게 됐어요. 아마 춘미 결혼자금으로 보태라는 하늘의 뜻이었나 봐요.(웃음) 그래도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춘미 결혼하는데 보탤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딸 시집 보내면서 돈이 없어 쩔쩔 매면 안되잖아요.”



 춘미씨 역시 신혼여행 후 가장 먼저 박 실장의 집에 들러 인사를 전하고 지금은 행복한 신혼의 단꿈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박 실장은 또 춘미씨 외에도 나이가 비슷한 새터민에게는 친구처럼, 나이가 어린 새터민에게는 엄마처럼 대하며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새터민들에게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얼마 전에도 젊은 새터민 여성이 친정 엄마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박 실장을 찾기도 했다.



 지금도 20여 명의 새터민을 비롯한 200여 명의 소외 계층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박 실장은 “봉사하는 기쁨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며 “앞으로도 가족들의 든든한 후원이 있는 한 오래도록 봉사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박 실장의 선행을 묵묵히 지켜봐 온 천안서북경찰서 신장식 보안계장은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봉사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게 되지만 다 큰 성인을 마치 자신이 낳은 딸인 것처럼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시집까지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세상이 어둡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박말순 실장 같은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인 든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