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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아웃도어스쿨 ⑤ 리지 등반





[중앙일보·네파 공동기획] 스파이더맨 연습 한나절 … 암릉 꼭대기에서 동해를 품다

























































바위는 요즘 가장 ‘핫(Hot)’한 아웃도어다. 바위 오르기, 락 클라이밍(Rock Climbming) 말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북한산·도봉산 바위는 말할 것도 없고, 팔도의 암벽마다 클라이밍을 즐기는 인구로 넘쳐난다. 아웃도어스쿨 다섯 번째 프로그램으로 리지 등반을 잡은 이유다. 꼿꼿이 선 바위가 아닌 바위 능선 즉 암릉(巖陵)을 따라 오르는 등반이다. 난이도는 암벽 등반과 산행(Walking)의 중간 정도로 더러 흙길과 잡목 지대를 걷기도 한다. 지난 10일 강원도 설악산 노적봉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에 11명의 아웃도어스쿨 참가자가 도전장을 냈다. 전서화(53·네파 익스트림팀) 강사를 비롯해 설악산 산악구조대원 6명이 함께했다. 이름만큼 아름다운 바윗길이었다.



생명 지키는 기본기 ‘자기 확보’



동틀 무렵 밤새 내린 가랑비가 그치고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이하 한시길)’이 열렸다. 한시길은 설악산 노적봉(716m)에서 북동면으로 뻗어내린 암릉이다. 설악동에서 올려다 보면 울산바위 남쪽, 삼각형으로 솟은 노적봉 북벽이 보이고 그 아래로 무수한 암릉이 돌기처럼 솟아 있다. 1989년 강원대 산악부가 루트를 개척한 이 길은 ‘소나기가 쏟아진 뒤 암릉 위로 뜬 무지개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한 편의 시를 읊조리게 된다’고 해서 ‘한시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우리 일행이 등반에 나선 날이 딱 그랬다.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동해에서 발사된 볕이 노적봉 능선을 발갛게 달구는 순간, 누구 먼저랄 것도 없이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눈으로만 감상한 이 길을 우리는 기어오르기로 한 것이다.



노적봉 진입로는 ‘탐방 금지’ 표지판에서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왼편의 비룡교를 건너 남쪽으로 100여m 내려가면 오른편에 표지판이 보인다. 그러니까 노적봉은 등반 허가를 받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이다. 우리 일행은 국립공원 설악산사무소에 등반을 미리 신청했다. 30분쯤 올라가면 계곡이 하나 나타나는데, 여기가 장비를 착용하는 지점이다. 바로 올라서면 드디어 한시길 들머리고 왼편은 토왕성폭포에 버금간다는 소토왕골 실폭포가 뻗어내리는 계곡이다. 등반용 벨트에 자기 확보줄과 ‘8자 하강기’를 착용하고, 헬멧을 쓰고 신발끈을 고쳐 맸다. 다들 리지 등반은 난생 처음이었지만 허둥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날 오후 참가자 11명은 설악동 산악구조대 기초훈련장에서 한나절 동안 훈련을 받았다. 등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자기 확보(Self Belay)를 비롯해 기본적인 암벽 등반과 하강 기술을 배웠다.



“자기 확보만은 확실히 배워야 합니다. 자기 확보는 등반자의 추락을 막기 위해 줄과 카라비너(쇠고리)를 이용해 자기 몸을 고정하는 것입니다. 등반을 마치고 확보 지점에 가면 무조건 확보줄의 카라비너부터 끼워야 합니다.”



전서화 강사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추상과 같았다. 참가자들은 난이도가 다른 등반 코스 2개와 하강 코스 1개를 서너 차례 오르며 연습했다. 훈련 성적은 의외로 좋았다. 전 강사는 “젊은 사람들이라 역시 다르다”며 “등산학교 입학생들보다 훨씬 낫다”고 호평했다.



등반 줄 발로 밟는 건 자살행위



사실 이런 자신감 덕분에 한시길 등반을 감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완등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총 8피치(Pitch), 7~8시간이 걸리는 길인데다 우리 일행은 참가자와 스태프를 합쳐 22명이나 됐다. 완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사고의 우려가 있어 5피치만 하고 중간에 내려오기로 했다. 등반에서 1피치는 로프 한 동의 길이를 말하며 50~60m 정도다. 등반 시작점 강태웅(42) 강사가 참가자 복장을 일일이 검수했다.



“벨트가 느슨해선 안 됩니다. 로프에 묶인 벨트는 추락했을 때 몸을 받쳐주는데, 느슨하면 몸이 뒤로 젖혀져 바위에 부딪힙니다. 허리가 꽉 끼도록 최대한 조여야 합니다.”



첫 피치 스타트를 김옥진(30)씨가 끊었다. 리지 등반은 처음이었지만 다부진 걸음이었다. 바위 위에서 빌레이(Belay)를 보는 조휘만(48) 강사가 조언을 했다. “상체를 벽에 바짝 붙이면 발 디딜 곳을 볼 수가 없습니다. 신발 바닥이 최대한 벽에 많이 붙도록 하십시오. 그래야 신발과 벽 사이에 마찰력이 생깁니다.”



빌레이는 등반자가 바위를 오를 때 등반 파트너가 확보를 하면서 등반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기술이다. 참가자들이 등반할 때 강사들이 일일이 빌레이를 하며 줄을 당겨줬다. 위에서 줄을 끌어당기면 벨트가 엉덩이에 꼭 끼여 옹색한 자세가 나오지만 처음에는 다 이런 식으로 입문한다.



생각보다 일찍 한 피치를 끊었다. 비교적 편편한 바위를 올라가니 소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모두 긴 호흡으로 긴장감을 뱉어냈다. 2피치는 틈이 있는 바위였다. 손을 집어넣을 공간이 있어 상대적으로 쉽다. 3피치는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길을 지나 암릉에 진입했다. 이 지점에 올라서니 이제야 리지 등반을 하는 맛이 났다. 북쪽으로 권금성을 바삐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너머로 울산바위가 병풍을 치고 있었다. 울산바위는 미시령 찻길에서 볼 때는 용의 척추처럼 보이지만, 남쪽 리지 길에서 보니 거인의 근육처럼 우람했다.



잠깐 짬이 나는 시간, 강태웅 강사가 바위에 매달린 채 말했다. “등반 줄은 등반자에게 생명과 같습니다. 절대 밟아서는 안 됩니다. 발로 밟으면 로프 사이에 작은 모래가 들어가 로프가 손상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우리의 생명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산꾼에게는 아주 중요한 얘기다. 등산학교에서 줄을 밟는 학생은 혼쭐난다.



한줄기 생명줄엔 진한 우정 흐르고 …



3피치에 올라서니 해발 약 500m였다. 노적봉 정상으로 향하는 리지 길 우측으로 권금성과 죽순봉의 깎아지른 절벽이 아주 멋있었다. 왼쪽으로 동해로 흘러가는 계곡과 시원한 속초 앞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등반하다 뒤를 돌아보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울산바위와 달마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특히 오른편 능선 아래로는 실핏줄 같은 소토왕골 폭포가 흘러내렸다. 간밤에 비가 와서인지 유량이 제법 많았다. 다시 한번 탄성이 이어졌다. 4피치 구간에서는 거대한 노적봉 북면이 보였다. 암릉 꼭대기, 피너클(Pinnacle·암릉의 뾰족한 돌기)을 타고 내려오는 구간은 스릴이 있었다. 전문 강사들이 전 구간에 걸쳐 확보를 해줘 큰 무리는 없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아슬아슬한 암릉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광경은 특별한 감정, 그러니까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이래서 등반가들이 진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5피치 중간 오르막에서 앞서 가던 채가영(22)씨의 신발이 미끄러지면서 뒤로 2~3m 밀렸다. 그러나 벽에 바짝 붙어 바위를 포옹하듯이 미끄러졌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배우지도 않은 기술이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했다. 뒤에서 바라보는 김병영(46) 강사가 감탄했다.



“대단한 용기입니다. 슬립(Slip·등반 중 미끄러져 추락하는 것)을 먹으면 저렇게 곧바로 일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자들도 보통 충격을 받아 긴장하게 되는데, 대단합니다. 앞으로 (등반가로서) 가능성이 있네요.”



5피치를 마치고 나니 스무 명이 앉아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여기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내려왔다. 전날 배운 대로 하강기를 이용해 다운했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아웃도어스쿨 여섯 번째 수업은 ‘백패킹(Backpacking)’입니다. 네파익스트림 소속 구은수 강사와 함께 12월 14∼15일 강원도 삼척에서 1박2일 백패킹을 진행합니다. 네파 아웃도어스쿨 홈페이지(school.nepa.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선발 인원은 10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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