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88개 사찰 찾아 1200㎞ 순례 … 닿는 곳마다 1200년 역사 향기

1 오헨로는 1200년 묵은 순례길이다.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오헨로를 걷는다. 전통 복장을 갖춘 오헨로상을 제주올레 우정의 길 고치 코스에서 만났다.


제주올레의 일본 진출이 한층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이태 연속 규슈(九州) 지역에 규슈올레 8개 코스를 개장하더니, 지난 8∼10일에는 시코쿠(四國)에서 ‘오헨로(お遍路)와 제주올레 우정의 길’ 협약식을 하고 우정의 길 세 개 코스를 냈다. 이미 일본에만 제주올레와 인연을 맺는 길이 11개나 된 셈이다. week&이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헨로와 제주올레가 친구가 된 현장을 다녀왔다.

제주올레 파트너, 일본 시코쿠 ‘오헨로’ 걸어보니



2 오헨로는 높이 20m가 넘어 보이는 삼나무 숲도 통과한다.
삿갓·지팡이 … 전통복장 차림 ‘오헨로상’



우선 오헨로부터 알아보자. 쉽게 말해 오헨로는 시코쿠에 있는 사찰 88개를 하나씩 방문하는 길이다. 시코쿠 해안선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돌며 길이 이어진다. 전체 길이가 1200㎞라기도 하고 1400㎞라기도 한다.



오헨로는 1200년 역사를 자랑한다. 8세기 무렵 일본 불교의 대표 종파인 신곤주(진언종·眞言宗)의 창시자 고보다이시(弘法大師)가 시코쿠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수행을 했다. 고보다이시는 시코쿠에서 승려 이상의 인물이다. 시코쿠에서 고보다이시는 구카이(空海)로 불리는데 ‘하늘과 바다’라는 뜻이다. 고보다이시는 수행을 하면서 문명을 전파했다. 가가와(香川)현의 유명한 사누키 우동도 고보다이시가 처음 중국에서 들여왔고, 문자나 천문학도 고보다이시가 수행 중에 만난 시코쿠 주민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고보다이시가 수행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장소에 사찰이 들어섰고, 고보다이시 시대 이후 그 사찰을 차례로 순례하는 전통이 생겼다. 이 순례길의 이름이 오헨로다. 일본 역사에서 오헨로가 처음 등장한 건 12세기 무렵이고, 지금처럼 사찰 88개를 순례하는 방식이 굳어진 건 16세기 전후로 전해 내려온다.



오헨로는 일본의 역사와 전통이 배어있는 순례길이다. 지금도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오헨로를 걷는다. 삿갓·지팡이 등 전통 복장을 갖추고 예전 방식 그대로 순례하는 오헨로상(お遍路さん)도 많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가벼운 복장으로 걷기여행을 나선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늘어났다. 오헨로에서 한국인이 남긴 흔적을 본 적도 있다.



3 오헨로는 사찰을 방문하는 길이다. 가가와현에 있는 82번 사찰 네고로지(根香寺)에서.
해외 진출 위해 제주올레와 손잡아



오헨로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세계적인 도보 여행지를 꿈꾼다. 이미 일본은 스페인과 교류 협정을 맺고 공동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번에 오헨로가 제주올레와 우정의 길 협약을 한 것도 해외 진출의 한 방법인 셈이다. 제주올레도 오헨로와 관계 구축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헨로는 천년 세월을 말하지만, 2007년 9월 제주올레 1코스가 개장됐으니까 제주올레는 여섯 돌밖에 안 됐다.



사실 제주올레와 오헨로의 인연은 201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시코쿠 관광추진기구(우리나라의 관광공사에 해당)는 3년6개월 전 오헨로를 함께 걸으며 공동 프로모션을 하기로 합의하고, 조만간 협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했다. 규슈올레 조성사업이 시작된 게 2011년이었니까 규슈올레보다 오헨로가 먼저 제주올레와 연을 맺은 것이다. 제주올레와 오헨로는 이후로도 꾸준히 교류 사업을 벌여왔으나 시코쿠 현지 사정으로 정식 협약은 계속 미뤄졌다.



3년 전부터 협약 사업을 추진한 시코쿠 관광추진기구 세노 겐이치 본부장은 “오헨로가 워낙 길어 오헨로가 지나는 지역마다 사정이 다 달라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무엇보다 오헨로의 많은 구간이 차도와 붙어 있어서 제주올레가 추구하는 자연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우정의 길 행사를 했지만, 내년 1월에는 제주도에서 행사가 열린다. 두 길은 서로 일정 구간을 우정의 길로 선언하고 이정표를 공유한다. 제주올레 이정표 ‘간세’가 오헨로에 설치되고 오헨로 이정표도 제주올레 위에 세워진다.



4 오헨로 표지판. 길목마다 늘어서 있어 일본어를 몰라도 길 잃을 염려가 없다.
걷는 맛 만끽할 수 있는 우정의 길



이번에 우정의 길이 된 오헨로는 모두 3개 코스다. 시코쿠를 구성하는 4개 현(縣·우리나라의 도에 해당) 중에서 가가와(香川)·고치(高知)·에히메(愛媛)현에 하나씩 우정의 길이 조성됐다. 가가와 코스가 13.9㎞로 가장 길고, 고치 코스 12.4㎞, 에히메 코스가 9.9㎞다.



우정의 길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지역마다 오헨로 중에서 우정의 길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코스를 10개 이상 추천했고, 각 지역이 추천한 코스를 시코쿠 관광추진기구가 검토해 세 개만 추렸다. 원래는 시코쿠에 있는 4개 현에 하나씩 우정의 길을 낼 계획이었는데 도쿠시마(德島)현에 마땅한 코스가 없어 제외했다. 도쿠시마 코스는 내년 1월 제주도에서 우정의 길 행사가 열리기 전까지 선정할 예정이다.



week&은 지난 8~10일 제주올레와 함께 하루에 한 코스씩 세 코스를 모두 걸었다. 오헨로가 사찰 진입로인 셈이어서 포장도로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도 우정의 길에서는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높이 2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삼나무 숲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2시간을 꼬박 올라야 하는 고개를 넘기도 하고, 작은 마을을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오헨로 중에서 자연 상태의 길을 고르다 보니 사찰 방문보다는 길의 상태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가가와 코스와 에히메 코스는 각 2개 사찰을 통과하지만 고치 코스에는 사찰이 없다. 지도를 보면 36번 쇼루지(靑龍寺)에서 37번 이와모토지(岩本寺) 사이의 길이지만, 고치 코스는 고개를 넘어 숲을 지나고 마을을 통과해 작은 간이역 가게노(影野)역에서 길이 끝난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