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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만든 독점 수입업체

한국 소비자들이 독점 수입업체들의 횡포로 ‘수입품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 결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국내 판매가는 미국의 4.2배에 달했다. 일본과 비교해도 두 배가량 비싸다. 초콜릿 스니커즈의 g당 판매가격은 한국이 일본보다 32% 비쌌다. 명품 시계며 가방은 더하다. 이탈리아 아르마니 시계는 한국에서 95만원짜리가 미국 64만원, 일본 59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유통·마케팅과 인건비를 감안해도 미국·일본보다 가격이 30% 이상 높은 것은 폭리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 구조의 이면에는 ‘○○○코리아’로 불리는 독점 수입업자와 해외 본사들의 가격 부풀리기가 있었다. 독과점을 무기로 폭리를 취한 것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공급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 최선인데 이때 꼭 필요한 게 병행 수입이다. 병행 수입이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수입업자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도 같은 물품을 들여와 파는 것을 말한다. 국내 병행 수입은 1995년 허용됐다. 하지만 20년이 다 되도록 아직 걸음마 단계다. 수입품 가격 인하에 제법 역할을 하긴 했지만 AS 미비, 짝퉁 판매, 반품 불가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병행 수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독점 수입업체의 횡포와 견제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독점 수입업체는 병행 수입업체가 등장하면 갖은 수를 써서 문을 닫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 본지와 첫 인터뷰를 한 미국의 병행 수입업체 B사 대표는 “(병행 수입이) 알려지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자신과 회사 이름을 절대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몇 차례나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병행 수입품을 판매한 대형마트 관계자가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받았다니 말이 되는가.



 불필요·불합리한 규제도 사라져야 한다. 화장품을 병행 수입하려면 대표가 정신 감정까지 받아야 한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장품이 잘못 유통되면 얼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제조업자에게 적용하는 규제를 병행 수입업자에게까지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통관 절차는 더 까다롭다. 독점 수입업체가 짝퉁, 불량이라며 문제 삼으면 관세청은 병행 수입업체 물품의 통관을 보류한다. 병행 수입업체를 잠재적 죄인 취급하는 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렇게 통관 보류된 물품 5개 중 한 개는 정상품이었다. 독점권 보호를 우선하는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권리자 위주로 운영되는 건 문제다.



 무엇보다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된장녀·된장남식’ 소비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 고가 마케팅이 통하는 소비자, 바가지를 쓰면 더 좋아하는 나라에서 굳이 가격을 내릴 기업은 없다. 유럽 명품업체들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세금이 줄고 원화 가치가 올라 가격이 떨어져도 되레 한국에서만은 판매 가격을 올리는 이유가 뭐겠나. 해외 중저가 브랜드까지 한국에선 명품이라며 콧대 높이는 이유는 또 뭐겠나. 소비자가 깐깐하고 무서워야 판매자도 눈치를 보는 법이다. 한국 소비자, 이젠 수입품의 봉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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