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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저무는 아웃소싱 시대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세계화는 이미 10년 전에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초연결 추세는 꺾일 것이다.”



 정신이 번쩍 났다. “세계 공동체는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고 난 믿는다. 리카도의 비교우위설은 유효하고, 이머징과 선진국의 분업은 견고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선진 기업은 공장을 뜯어 본국으로 돌아간다. 세계 무역은 감소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증권사 포럼에 참석한 연사는 앙트완 반 아그마엘(72). 네덜란드 출신이다. 이미 17세기에 아시아로 진출, 향료·도자기를 유럽에 팔았던 화란(和蘭) 상인의 후예다. 그는 ‘이머징마켓’이란 단어를 처음 쓴 인물로 유명하다.



 발로 뛰며 신흥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사모펀드를 만들었고, 『이머징마켓시대』란 책을 통해 신흥국 25개 기업을 분석했다. 삼성도 있다. 그에게 새 이름을 선물받은 신흥시장은 ‘제3세계’란 변방 이미지에서 뉴프런티어로 탈바꿈했다. 브릭스는 선진국의 대안인 듯 보였다.



 하지만 2013년 늦가을, 그는 신흥시장의 쇠퇴와 선진국의 재부상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에게 중국 같은 브릭스 국가란 어디까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이다.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서양식 수사법이 붙긴 하지만 브릭스가 공장, 백오피스, 콜센터를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강력한 ‘게임 체인저’들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태세다.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은 원유 값이 지금의 4분의 1 밑으로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 임금격차 해소와 자동화로 인한 저임금 노동자의 경쟁력 약화는 중국의 입지를 좁힌다. 남편 발에 맞는 신발을 구하기 어렵다는 아그마엘 아내의 불평은 앞으론 없어질 것이다. 발을 정확히 스캔해 찍어내는 3D프린터 시대에 신발 공장을 중국에 남겨놔야 할 이유는 크지 않다. 이런 지식기반생산은 선진국 제조업을 되살릴 것이다. 아웃소싱의 매력은 줄고 공장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바람이 불 것이다….



 과격하지만 단순 주장으로만 넘기기엔 너무나 날카롭다. 진짜로 GE는 중국에 있던 가전제품 공장을 켄터키로 옮기고 있다. 아웃소싱의 대명사 애플조차 맥 컴퓨터를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절대 없을 것”이라 했던 일이다. 아그마엘은 미국과 독일의 제조업, 북유럽 국가 등이 ‘예상 밖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묻는다.



 그의 눈에도 한국의 몇몇 브랜드는 강력하다. 그런데? 앞으로 혁신모델은 대학과 신생기업에 의존하는 시대가 오는데 한국은 자신이 있느냐고 묻는다. 혁명적 변화가 예고된 자동차산업에선 준비 부족을 지적한다. 미국 셰일가스 덕을 보기엔 태평양이 너무 넓다. 오히려 중국발 물동량 감소는 한국의 조선·해운업에 암운을 드리운다…. 한마디 한마디가 와 닿는다. 중국 경기만 살아나면 다시 호황이 올 거란 막연한 우리의 기대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하는 노(老) 경영자 앞에서 머쓱해진다. 진짜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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