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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조루 수술, 학계선 외면

학술적 원칙과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기능 장애 개선을 위한 시술을 일삼는 한국 현실에 큰 의미를 주는 판결이 지난 9월 나왔다. 그동안 한국은 성의학에 무지한 탓에 전문적 지식 기반의 치료보다 이상한 방식이나 정력제, 음식, 보약 등에 집착하는 사람과 이를 노리는 공급자들이 많았다. 조루에 대해 신경을 잘라버리는 조루 수술도 의학 교과서와 국제학회, 의료 선진국에서 조루의 주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작용 위험이 커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무차별적인 광고로 마치 조루 수술이 조루의 주 치료법인 것처럼 잘못 알려져 왔다.

이번 판결은 조루 수술의 내막을 잘 몰랐던 법원이 조루 수술을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수술’이라고 명시해 판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 수백만원 정도였던 배상 금액이 3000만원으로 대폭 증액된 것도 획기적 변화다.

해당 조루 남성은 성기의 감각 신경을 자르거나 마비시키는 조루 수술을 받았다. 한마디로 감각을 무디게 만들어서 쉽게 못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 시술자들의 의도였다. 하지만 조루는 사정중추와 교감신경의 항진 탓이지 단순히 성기의 감각 신경이 예민한 것은 주원인이 아니다. 학계의 주된 조루 치료법은 원인에 대한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의 병합치료다.

일러스트 강일구
환자는 감각 신경을 함부로 손댔다가 신경 손상에 따른 극심한 신경통, 즉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 수년간 필자의 진료실엔 조루 수술 후 효과가 없거나 성감 저하·발기 부전·통증 등 부작용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수백 명에 이른다.

이번 판결에서 아쉬운 점은 학술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술로 환자는 부작용으로 평생 고통받아야 하는데, 3000만원이란 배상 금액은 환자의 고통을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부분이다. 법원은 “의사가 부작용을 예상할 수 없었다”며 배상책임을 줄여 평가했고 수술로 삶이 망가진 환자의 정신적 고통 등은 배제했다. 조루 수술의 위험은 오래 전부터 학계에서 경고해 왔는데, 이를 예상할 수 없었다는 건 해당 의사의 무지이거나 책임 회피가 아닐까 한다.

이미 국제 의학계에선 조루 수술에 몹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의사라면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다. 조루 수술이 함부로 시행되는 한국과 달리 성의학계의 최대 국제학회인 ISSM은 2010년 학회를 대표하는 전문가 26명이 공동으로 조루 치료의 원칙에 대해 공식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서 ‘조루 수술은 불확실한 효과와 영구적인 성기능 손상의 위험성 때문에 현재 치료법으로 권고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여전히 광고로 도배하고 환자들에게 어떤 위험성도 설명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필자의 스승 중 한 명이자 북미 비뇨기과 학회장을 역임했던 멀카히 박사는 미국 연수 중이던 필자에게 한마디 했었다.

“미국은 의료소송 때문에 함부로 못해. 근거 부족한 조루 수술로 부작용이 생기면 수백만 달러를 물 수도 있거든. 한국도 징벌적 배상금이 커지면 이상한 시술들은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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