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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의 시장 헤집기] 중국 3중전회와 재즈시대

미국이 요즘 중국처럼 떠오르는 태양으로 주목받던 때가 있었다. ‘재즈시대’인 1920년대다. 그 시절 월가 사람들은 “경제 위기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1913년 설립돼 과잉과 소비를 조절하고 있어서라는 게 그 근거였다.

그 시절 Fed는 새로운 실험이었다. 국가가 설립한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이었다. 영국 영란은행(BOE) 등은 당시에 대형 민간은행일 뿐이었다. ‘국가가 금융을 직접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실험이었다. 오죽했으면 ‘미국식 시스템(American System)’ ‘연방정부 관리형 자본주의(Federal Capitalism)’라는 말이 만들어졌을까. 미국은 막대한 산업 생산을 바탕으로 엄청난 무역흑자를 누렸다.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떠올랐다. 여전히 산업화해야 할 광활한 땅이 중부와 서부에 펼쳐져 있었다. 인구의 70% 이상이 농민이었다. 언제든 도시 노동자로 전환 가능했다. 하지만 현실이란 검증대는 냉혹했다.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났다. 화려하게 각광받던 ‘미국식 시스템’은 좌절을 겪었다.

세계적인 버블 이론가인 고(故) 찰스 킨들버거 MIT대학 교수는 “위기는 시장경제의 디폴트(기본 속성)”라고 말했다. 위기는 국민성이나 한 나라 경제의 독특한 성격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경제 전문가들도 ‘이 나라만은 예외’라는 환상에 쉽게 빠진다. 전문가들 가운데 중국은 위기를 겪지 않을 거라고 보는 쪽이 적지 않다. 이들은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튼튼한 재정으로 무장한 중국 정부의 관리 능력을 첫 번째 근거로 내세운다. 아직도 산업화되지 않은 중국 서부와 도시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수억 명의 인구를 또 다른 근거로 내세운다. 두 가지 모두 미국 등의 경험을 통해 착각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주 중국공산당이 제18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를 마쳤다. 서방 언론들이 “경제 연착륙과 경착륙의 기로에서 열린 중대한 회의”라고 평한 모임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최고 지도부는 ‘경제의 시장화’를 천명했다.

시장화는 일종의 반작용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개입은 이런저런 불안 요인을 확대했다. 대출금리 규제가 대표적인 예다. 중앙정부가 대출금리 상승을 막아주자 지방정부들은 땅을 담보로 막대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실 덩어리다. 반면 정부 개입은 경제 불안요인이 금융 위기 형태로 표출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국가 개입이 양날의 칼인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시장화 기치를 내걸었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도미니크 바턴 회장이 말한 “경제적 현상 타파”라고 보인다. 이 시기에 기업들은 투자와 생산 계획을 급격히 조절한다. 소비자들은 소득 전망과 지출 계획을 수정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생산·소비함수가 빠르게 바뀐다는 얘기다.

불행하게도 조절 과정은 경제학 교과서 그래프 이동만큼 순탄하지 않다. 정책 담당자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속출하거나 사회적 갈등이 분출할 수 있다. 개혁 와중에 위기가 곧잘 발생하는 까닭이다. 실제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위기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개혁을 하는 기간에 일어났다. 3중전회 직후 약세를 보인 상하이 증시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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