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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규 칼럼] 변영섭을 위한 변명

안성규
외교ㆍ안보 에디터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의 경질 과정과 배경은 의아스럽다. 경질을 주도했다는 총리실에선 아무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엔 누가 흘렸는지 ‘숭례문 복구 부실’이 거론된다. 그런데 그가 취임한 것은 지난 3월, 숭례문 복구가 거의 끝난 시점이었다.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된 국보 1호 복구에 문제가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단다. 단청 훼손 문제가 시작된 5월에도 그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그걸 ‘순진하다’며 혀를 찰 순 있다. 하지만 담당 직원도 몰랐고 보고도 받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비판같지는 않다. 필자 주변에선 “변 청장에게 웬 숭례문 복구 책임이냐”란 말이 많다. 진짜 책임자는 슬쩍 빠지고 책임을 뒤집어 쓴 꼴이라는 거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개인적 이유가 있다. 그는 문화재 부실 복원을 짚으려는 중앙일보ㆍ중앙SUNDAY의 노력을 지원했다. 숭례문 단청ㆍ목재ㆍ기와 부실 문제, 석굴암 훼손, 문화재 자격증 비리와 관련된 기사를 쓰는데 그는 ‘공개주의’를 택했다. 중앙SUNDAY의 요청에 숭례문 공개를 지시했고, 석굴암 본존불이 흔들린다는 자료와 자격증 관련 자료의 공개를 해당 직원에게 지시했다. 역대 어느 청장도 못했던 일이다. 그런 개방성이 없었다면 문화재 부실 문제는 보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일련의 보도가 그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자신이 지핀 ‘문화재 환부 개혁’의 불길에 스스로 몸을 태운 셈이다. 그런 안타까움은 문화재 관련 비리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막 켜진 불빛이 꺼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그 어둠의 한편에 문화재 관련 이익집단이 서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예를 들어 숭례문 점검단을 보자. 숭례문 박락을 가장 먼저 집중 보도한 점이 작용했는지 필자는 숭례문 점검단에 포함됐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1차 점검 및 회의가 있었다. 점검단은 한 시간 남짓 숭례문 누각을 둘러봤고 두 시간쯤 회의를 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진행된 내용을 보고한 뒤 토론을 주문했다. 그런데 뭘 토론하겠는가. 점검단 위원들이 아는 것이라곤 본지에서 읽거나 문화재청의 설명을 방금 들은 수준이었다. 단청 벗겨짐의 원인을 알려면 실험을 해봐야 하고, 칠을 한 장인의 말도 들어야 했다. 거창한 ‘숭례문 점검단’이란 이름에 걸맞게 역할하려면 필요한 조사를 하고 필요한 사람을 만나고, 관련 서류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라면 대충 보고, 대충 듣고 한마디 한 뒤 문화재청 결론에 들러리나 서게 될 거란 의심이 솟구쳤다. 적어도 1차 회의 양상을 보면 그랬다.



석굴암 구조안전 점검단도 마찬가지다. 참가자들은 20여 분간 석굴암을 둘러봤다. 그건 중앙일보 취재팀에 허용됐던 시간과 비슷하다. 이 자리에서 한 전문가는 “이 짧은 시간에 무슨 점검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많은 위원들이 문화재청 석재·건축 분과와 관련이 있는 전·현직 위원들이다. 현재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점검을 맡긴 꼴이다. 균열을 쉬쉬하며 이상 없다고 해온 문화재청이 ‘문제 없다’는 입장을 합리화하려는 건 아닌가 싶었다. 이런 게 변 전 청장의 눈길이 제대로 못 미친 곳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문화재 기술자 자격증 임대 문제도 구렁이 담 넘어가 듯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변 전 청장의 진짜 허물은 이런 ‘실무 요령’에 밝지 못해 휘둘리고, 그래서 화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있는지 모른다. 큰 방향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공무원사회의 미로에서 헤매다 함정에 빠져 오물을 뒤집어 쓰는 것 말이다. 한때 ‘문화재청 일각이 조직적으로 반발했다’는 소문이 흘려다녔는데, 이제는 그 말이 사실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새 청장의 컨셉트는 간단하다. 문화재 분야에 대한 현상 진단은 나왔으니 단호하게 원인을 밝혀내고 개혁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단단한 사람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 중앙선데이 안성규 외교ㆍ안보 에디터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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