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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간 경쟁·균형 있어야 사회도 역동성 역사상 권력 비호 받던 종교는 모두 몰락”

김종서 1952년 서울 출생. 경복고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UC 샌타바버라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와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장, 한국종교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출판문화원 원장과 한국종교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종교사회학자 김종서 교수가 말하는 ‘건강한 종교’

“종교는 사회적 자산이다. 종교가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



김장환 목사가 이렇게 강조했다. 이에 김종서(61·사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를 만나 ‘건강한 종교’가 실현되기 위한 방법론을 들어봤다. 종교사회학의 권위자인 김 교수는 종교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국제포럼 ‘세계 종교 간의 대화’에 여러 차례 한국을 대표해 발표자로 나섰다. 이를 통해 종교와 국가·사회 간의 건전한 관계를 위한 방안들을 제시해 왔다.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순기능이 있다. 능력과 재산이 많다한들 산다는 건 힘든 거다.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 그러나 교회나 사찰을 열심히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면 정신적인 힘이 생긴다. 또 종교는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중시한다. 인간은 혼자 있으면 힘들고 외롭다.”



-쉬운 말로 하느님, 부처님을 ‘빽’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나.

“(웃음) 그렇다. 어렵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한국 종교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서양 종교가 비슷한 규모로 공존하고 있다. 불교가 1032만 명, 기독교가 816만 명, 가톨릭이 595만 명 선이다. 우리 국민의 53.7%가 종교를 갖고 있다. 일본은 20~30%, 중국은 8~15% 선이다. 종교끼리 경쟁하며 균형을 이루면 사회에 역동성이 생긴다. 종교를 사회적 자본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종교가 우리 사회에 미친 순기능은 무엇인가.

“한국 사회는 빠르게 발전해 왔다. 다들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힘겹고 불안한 가운데 살아 왔다. 그럴 때 마음에 기댈 수 있는 게 종교였다. 1938년과 2005년을 비교하면 인구는 1370만 명에서 4700만 명으로 3.4배 늘었지만 종교를 가진 이는 71만 명에서 2497만 명으로 35배나 급증했다.”



-스웨덴에선 금주운동부터 노동당 창당까지 종교가 큰 기여를 했는데.

“스웨덴 노동자들은 산업혁명 당시 삶이 힘들어 술을 많이 마셨다. 이게 그들의 삶을 황폐하게 했다. 이때 기독교가 금주운동을 개시했고, 나아가 노동조합 결성과 노동당 창당도 주도했다. 우리도 일제시대 기독교인인 조만식 선생이 민족자본 형성운동을 했다. 최근엔 가톨릭의 ‘내 탓이오’ 운동이 우리 사회 개선에 많은 기여를 했다.”



-교회 대형화 논란이 거세다. 무엇이 문제인가.

“교회가 대형화되면 장점도 있다. 미국의 경우 대형 교회는 목사의 설교를 준비하는 팀이 예일대 같은 명문대 출신들이다. 설교의 질이 높다. 반면에 대형화의 결과 하느님에게 기도하는 게 아니라 예배를 중계하는 TV 화면에 대고 기도하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목회자가 신도 개개인의 삶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다.”



-교회나 그 밖의 종교시설을 자식에게 승계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하나.

“미국의 감리교나 장로교를 보면 그런 승계는 불가능하다. 목사가 70세를 넘겨 정년에 이르면 자신이 맡았던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게 전통처럼 돼 있다. 후임자를 위한 배려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목사는 기댈 곳 없는 광야에서 부름 받은 이들이 목회를 하는 자리다. 그래야 신도를 설득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나온다. 재산을 물려줄 순 있어도 카리스마를 물려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교회에서 개척교회를 지원하고, 목회자들이 은퇴하면 지원해주는 제도도 필요한 게 아닌가.

“그렇다. 미국은 은퇴 목회자에 대한 지원체제가 잘돼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대형교회 목회자와 개척교회 목회자의 은퇴 후 삶의 격차가 큰 게 현실이다.”



-훌륭한 종교지도자를 배출하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한데.

“미국에서는 목회자가 되려면 일반대학을 나온 뒤 신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쳐야 한다. 우리의 경우 교육부 인가를 받은 종교 교육시설들은 학생들을 엄격히 교육하려 노력한다.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 문제는 무인가 학교들이다. 이들 학교에 정제된 교육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



-정권의 비호를 받은 종교는 반드시 망한다고 주장했다.

“당나라 시절 왕조의 비호를 받은 불교 화엄종이 그랬다. 반면 권력과 거리를 두고 자급자족했던 선종은 살아 남았다. 고려 말 불교도 권력과 너무 밀착한 결과 무너지고 말았다. 유럽도 교황권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종교가 권력에 기대 세력을 확장하면 신도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원래의 기능은 사라지고 권력투쟁에 휘말려 희생되고 만다.”



-지금 유럽에선 정치와 종교의 관계가 어떤가.

“독일엔 국교가 있다. 종교세도 낸다. 기민당(기독교민주당)처럼 종교를 이름에 넣은 정당도 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기독교가 정치화하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 건전한 정당정치를 추구할 뿐이다.”



-종교의 탈정치화 측면에서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존경을 받는데.

“그가 하는 설교엔 대단한 힘이 있었다. 방송으로 중계된 그의 부흥회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대통령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그는 절제했다. 종교적 순수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본연에 충실한 종교가 오래간다.”



-석가모니와 예수·공자의 말씀이 수천 년간 힘을 잃지 않는 이유는 뭔가.

“세 분 다 쉬운 말로 교리를 전파했다. 또 말에 그치지 않고 실천을 한 점, 시류나 유행을 따르는 대신 인간 삶의 근본에 천착한 사상을 내놓은 것도 공통점이다.”



-기독교와 불교·이슬람교를 각각 평가한다면.

“기독교는 윤리성이 강하다. 하늘로부터 부름을 받고,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밝혔다. 불교는 석가가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 수행의 모범을 보인 점이 핵심이다. 이슬람은 사막처럼 척박한 곳에서 나온 종교이다 보니 공동체정신이 강한 게 특징이다. 이슬람 국가에서 공산주의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특징의 하나다.”



-우리나라 종교들의 향후 교세를 전망한다면.

“불교는 현재 신도 수가 가장 많지만 젊은 신도가 적은 게 문제다. 개신교는 1995년 이후 성장률이 마이너스(-1.7%)다. 반면 가톨릭은 95~2005년의 10년 동안 74%의 성장률을 보였다.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2015년이 되면 가톨릭이 개신교를 앞지를 가능성도 있다.”



-가톨릭 신도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故) 김수환 추기경 등 가톨릭 사제들이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사실이 부각되면서 ‘정의의 종교’란 인식이 생겼다. 조선 후기 가톨릭이 전래될 때 박해를 피하기 위해 우리 전통에 적응한 점도 작용한 듯하다. 제사에 대한 융통성 있는 태도 같은 게 그 예다. 그래선지 연로하신 분들의 가톨릭 귀의가 늘고 있다.”



-바람직한 종교 생활은.

“아버지는 불교를 믿었지만 내게는 ‘교회에 나가 좋은 말씀을 들어보라’고 권하셨다. 하나의 종교에 빠지는 대신 다른 종교를 접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종교 정책은 어때야 하나.

“국가가 종교에 깊이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한 종교를 지원하되 특정 종교에 편향되지 말아야 한다. 또 국민들이 어려서부터 여러 종교를 비교하며 이해하게끔 교육해야 종교 간 갈등이 적어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 이광재 객원 칼럼니스트·전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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