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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서 괴테·톨스토이 공연하는 유인촌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전남 해남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어느 말의 이야기-홀스 또메르’를 배우들과 연습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장관을 지내면서 ‘문화예술의 불모지와 소외 계층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혔었습니다. 그 연장선 상에서 하는 일이죠.”

 유인촌(6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과 14일 전남 해남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음악극 ‘어느 말의 이야기-홀스 또메르’를 공연한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중편소설이 원작. 늙고 병들어 죽음을 앞둔 말의 회상을 통해 ‘인생은 중후하게 늙을 수도 있고, 추하게 늙을 수도 있고, 때로는 가련하게 늙을 수도 있다’는 인류 보편의 문제를 다룬다. 유 전 장관이 연출하고, 주인공인 말 을 연기한다. 11일 유 전 장관은 배우·스태프들보다 하루 먼저 내려와 공연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지난 6월 21일에는 전북 부안군에서, 10월 17일에는 경북 울진에서, 10월 22일에는 경남 거창에서 ‘파우스트-괴테와 구노의 만남’을 공연했었다. 해남 공연은 올 들어 네 번째 지방 나들이다.

  “지방 공연장은 대부분 시설이 좋지 않아 서울 무대 작품을 그대로 올리지 못하고 일부를 변형해야 합니다. 번거로운 것을 떠나서, 작품이 제빛을 못 보고 관객들이 본래 작품을 감상할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는 또 "조명·음향·무대 담당 전문 인력이 없어 서울에서 기술 스태프를 데려 와야 하고 일 진척이 더딘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래도 보람이 불편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해남군 주민 장모(63·전직 공무원)씨는 “공연의 질은 아직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런 양반들이 여기까지 와서 요렇게 (공연)해 주다니 정말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간 부안·영월·고창에서 공연한 작품은 괴테(1749~1832)의 희곡 ‘파우스트’와 이를 토대로 샤를 구노(1818~93)가 작곡한 오페라 ‘파우스트’ 를 연극·오페라·현대무용·낭독으로 버무린 장르. 스토리가 쉽지 않고 형식이 생소한데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그는 “지방의 문화예술 행정이나 시설에 비해 관객 수준은 높은 것 같다”고 평했다.

  유 전 장관은 “시골에 산다고 된장국이나 김치찌개만 먹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지방에서도 재미가 없고 난해하더라도 새로운 장르를 접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만이 가진 것을 적극적으로 살리고 활용하면 훌륭한 문화예술공간이나 콘텐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쓸모가 없어 놀리는 대형 창고를 리모델링하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현재 서울시 청담동에 소극장 ‘유시어터’를 운영 중인 그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에 장만한 폐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 고정 출연한 유 전 장관은 2008년 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뒤 지난해 9월 예술의전당 이사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다시 배우다.

해남=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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