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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깊이보기] 전국 단위 자사고 재학생 내년에 대입 치르는 포항제철고

포항제철고 학생들이 학교 인근 포스텍 실험실에서 이 대학 화학과 안양수 교수(오른쪽 둘째)의 지도로 아스피린을 만들고 있다.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고는 포스코 임직원 자녀 교육을 위해 1981년 설립한 학교다. 처음에는 포스코 임직원 60%, 경주·포항지역 성적 우수 학생 40%였다. 2010학년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뒤 2012학년도부터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고3 위로는 전국에서 내로라할 만한 우수생이 입학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학교의 대학 진학 실적은 전국 단위 선발 학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올해는 서울대 29명, 연세대 15명, 고려대 31명, KAIST 22명 합격했고, 2012학년도 SKY 합격생은 88명, 2011학년도에는 110명이었다(중복합격·재수생 포함).

김홍규 포항제철고 교장은 “전국 단위 선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5학년도가 한 단계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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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10년 전부터 도입

 포항제철고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가 10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R&E(Research and Education)다. 대학·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최근 과학고·영재학교뿐 아니라 일반고에서도 하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운영하는 학교가 드물었다. 포스텍이 인근에 있어 가능했다. R&E 참여 학생들은 방과 후나 여름방학을 이용해 걸어서 30분 거리인 포스텍 실험실에 간다. 김운태 연구부장은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등에 유리하다 보니 R&E를 하는 학교가 늘었지만 도입 초기에는 수능 점수가 대학 진학에 절대적일 때라 내부에 반대 여론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고 1학년 때 성적 우수자 중에서 선발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올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약 120명으로 전체의 25% 정도다. 학생들은 68시간 이상 실험을 한 뒤 연구보고서를 제출한다. 매년 10월에는 우수한 논문을 선정하는 R&E 논문 발표 대회도 연다. 인문계열은 경영·철학·경제·역사 등에서, 자연계열은 수학·물리·화학·생명과학 등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학업에 흥미를 가지는 것은 물론, 전공 선택 전 관심 분야에서 연구하며 진로를 계발한다.

 실험 연구를 진행하는 포스텍 안양수(화학과) 교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배우는 지식은 양에 비해 깊이가 없다”며 “이런 경험을 통해 대학 화학과에 진학한 뒤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고 공부하는지 미리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의미의 선행학습이라는 거다.

 학생 만족도도 높다. 2학년 전진성 학생은 이 학교에 지원한 이유가 R&E였다. 전군은 “화학 실험을 직접 해 보니 옷·탁자·약 등 우리 생활과 연관이 안 된 게 없다”며 “앞으로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신소재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등학생이 포스텍 교수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영어 토론 동아리 PIPE의 한 학생이 일본 방사능에 대해 발표 중이다.

러시아 교수 강의 들으며 수학 배경지식 쌓아

 수학 영재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미국식 AP(Advanced Placement·대학선이수제) 과정의 하나로 실시하는 HSP(Honors Student Program)다. 이 프로그램은 1학년 1학기 수학 성적을 토대로 학생을 선발해 1학년 2학기 때 수업을 진행한다. 또 이 학생들이 2학년에 올라가 R&E에 참여한다. 학년별로 체계적인 영재 수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HSP 참여 학생은 올해부터 60명 더 늘어난 180명이다. 박성두 대외부장은 “전국 단위 모집 후 우수 학생이 늘어 반을 하나 더 개설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수학·기하벡터 등 대학교 수학과에서 배우는 심화 과정을 익힌다. 현재 수업하는 사람은 러시아 국립 노보시비르스크 대학의 ‘대수와 수학’ 학과 부교수로 있는 포로쉔코 예브게니 교수다. 2학년 서예진양은 “벡터의 외적(3차원 공간에서 면적이나 부피를 구하는 방법)처럼 학교에서는 간단히 설명하거나 아예 다루지 않는 개념을 배우는 게 흥미롭다”며 “수학 배경지식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한다. 통역 교사가 따로 있지만 학생 대부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2학년 김기환군은 “교수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설명한다”며 “해외 유학이나 가야 들을 수 있는 수업을 한국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스포츠 중시 … 골프·검도 중 하나 배워야

 영재 프로그램뿐 아니라 학생들이 어려운 과목에 대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심화학습 동아리도 있다. 학생이 멘토이자 멘티가 되는 거다. 일반적인 동아리 활동과는 별개다. 현재 PIPE(영어 토론 동아리), 크렉스(화학 탐구 동아리), 무지의 지(철학 동아리), 잡담(job談·경제 동아리) 등이 있다. 3월 초 학생들이 자신과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학습 동아리 운영 계획서’를 제출하면 담임교사 재량으로 허가를 해준다.

 영어 토론 동아리 PIPE에서 활동 중인 2학년 김지원양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정치·경제 관련 시사 이슈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발표한다. 영어 토론에 관심이 있는 친구 5명과 함께 활동한다. 김양은 자신의 발표 차례가 되면 일주일 동안 인터넷과 책 등을 통해 자료 조사를 하고, 파워포인트(PPT)를 만든다. 영어로 발표한 뒤에는 친구들과 토론한다. 그는 “자료 조사를 하면서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고, 발표하면서 영어 말하기 실력도 향상된다”며 “장래 희망이 경영 컨설턴트인데 이런 훈련이 대학 진학은 물론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공부만 강조하지 않는다. 1학년 학생은 골프와 검도 중에서 의무적으로 한 가지를 배워야 한다. 1인1기다. 지난 9월에는 포스코교육재단에서 ‘글로벌 일류 시민을 양성하는 행복한 학교’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른바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다. 입시 위주의 교육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이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9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토요 스포츠 활동은 그중 하나다.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마련한 것으로, 배드민턴·스쿼시·스케이트·클라이밍·요가·조정 등을 선택해 배울 수 있다. 박 부장은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파악해 목표를 세우고 집중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며 “내년부터 모든 교사가 학생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이 말하는 학교
“이성교제 알려지면 담임 교사와 특별면담”

Q. 학교 주변 환경이 좋다.


A. 포항시 지곡동 주택 단지는 포스코 임직원 자녀 교육을 위해 만든 곳이다. 집과 학교·체육관·공원·마트밖에 없다. PC방같이 학생에게 유해한 공간은 없다. 또 학교 인근에 포스코교육재단의 교육기관만 7곳이다. 걸어서 20~30분 정도 거리에 포스텍이 있고, 공업고등학교·중학교·초등학교·유치원 등이 있다.

Q. 포스코 임직원 자녀와 일반 학생은 잘 어울리나.

A. 임직원 자녀의 성격이 더 순한 느낌이다. 지곡 단지 안에서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다니다 들어온 학생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Q.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뭔가.

A.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잘 수용한다. 예를 들어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이 HSP(Honors Student Program·수학영재교육)나 ASP(Advanced Science Program·영재심화교육)처럼 자연계열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인문계열을 위한 프로그램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더니 학교는 1·2학년이 함께하는 경제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모의유엔도 개최할 수 있게 도와줬다.

Q. 불만은 없나.

A. 규율이 엄격하다. 이성교제를 하다 걸리면 담임선생님과 특별 상담을 해야 한다. 여학생 두발 규제까지 있다. 귀 밑 10㎝다. 두발 규제를 해도 멋 내고 싶으면 어떻게든 꾸미니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내년부터 귀 아래 18㎝라거나 완전 자유화 소문이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Q. 포항 외에 전국에서 선발된 학생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불편하지 않은가.

A. 현재 전교생 1400여 명 중 전국에서 뽑힌 200명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4인 1실인데, 생긴 지 2년밖에 안 돼 시설이 깨끗해서 좋다. 인성 교육을 내세워 방 바꾸는 걸 꺼려 하는 학교가 많던데 우리 학교는 방 교체가 활발한 편이다. 만약 A는 아침형 인간이고, B가 저녁형 인간이라면 서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바꾸는 게 맞다고 본다.

Q. 사교육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A. 포항 애들은 학원에 다닐 수 있다. 학교에서도 사교육을 금지하지 않는다. 자율학습 때 학원 가는 시간은 빼 준다. 하지만 2학년이 되면 대부분 그만둔다. 학원 다니는 것보다 혼자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서다. 자율학습은 인내와 집중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익숙해져 대부분 50분을 넘겨 집중하는 걸 어려워한다. 60~100분간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자율학습 시작하고 모의고사 때 집중력이 늘었다는 학생이 많다.

신입생 이렇게 뽑아요
내신 성적이 가장 중요 … 한국사 독서 활동 반영


포항제철고는 2012학년부터 전국 단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했다. 그 이전엔 경상북도 지역에서만 선발했다. 박성두(사진) 포항제철고 대외부장은 “학교 건학 이념이 자주인·도덕인·창의인”이라며 “스스로 노력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세계를 무대로 자기 소질을 계발하는 학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입학전형은 크게 A와 B 둘로 나뉜다.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A(182명)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하고, 포스코 임직원 자녀를 위한 B(273명)는 성적과 출결만 평가한다. A전형은 전국과 포항시에서 각각 100명과 59명을 뽑고, 사회통합전형으로 23명을 선발한다. 결국 60% 이상이 경북 지역 거주 포스코 임직원 자녀인 셈이다. A전형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A전형은 2단계로 치러진다. 1단계에서 교과 성적과 출결로 정원의 1.5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 면접을 치른다. 반영 과목은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로, 2·3학년(3학년 2학기는 중간고사까지) 성적만 평가한다. 학기별 반영비율은 같지만, 교과별 반영비율은 다르다. 수학이 30%로 가장 높고, 영어·과학 25%, 국어·사회 각각 10%씩이다.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160점 만점)와 자기개발계획서를 토대로 한 면접점수(40점 만점)를 합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자기개발계획서는 지원 동기 및 진로 계획(600자), 자기주도학습능력(600자), 인성(600자), 독서활동 2권(각 400자) 등으로 나눠진다. 2014학년도부터 달라진 건 독서활동 영역이다. 한국사 관련 책을 반드시 1권 읽고 ‘인상 깊었던 인물이나 사건을 선정해 간략히 설명하고, 선정 이유와 그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라’는 문항이 생겼다. 박 부장은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는 등 역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입학 전부터 대비를 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합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내신 성적이다. 전국 단위 모집으로 바뀐 뒤 A전형 지원자의 학업 수준이 더 높아졌다. 전에는 합격생 평균 내신이 상위 3~5% 이내였는데, 2012학년도 이후 2% 내 학생이 많아졌다.

 면접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는 겨우 8점이다. 1단계를 턱걸이로 통과한 학생 중 면접을 잘 봐 붙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내신 5% 학생이 1%를 뛰어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성적만으로는 불합격이지만, 면접을 잘 봐 합격하는 학생은 한 해에 전체의 7% 정도라고 한다. 내신 상위 2~3% 학생이 촘촘하게 있으므로 1점이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 성적이 높다고 면접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국 단위 선발로 바뀐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학생의 품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 개발이 아직 부족한 편이다. 박 부장은 “포스코교육재단 차원에서 객관적인 학생 인성 평가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2015학년부터는 학생 인성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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