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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얼굴 고치겠다"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는 40대 중반 남성



Q 12살 연하와 결혼한 40대 중반 남성입니다. 결혼한 지 5년 됐습니다. 곧 돌이 되는 셋째를 포함해 자녀는 셋을 뒀습니다. 아내가 자꾸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졸라 고민입니다. 전 쌍꺼풀 없는 눈이 좋은데 둘째 낳고 아내가 눈 수술을 했습니다. 워낙 강하게 원하니 할 수 없이 수술에 동의는 했지만 내키지는 않았죠. 그런데 셋째를 낳고는 아예 턱 수술을 포함해 얼굴을 완전히 뜯어 고치고 싶다고 합니다. TV 성형 프로그램에 푹 빠져 삽니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전혀 아닌데 계속 ‘얼굴이 이상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상담한 의사도 성형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 조언하는데 말이죠. 아내의 이런 심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생각을 돌릴 수 있을까요?

성형 원하는 아내, 외모가 진짜 문제는 아니랍니다



A ‘생긴 대로 살아라’는 건 옛말입니다. 현대 성형기술은 생긴 걸 바꾸는 정도를 넘어 아예 새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얼굴만이 아닙니다. 몸매도 섹시하게 바꿔 줍니다. 미인 되기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동그란 얼굴을 톰 크루즈처럼 음영 있는 섹시한 얼굴로 페이스 오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입니다.



 성형 열풍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성형의학기술의 죄는 아닙니다. 단지 기술이 발달해서 열풍이 생긴 건 아니죠. 그보다는 마음에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강렬한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욕망이 아름다운 건축물과 예술작품을 디자인했고 결국 스스로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단계에 이르게 한 겁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과감히 수술대에 오르는 많은 여성의 용기를 보자면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생존만큼 강렬한 본능이라 생각됩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은 대표적인 섭식장애죠.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저체온증, 무월경, 부종, 그리고 저혈압 등 다양한 내과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망률이 5~18%에 이르는 무서운 병입니다. 사실 식욕부진증이란 용어보다 먹는 걸 거부한다는 거식증이 더 정확한 설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욕부진이 일차적 원인이 아니라 자신의 몸매, 즉 신체상(body image)을 왜곡되게 인지하는 게 선행돼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할 만큼 다이어트를 해 내과적 합병증에 이를 정도로 체중이 줄었는데도 자신이 뚱뚱하게 느껴져 먹는 걸 거부하는 거식 행동을 보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왜곡과 집착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험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거죠.



 스트레스 등 정서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 미용 성형을 원할 때 성형외과 의사는 곤혹스럽습니다. 자신에 대한 신체 이미지를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수술이 이뤄져도 만족감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송혜교 코, 김태희 얼굴 라인으로 만들어 주세요’라는 식으로 객관적인 미의 기준을 놓고 얘기하더라도 결국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객관적인 미모를 갖춰도 내 주관적 해석이 긍정적이지 못하면 만족할 수 없는 것이죠. 가끔 ‘우울한데 얼굴을 확 뜯어 고치고 싶다’는 여성을 봅니다. 이미 수차례 성형을 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우울하니 세상을 부정적으로 해석해 결국 자신의 신체상도 일그러져 보이는 겁니다. 마음이 예뻐야 얼굴도 예쁜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음이 어두우면 자신의 얼굴을 예쁘게 인식하지 않는 건 분명합니다.



 세상일이 동전 앞뒤면 같아서 아무리 행복한 사건도 뒤집으면 내겐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연 주신 분 아내는 5년 사이에 자녀를 셋이나 출산했네요. 자녀는 삶의 소중한 보물이지만 출산과 양육은 여성의 마음과 몸에 상당한 부담을 줍니다. 그것도 5년 사이에 3명이라면 스트레스로 인해 피로증에 빠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임신 전후의 호르몬 변화도 뇌에는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산후우울증이란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죠. 또 출산 전보다 망가진 몸매도 큰 스트레스입니다. 엄마도 여자니까요. 거기에 양육 스트레스까지 아내 마음에 긍정성을 유지하는 감성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겁입니다. 긍정 에너지가 줄면 자기 얼굴이 미워 보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리뉴얼하고 싶은 겁니다.



 미학은 인간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대한 학문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반응은 철학 수준의 깊이와 복잡성을 띱니다. 아내의 성형 요구를 단지 유행을 좇는 미성숙한 행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내 감성 시스템 안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미학적 정체성이 존재합니다.



 회의할 때 보면 많게는 억대의 고가의료 장비보다 소파 같은 사소한 인테리어 물품을 교체할 때 더 많은 의견이 나와 회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자기 자존심을 걸고 이야기하다 보니 갈등이 심해져 나중엔 관계까지 소원해지는 경우도 봅니다.



 사물을 보는 미학적 관점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소파 디자인 선택을 둘러싼 갈등은 타인과 나의 가치관 사이의 충돌인 셈이죠. 새 건물 신축 후 종교 조직 안에 심한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과거 소박한 건물이 품고 있던 가치관과 확장한 신축 건축이 담고 있는 가치관이 충돌하며 빚어지는 일입니다. 이 같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차이는 전쟁까지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아내의 성형 요구는 표면적으로는 미모에 관한 거지만 내면적으론 미학적 정체성 위기에 관한 것입니다. 내 삶이 과연 내 가치관과 부합하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나라는 혼란이 온 겁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논리적으로 성형을 막아보려 해도 아내의 성형 요구는 줄지 않고 오히려 저항만 생겨 더 커지기 쉽습니다.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의사의 말도 아내 마음을 돌려 놓지 못했잖아요.



 출산과 양육으로 지친 어린 아내에겐 지금 공감과 위로가 꼭 필요합니다. 공감의 첫 단계는 내 가치관을 근거로 한 판단은 잠시 뒤로 하고 아내의 모습을 아내의 마음으로 바라 봐 주는 겁니다.



 출산·양육 스트레스로 지친 나머지 스스로에 대한 긍정성이 결여돼 새 얼굴을 원하는 아내를 12살 어린 철없는 아내로 비판하지 마세요. 대신 인류 생존의 근원인 모성애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라며 꼭 안아 주세요. 그럼 긍정적인 내 감성 에너지가 아내에게 전달돼 아내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미학적 정체성이 긍정적으로 바뀔 겁니다.



 이번 주말 꼭 두 분만의 시간을 가져 보세요. 미술 전시회는 어떤가요. 서로 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겁니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만큼 아름다움의 양식도 다양하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라고 했다고 하죠.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다른 주파수를 행복으로 조율할 때 미학적 행복감이 찾아온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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