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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문화재 보수·관리 전반 고강도 조사 지시 왜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숭례문 부실 복구 등 문화재 보수·관리사업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지시한 것은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애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게 ‘문화재보호기금법’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법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거쳐 법으로 만들어졌다. ‘1호 박근혜법’인 셈이다. 18대 국회 때인 2009년 4월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효과적인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해서 일반예산 외에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기금을 따로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재 보호에 필수적인 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특별기금 조성을 각 나라에 권고하고 있다. 당초 이 법은 2005년 11월 처음 발의됐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해 17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폐기됐다가 박 대통령이 2008년 11월 다시 발의하면서 결실을 보게 됐다.



숭례문 화재 때 "가슴 아프다" … 복구 부실 드러나자 강경

 1979년 청와대를 떠나 98년 정치권에 몸담을 때까지 야인으로 지내던 시절 박 대통령에게 힘이 돼준 것도 문화재였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전국의 문화재나 유적을 찾아 답사여행을 즐기곤 했다. 이때 찾아다닌 곳이 경기도 남양주의 다산 정약용 생가, 단종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 병인·신미양요의 현장이었던 강화도 초지진 등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에도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표시해 왔다. 특히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보존방법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해선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3월 수석비서관회의)라며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문화재 보존·관리를 총괄하는 문화재청장에 ‘울산 반구대 암각화 유적 보존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변영섭 고려대 미술사학과 교수를 발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숭례문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2008년 2월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는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며 “국보 1호로서 나라의 얼과 혼을 지닌 보물이 불타 무너졌다”고 했었다. 지난 5월 4일 숭례문 복구 기념식에 참석해선 “단순히 문화재 복구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긍지를 되살리고 새로운 희망,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라며 축하했다. 이런 상황에서 숭례문 복구가 부실 시공으로 이뤄졌다는 본지 보도가 나오자 철저한 조사와 비리 관련자 처벌로 부실·비리의 고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취임식에서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문화융성’을 제시했고,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융성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복구·보전이 부실덩어리라는 지적(본지 7, 8, 9, 11일 1면)이 나오자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부가가치의 문화산업을 육성해 창조경제의 기반으로 삼아 문화융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부각해 문화계 전반에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얘기다.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올 초부터 대통령의 지시로 문화재 관리에 관한 제도 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에 중앙일보가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대통령이 지시를 내림에 따라 종합적인 제도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의 접견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서유럽을 순방 중이던 지난 3일 프랑스에서 보코바 사무총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보코바 총장은 “박 대통령이 평소 유·무형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소중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나가기 위한 유네스코의 역할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유네스코 한국 위원회 창립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보코바 사무총장의 방한을 제의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문화재 관리 부실 논란이 일자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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