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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네 파트 감사 연내 매듭 … 쇄신 기회라 생각"

변영섭 문화재청장(왼쪽)과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11일 숭례문 부실 복원을 계기로 드러난 문화재 관리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사회: 김종록 본지 객원기자
“문화재 수리 기술자 자격증 임대, 전관예우 등의 문제는 감사원과 검찰, 필요하다면 경찰에 신속히 조사와 수사를 요청할 것이며 한 달 내에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

변영섭 문화재청장-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 대담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본지는 ‘국보 못 지키는 나라, 아직도…’ 3회 시리즈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변 청장과 문화재 분야 원로인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겸 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과의 대담을 마련했다. 사회는 김종록 본지 객원기자이자 문화융성위원이 맡았다.



 -기사가 나간 뒤 원성이 크다.



 ▶변영섭 청장=국민뿐 아니라 문화재청 직원도 충격을 받았다. 개인적으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기사의 진정한 뜻은 문화재를 지키자는 것이었다고 여긴다. 쇄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안휘준 이사장=중앙일보에 감사한다. 어느 신문도 지금까지 연일 1면을 할애해 문화재 문제를 보도한 일이 없다.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문화재에 관한 절대 서두르거나 조급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국민 모두 백년대계로 생각하고 여론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둘째, 아교나 안료 같은 기본적인 것도 일본에서 수입하는 현실에 대한 개탄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원료·기술로 해결하고 기능인력 개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적 합의 있다면 재복원 공사 가능



 -숭례문 조사가 얼마나 진행됐나.



 ▶변 청장=단청·목재·기와·철물 네 파트에 걸쳐 감사가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끝낼 것이다. 원래 두 명인 감사를 8명으로 늘려 각각 두 명씩 배치했다. 국민이 납득할 만큼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다. 서두른다면 또 졸속이 된다. 복원 여부는 문화재청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논의를 통해야 한다. 감사나 수사 등에서 결과가 나오면 법과 원칙에 따라 관련된 사람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



 -재복원에 가까운 공사가 필요하지 않은가.



 ▶변 청장=국민적 합의가 있으면 한다. 새로 짓기도 하는데 왜 못하나.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거다.



 ▶안 이사장=목재·안료·기와가 가장 큰 문제다. 목재 균열은 잘 안 말랐기 때문이다. 대목장이 왜 그런 나무를 썼는지 밝혀야 한다. 단청장도 조사해야 한다.



 - 단청문제가 터지기 전에 왜 몰랐나.



 ▶변 청장=담당 과장은 처음엔 간단하게 생각했다. 3월 18일 청장 취임 뒤 5월 4일 복원식 때까지 아무런 보고가 없었다. 5월 27일 문제가 발견되기 전엔 아무런 의심도 없었다. 아무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 단청 박락(剝落) 문제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 뒤 박락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석조 문화재 관리할 전문가 부족 심각



 -취재팀은 석굴암을 비롯해 여러 석조문화재를 둘러봤다. 그런데 복원에 문화재 철학이 없다.



 ▶안 이사장=한국은 화강암으로 탑과 석불을 만든다. 그런데 문화재에 조예가 깊은 화강암 전문 과학자가 없다. 전문가 부족이 심각하다.



 ▶변 청장=균열이 조기 발견돼 다행이고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변명이 아니다. 지금까지 문화재연구소가 석굴암을 모니터링해 왔다. 그런데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석재 전문가가 아니다. 석굴암 대책을 위해 세계적 석학이나 과학자들을 초청해 원인을 파악하려 한다. 11일엔 국내에서 석굴암 점검단(15명)이 구성됐다.



 -쌍둥이 석굴암 조성 제안도 있다.



 ▶변 청장=과학적 검증이 중요하다. 과거엔 기술력 부족이 문제가 됐다. 어떻게든 지금의 이중 돔을 들어내야겠는데 그러다 더 훼손될까 걱정돼 이러지도 못하고 있다.



 ▶안 이사장=석조문화재 보수의 제1원칙은 원형 복원이다. 복제품을 만들어도 멀리 떨어진 곳에 둬야 한다.



자격증 임대 이렇게 심한지 보도로 알아



 -문화재 수리 기술자 자격증 임대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변 청장=그런 말을 듣고 취임 직후 조사를 지시했지만 이렇게 심한지는 중앙일보 보도로 알았다. 오랜 관행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철저히 조사해 쇄신할 것이다. 그것이 ‘비정상의 정상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를 원전비리 못지않은 문화재 비리로 판단하고 있다. 문화재청도 자격증 보유자의 거주지와 회사 주소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조사할 것이다. 불법을 가리려면 수사가 필요해 감사원, 검찰이나 경찰에 합동조사 및 수사를 요청하겠다. 불법 임대자가 확인되면 당연히 자격을 발탁할 것이다.”



 ▶안 이사장=이번 사태는 원전비리를 닮았다. 당시 성실성 부족과 전문성을 가볍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드러났는데 이번 자격증 임대도 그런 양태다.



 -취임 8개월 동안 이런 문제를 해결 못한 것은 청장의 행정력 부족 아닌가. 또 이번 사태에 청장도 책임이 있지 않은가.



 ▶변 청장=행정 경험은 없어도 행정력까지 없진 않다. 행정 경험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동안 행정 라인에 있는 분들은 왜 이런 일이 생기게 했나. 어쨌든 문화재청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다만 수십 년 된 비리와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겠다. 나는 이런 구조를 쇄신하고 개혁의 디딤돌을 마련할 것이다. 그 뒤 책임 문제가 나온다면 언제라도 책임을 지겠다.



문화재청은 전국 관리, 지방청 둬야



 -문화재청은 왜 관리에 허술했나.



 ▶변 청장=우리는 적은 인력과 규모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가장 작은 부처면서도 전국의 유·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을 다 맡는다. 국가지정문화재도 직접 관리하지 못한다. 4대 궁과 조선왕릉, 종묘 관리가 원래 임무였는데 여기에 숭례문이 화재 뒤 서울시에서 넘어왔고 곧 사직단과 성균관도 넘어온다. 숭례문도 덕수궁 관리직원이 함께 맡고 있다. 늘 예방이 아니라 뒷수습만 하는 형편이다. 얼마 전에도 충남 공주의 공산성이 무너졌다. 또 쫓아가야 했다.



 ▶안 이사장=문화재청은 바닷속까지, 전 국토에 분포된 문화재를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하부구조가 없다. 문화재청 관리의 효율을 높이려면 문화재청 산하에 하부구조(지방청)를 만들어야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다수의 비정규직원이 있고 문화재 보수·수리를 전담하려고 만든 한국전통문화대학교도 제 역할을 못한다.



 ▶변 청장=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의 심장이다. 연구소 개선을 위해서 온갖 궁리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비정규직원이 전체 2000여 명의 68%인 1200명이다. 전통문화대학교에도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계속 지시하고 있다.



 ▶안 이사장=퇴직한 문화재 전문가들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전통문화대학교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목적에 맞게 교수진을 재편해 문화재 분야의 전문기능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안성규·이승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변영섭(62) 문화재청장

이화여대 사학과 박사,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전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문인화 그 이상과 보편성』 『표암 강세황 회화연구』 등.



안휘준(73)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전 문화재위원장, 하버드대 철학박사. 『한국 고분벽화연구』 『한국 미술사 연구』 『한국 그림의 전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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