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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중국 개혁의 역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우선 숫자부터 보자. ‘12808’과 ‘326’.



 전자는 홍콩의 대공보라는 신문이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 이후 30년간 공산당 중앙위원회 공식 문건에 등장한 ‘개혁’이라는 단어를 모두 세보고 확인한 횟수다. 후자는 최근 20일간 워싱턴 포스트 등 12개 주요 서방 언론의 중국 관련 보도에 나타난 ‘개혁’이라는 단어 등장 횟수다. 이 정도면 중국에서 개혁은 국시고 일상 생활이라 할 만하다.



한데 요즘은 더한다. 9일부터 시진핑(習近平) 시대 중국 10년의 국정 방향을 정한다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시작돼서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국가지도부든 날마다 개혁, 개혁, 개혁이다. 말 그대로 개혁의 홍수고 동시에 피로다. 그래서 중국 개혁의 본질을 보려면 고민이 좀 필요하다.



 우선 애매함과 모호함이다. 개혁은 난무하는데 구체성과 핵심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중국인이 아닌 한국, 혹은 서구인의 눈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3중전회가 열린 다음날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1면 톱 제목은 이렇다. ‘안정 속에 발전을 추구하는 게 핵심답안’. 한데 내용을 읽어보면 더 헷갈린다. 예컨대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에 신뢰를 줘야 하며 시스템을 바꿔 발전모델을 제고해야 한다는 등 표현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말과 수사(修辭)의 잔치다. 문화로 보면 표의문자의 정신세계고 현실로 보면 자신의 변호에 익숙해야 했던 사회주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이번 3중 전회 개혁 역시 혼란 없이 천천히, 그리고 변화와 조정을 추구하겠다는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일반의 희망을 피해가는 논리와 화법이다. 서방의 시각으로 보면 중국 개혁의 핵심은 공산당의 절대권력 분산이고 상호 감시시스템 도입이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 논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당의 절대권력을 그대로 두고 개혁하겠다는 것은 ‘절대권력은 부패한다’는 영국 정치철학자 액튼 경의 경구를 부정해야 하는 아픔(?)이 따른다.



좋은 예가 있다. 20년 전 제14기 3중 전회에서는 ‘국유기업 개혁’이 화두였다. 그래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고 대외개방을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 3중 전회에도 이 세 가지 개혁안은 20년 전 내용 그대로 상정됐다. 당이 국유기업을 놓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는 걸 중국 지도부가 모를 리 없다.



 셋째는 개혁의 폐색호 현상이다. 일종의 개혁 피로다. 지난달 인민일보가 통탄하며 인정했다. 즉 아무리 중앙에서 개혁안을 내려보내도 지방에선 실행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진 후 골짜기에 생긴 폐색호가 물의 흐름을 막는 것과 같다는 거다. 지방관은 말한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고. 그래서 중국의 개혁은 항상 ‘급변’보다는 ‘조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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