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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1년 진단, 세 가지 화살 다 쐈지만 … 디플레 벽 못 뚫었다

한 해 전인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 증권시장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중의원 해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닷새 뒤인 16일 중의원이 해산됐다. 시장 참여자들의 눈에 승자는 뻔해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자민당 총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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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아베노믹스(Abenomics)’란 신조어였다. 아베가 지난해 10월 말~11월 초 사이에 제시한 경제회복 정책이다. 그는 “무제한 양적완화(QE), 공격적인 재정지출, 구조개혁을 따로따로 실시하면 효과가 없다”며 “세 가지 정책(화살)을 거의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아베의 세 가지 화살’이었다.



 시장은 세 화살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아베노믹스 자체가 새로운 정책은 아니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1)가 집권 기간인 2001~2006년에 쓴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에다 무제한 엔화 찍어내기(머니프린팅)를 곁들인 것뿐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그의 추진력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중의원 해산 사흘 전인 13일부터 엔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틀 전인 14일 닛케이 지수가 비상하기 시작했다. 그 뒤 6개월 동안 엔화 가치는 30% 추락했다. 한국 등 수출경쟁국들은 비명을 질렀다. 반면 닛케이 지수는 80% 치솟았다. 도쿄 증시가 1980년대 후반 가미카제 거품 이후 미운 오리였는데, 한순간에 백조로 재탄생하는 듯했다.



 아베노믹스는 올 6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QE 축소를 언급하기 전까지 글로벌 시장 최대 화두였다. 그는 이런 흐름을 타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올 2월엔 일본은행(BOJ)을 압박해 시라카와 마사하키(白川方明) 총재를 조기퇴진시켰다. 3월엔 자신의 복심인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를 총재에 임명했다. 한 달 뒤인 4월 전격적인 무제한 QE가 단행됐다. 그리고 6월엔 아베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일본담당인 제리 시프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아베노믹스 시작은 아주 좋았다”고 평했다. 실물 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성장률도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4분기 1% 정도에서 올 2분기엔 4%(연율) 선으로 상승했다.



엔화가치 하락, 주가 상승도 뒷심 부족



 그러나 요즘 아베노믹스가 심상찮다. 올 3분기 성장률이 1.7%까지 다시 떨어질 전망이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 2013회계연도 상반기(2013년 4~9월) 무역적자가 4조6664억 엔(약 50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6개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불길한 기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올 9월 근원소비자 물가지수(Core CPI)가 한 달 전과 견줘 0.2% 떨어졌다. 두 달 연속 하락이다. 얼핏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미래 물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임금 흐름은 더 심각하다. 올 9월까지 일본의 평균 임금은 16개월 연속 떨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물가 상승률이 2015년 4월까지 2%에 이르도록 한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BOJ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디플레이션은 일본 경제의 최대 고민거리다. 가와이 마사히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소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 회복의 신호는 엔화가치 하락이나 주가 상승이 아니다”며 “물가의 꾸준한 상승”이라고 말했다. 그럴 만했다. 일본은 최근 20년 동안 디플레이션 수렁에 빠져 있었다. 1870년대 미국 장기 디플레 이후 일본처럼 장기 물가하락은 없었다. 마크 파버 글룸붐앤둠 발행인은 “일본의 저주”라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최근 디플레 조짐이 일본만의 일이 아니란 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주 호에서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가들이 물가 하락 조짐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9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1.5%(에너지·식료품 가격 포함)였다. 미국의 9월 물가 상승률은 1.2%에 그쳤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안정 목표로 삼고 있는 2%에 미치지 못했다.



성장률 4%까지 올랐다 다시 곤두박질



 최근 물가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씨티그룹의 ‘인플레이션서프라이즈지수(ISI)’는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ISI 는 주요국 물가 예상치보다 높고 낮음을 지수화한 것”이라며 “최근 수치가 -21.8”이라고 전했다. 물가가 예상치를 밑도는 나라가 훨씬 많았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이다. 올 10월 물가는 0.7% 올랐다. 지난해 10월 물가 상승률은 2.5%에 달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뭔가 심상찮음을 느끼고 지난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25%로 낮췄다.



 전 BOJ 이코노미스트인 노구치 마이코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일본·영국이 QE를 실시하고 있고 ECB가 제로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며 “물가 퍼즐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 시장에 풀린 엔화는 한 해 전과 견줘 45.8%나 늘어나 있다.



미국·유럽 물가하락 겹쳐 경기침체 늪에



 역사적으로 보면 디플레이션과 지나친 부채가 만났을 때 경제엔 최악이었다. 물가가 떨어지면 실질적인 빚 부담은 늘어난다. 사람들은 소비를 가급적 늦추려고 한다. 경기는 침체 늪에 더 깊이 빠져든다. IMF 일본 담당인 시프는 “아베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다급해진 아베 내각이 서둘러 경제특구 법안을 의결했다. 조만간 의료산업 개혁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아베가 다시 고개 드는 디플레와 속도 경쟁을 벌이며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강남규 기자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일반 소비자물가에서 식품과 에너지값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지수다. 중앙은행이 어찌해볼 수 없는 식품·에너지 가격의 단기 등락을 빼고 산출한다. 통화량 이외의 변수를 제거해 돈 풀기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살펴보기 위해 고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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