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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공짜 없애고 100원이라도 받아라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백화점이 세일을 시작하면 고객들이 구름같이 몰려든다. 평소 값이 비싸 망설이던 물건을 장만하기 위해서다. 가격은 이처럼 힘이 세다. 품질은 물론 디자인까지 다 반영한 최종 수치가 가격이기 때문이다. 나라경제에서도 요금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서민경제니, 국민정서니 하며 가격을 우습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전기요금이 대표적이다. 전기는 석유나 석탄에 비해 깨끗할 뿐만 아니라 스위치 하나로 작동될 정도로 편리하다. 그럼에도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 결과 농촌에서는 소 죽도 전기로 끓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이 되었다.



 전기 생산원가가 100인데 90으로 공급하면 한전에는 10이란 적자가 쌓인다. 잘못된 가격정책이다. 정부는 서민들의 물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최소한 100을 다 받고 특별히 어려운 사람들에겐 일정 비율을 깎아주거나 쿠폰 같은 것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담할 능력이 있는 국민에게선 원가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큰 골격의 복지정책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지하철이나 철도 요금도 그렇다. 서민 물가에 부담을 준다며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틀렸다. 공공요금의 경우 마진은 붙이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원가 이하로 팔면 안 된다. 그래서 생긴 적자가 공중으로 사라진다면 좋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그 적자는 우리가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요금도 가격 요인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적정한 요금을 매겨야 수요를 조절할 수 있다. 가격 기능이 작동해야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100% 공짜를 인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완전 무료와 10%라도 값을 받는 건 큰 차이가 있다. 10%라도 받으면 쓸데없는 낭비를 상당히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65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전철이나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다. 그 결과 춘천 가는 전철에는 늘 노인이 많다. 일전에 경춘선에서 만난 노인에게 “얼마나 자주 타느냐”고 물었더니 “일주일에 두세 번은 탄다”고 했다. 좋으냐고 물었더니 “공짜니까 그냥 탄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짜가 일상이 되면 자신의 즐거움도, 정부에 대한 고마움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지하철과 경전철을 운영하는 전국 도시철도 기관장들은 며칠 전 65세 이상 노인의 공짜 요금제도를 바꿀 것을 건의했다. 2017년부터 공짜 요금은 70세 이상으로 높이고, 65~70세는 50% 할인을 정부에 제안했다. 대체로 맞는 방향이다. 서울 지하철은 지난해 공짜 노인 승객이 1억7600만 명으로 전체 승객의 10%에 달했다고 한다.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공짜 손님은 더욱 늘어나고 적자도 따라 불어나게 돼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공기업 적자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공짜 대신 100원이라도 받으면 적자 유발 손님이 줄어들고 지하철 경영수지는 좋아진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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