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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소반은 다 어디로 갔을까

19세기 통영반. 높이 29.8㎝. 나전칠기가 발달한 통영인 만큼 소반의 생명이라 할 칠 마감이 수준급이다. 천판과 이를 받치는 운각부터 다리와 족대까지 전체적으로 조선 목가구의 사각미가 강조됐다. 모서리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했다. [사진 호림박물관]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集安縣)에 있는 고구려 무용총에는 낭창낭창한 여인네들이 소반을 나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소반의 기나긴 역사를 보여주는 고분벽화다.

 부엌과 거실이 떨어져 있는 한옥에서 소반은 주방 필수가구였다. 남녀유별·장유유서(長幼有序)를 중시했던 유교 국가 조선에선 겸상보다 독상이 선호됐으며, 때문에 집집이 소반을 여럿 구비하고 있었다. 놋그릇이나 사기그릇을 받치기 위해선 견고해야 했고, 동시에 여자들이 운반하기 쉽도록 가벼워야 했다.

 종류도 많다. 천판(天板: 가구의 가장 윗면)을 받치는 다리를 어떤 식으로 멋 부렸느냐에 따라 호족반(虎足盤)·구족반(狗足盤: 개다리소반) 등으로, 만든 지역에 따라 해주반·통영반 등으로 나눴다.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관과 함께 국내 3대 사립미술관으로 꼽히는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이 서울 도산대로 신사분관에서 이들 소반 40여 점을 모아 ‘조선의 디자인Ⅱ-소반’전을 연다. 향로와 명품도자 테마전도 함께 준비했다.

 이번 소반전은 2010년 열렸던 호림박물관 목가구전의 후속 전시다. 간결하나 뚜렷한 선과 면, 절제된 장식과 자연스러운 나뭇결 등 조선 목가구의 디자인 요소에 주목했다.

 호림박물관 박준영 학예사는 “화려한 채색 ·장식의 주칠(朱漆)·흑칠반(黑漆盤)이나 나전상(螺鈿床) 등은 제외하고, 순수한 나뭇결을 살린 소반 을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소반은 우리 문학에도 자주 등장했다. 그만큼 일상과 뗄 수 없는 공예품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박경리(1926∼2008)의 장편 『토지』 9권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청자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독특한 멋을 자랑하는 것이 흑자(黑磁)다(사진 왼쪽). 16세기 흑자음각연화문향로. 높이 14.3㎝. 호림박물관 소장 15세기 백자주자(白磁注子·국보 281호, 사진 왼쪽). 우윳빛 고운 색채에 날렵한 선이 일품이다. 높이 32.9㎝.
 “우리 통영에서는요, 손님 겉은 노인치고 양복 입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십니다. 그래도요, 통영 갓 통영 소반이라 카믄 외지의 양반들은 다 안다 캅디더. 하다못해 전복도 통영 거라 카믄 돈을 더 받는다 하데요.”

 고향 통영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소반의 실용미는 박물관 전시실에서도 빛나는데, 그 중 특색 있는 것이 19세기 공고상(公故床)이다. 다리를 치마처럼 통으로 만들고 바람 구멍을 낸 풍혈반(風穴盤)이다. 다리에 얼굴 모양으로 낸 창은 이고 다닐 때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한 재치 있는 배려이기도 했다.

 향로를 집중 조명한 ‘수심공헌지구(修心供獻之具)-향로’전도 마련됐다. 불교 관련 전시나 청자 전시의 일부가 아닌 향로만을 위한 자리다. 고려부터 조선까지의 도자와 금속으로 만든 다양한 향로를 망라했다.

 향은 고려 불교의례에선 최고의 공양물이자 갖은 번뇌와 망상을 잊게 해 주는 도구였다. 조선 유교 의례에서는 신을 모시는 수단으로, 문인들에겐 정신을 맑게 해 인격 수양을 돕는 방편으로 사용됐다. 전시에는 12세기 청자사자장식향로와 15세기 흑자음각연화문향로(黑磁陰刻蓮花文香爐), 같은 시기 분청사기 상감귀갑문향완(象嵌龜甲文香?) 등이 출품됐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지장시왕도(地藏菩薩圖)도 주목된다. ‘만력 경진년(萬曆 庚辰年)’, 즉 선조 13년(1580)에 그렸다는 뚜렷한 화기(畵記)가 남아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의 부처다. 스스로의 성불(成佛)을 포기하고 몸소 지옥에 들어가 죄지은 중생들을 교화·구제하는 부처다. 부처가 없는 시대, 즉 석가여래는 이미 입멸하고, 미래불인 미륵불이 도래하지 않은 시대에 숭앙됐다.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패자부활전’을 허하는 구세주인 셈이다.

 박준영 학예사는 “조선 전기 불화로 현존하는 것은 120여 점, 이 가운데 지장보살을 그린 것은 23점 정도로 파악된다. 이번 ‘지장시왕도’는 국내에 드물게 남아 있는 조선 전기 불화로, 제작 시기가 분명한데다가 이 시기 지장보살도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전시인 ‘명품도자’엔 도자 컬렉션으로 이름난 이 박물관의 국보·보물급 도자 외에도 새로 수집한 유물 등 40여 점이 나왔다. 내년 2월 28일까지. 성인 8000원, 청소년 5000원. 매월 마지막 목요일은 무료 개방. 02-541-3525.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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