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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지하철 "무임 승차 때문에 1000억 적자" … 노인들 "적은 돈으로 큰 복지 왜 모르나"

강원도 춘천역에는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서울·남양주 등 수도권에서 오는 노인들이 끊이지 않는다. 2010년 12월 서울~춘천 간 복선 전철이 개통된 뒤 전체 이용객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춘천역 이무희 역무팀장은 “평일에는 1000명, 주말에는 2000명 정도의 수도권 어르신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 명문닭갈비 김종경(54) 사장은 “주중 하루 손님 중 20명 이상이 서울에서 지하철로 오신 어르신들인데 교통비 없이 식비 1만원으로 하루를 즐기고 돌아가신다”고 설명했다. 일부 식당은 춘천역 도착 전 지하철에서 막걸리 무료, 차량 제공 등의 홍보물을 나눠주며 손님을 모은다.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임성수 3조구역장은 “우리 역 이용객의 절반가량이 무임승차 어르신들로 하루 평균 4000명 정도가 수도권에서 온다”고 말했다. 아산시청은 온양온천역에 방문객 센터를 만들어 노인들을 안내한다. 춘천과 아산은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하철 나들이 코스다. 이외 충남 천안, 현대식 건축미를 자랑하는 인천공항과 주변, 경기도 용문 등도 인기다. 서울 지하철 1~9호선에다 분당선·신분당선·중앙선·경의선 등을 이용하면 동서남북으로 못 갈 데가 없다.



“나들이 다니며 몸 건강해져 의료비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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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나들이를 가능하게 한 게 지하철·도시철도 무임승차(경로우대) 제도다. 그런데 이를 두고 지하철 공기업들이 “대상 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리자”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지난 4일 정부에 공동건의문을 냈다. 그러자 노인들이 대로(大怒)했다.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은 “무임제도 덕분에 노인 행복지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실행 불가능한데도 자꾸 꺼내 노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고 말했다.



 공동건의문에는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서울 2곳을 포함해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지하철 관련 8개 공기업이 참여했다. 적자의 주범이 무임승차이니 손실액을 정부가 교통시설특별회계로 보전해 주든지, 아니면 대상 연령을 소득세법상의 경로우대(70세 이상)처럼 70세로 올리자고 한다. 이에 앞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0월 말 소득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거나 50% 할인으로 바꾸자고 건의했다.



“노인 인구 빠르게 늘어 손실률 매년 증가”



 지난해 8개 지하철 공기업의 노인 무임승차 손실은 4129억원. 서울지하철만 따지면 2009억7600만원으로 2010년보다 22% 늘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김성호 고객서비스본부장은 “우리의 연간 적자 2000억원 중 1000억원 이상이 노인 무임승차(승객의 14%)에서 생긴다”며 “정부가 지원할 수 없다면 무임승차 대상자라도 줄여 달라(70세로 상향조정)”고 말했다. 김 부장은 “노인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손실률도 매년 는다”며 “우리처럼 무료인 나라는 드물다.



독일은 65세(여성은 60세) 이상 50% 할인, 룩셈부르크는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에게 50% 할인하고 일본은 이런 제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1982년 시행됐는데 당시 노인 인구 비율이 4% 정도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12%를 넘었다.



 하지만 노인회는 완강하다.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노인이 집에만 있게 되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률도 올라가고 며느리와 분란이 생겨 가정 불화를 초래한다”며 “지하철 나들이를 하면서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병을 예방하고 악화를 막아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고 행복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65세가 되면 노인이 돼서 슬프기도 하지만 ‘지공대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가 돼 우리 지하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외국 노인들도 이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복지제도인데, 이걸 없앤다면 전국 노인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회장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도 부정적이다. 복지부 노홍인 노인정책관은 “무임승차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 현 세대 노인에 대한 보상 차원도 있다”며 “경로우대를 없애면 지출이 늘어나 노인 빈곤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정책관은 또 “65세가 기준인 복지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문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초노령연금·장기요양보험·틀니(건강보험)·고궁 입장료 등 수십 가지의 기준이 65세로 돼 있다. 무임승차 폐지·축소는 서울메트로가 92년 이후 21차례, 도시철도 공기업 협의체에서 5차례,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3차례 요구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2010년 10월 김황식 국무총리가 축소를 거론했다가 대한노인회에 사과를 하기도 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안효성 기자



지하철 무임승차=1982년 전두환 대통령이 대한노인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버스·지하철 무료가 시행됐다. 96년 1월 노인교통수당이 도입되면서 버스는 폐지됐다. 2009년 기초노령연금이 확대되면서 노인교통수당은 폐지됐지만 지하철 무임승차는 유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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