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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위원장들과 산행 따라가 보니

박찬구 회장(왼쪽에서 둘째)이 9일 대둔산에서 사내 노조의 신희성(맨 왼쪽)·양근주(왼쪽에서 셋째)·이성팔(넷째)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금호석유화학]


9일 오전 전북 완주에 있는 대둔산 등산로 초입. 서울 본사와 울산·여수 공장, 대전 연구소 등에서 출발한 금호석유화학 및 계열사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 경영진 70여 명이 산행을 하는 자리다.

박찬구 "노무관리는 직장 후배 챙기는 일"



 박 회장은 동행한 기자에게 “산봉우리가 마치 조각품 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올해 65세인 그는 최고봉인 마천대(해발 878m)까지 오르는 5시간의 산행을 거뜬히 소화했다. 하산한 다음에는 막걸리를 나누면서 스킨십 경영을 이어갔다.



 이날 산행에는 계열사 노조위원장들도 함께했다. 박 회장은 “새해에는 팀장급 이상 간부, 가을에는 임원들과 등반 행사를 하는데 노조위원장들은 항상 동행한다”고 소개했다. “화합을 다지면서 회사 비전도 공유하는데 당연히 (노조도) 초청 대상”이라는 것이다.



 금호석화에는 울산 수지·고무공장, 여수 고무공장 등 사업장별로 3개의 노조가 있다. 사측으로선 임금과 복지 등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노조 3곳을 상대해야 한다. 노무 관리가 어려운 숙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성팔(53) 울산 수지공장 노조위원장은 “노사 화합으로는 금호석화가 대한민국 으뜸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박 회장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는 듯 미소를 머금는다. 이 회사는 1987년 노조가 설립된 이래 ‘26년 연속 무분규’라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박 회장과 세 명의 노조위원장은 “진기록이 아니라 꾸준한 대화와 신뢰의 산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년 연장이라는 성과물을 내놨다. 지난 6월 노사가 정년을 만 57세로 1년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 정년이 늘어난 기간에는 임금을 15% 줄이는 임금피크제도 함께 도입했다. 신희성(53) 여수 고무공장 노조위원장은 “노측은 일자리를 보장받고 사측은 임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데 뜻이 맞았다”며 “‘정년 60세’ 법제화에 맞춰 추가적인 (정년 연장) 협상이 이뤄질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엔 ‘때 이른 성과급’을 지급해 화제가 됐다. 성과급은 으레 연간 실적이 집계된 이듬해 2월쯤 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금호석화 역시 지난해보다 실적이 주춤했지만 직원 사기 향상을 위해 박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 그는 “사실 3분기엔 영업 적자가 전망됐다”며 “내년 초 자칫 성과급을 못 줄 수 있겠다 싶더라. 그래서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먼저 곳간을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 투자뿐 아니라 임금·복지도 중요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노조 역시 위기 때 희생을 감수했다. 금호석화 노사는 2010년부터 이어진 경영 정상화(채권단 자율협약) 기간 중 2년간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2011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갈등을 빚은 박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노조가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신희성 위원장은 “당시 계열사를 포함해 노조원 640여 명 전원이 서명했다”며 “법원이 영장 청구를 기각한 데는 노조 지원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화 사례는 갈등과 고소, 농성이 잦은 국내 노사 문화와 대조적이다. 성공 노하우는 어디에 있을까. 비결은 박찬구식 ‘큰형님 리더십’이다. 박 회장은 76년 금호석화에 입사한 ‘사내 최고참’이다. 금호실업과 금호건설에 근무한 6년을 빼고는 줄곧 화학 외길을 걸었다. 박 회장 스스로 “(노무 관리는) 직장 후배이자 가족을 챙기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그는 두세 달에 한 번씩 공장을 찾아 경영 실적을 직접 설명하고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양근주(49) 울산 고무공장 노조위원장은 “이때마다 ‘건강하세요’ ‘수고 많아요’ 하면서 직원을 대하는 데서 진정성이 전달된다”며 “오너경영인이 이렇게 살갑게 나오는데 노사 화합이 안 되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신희성 위원장은 “이 같은 믿음은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수년 전 일화를 꺼냈다. “회장님 양복 바지가 해져서 속옷이 드러난 적이 있었다. 왜 그런 옷을 입느냐고 여쭸더니 ‘아직은 멀쩡한데’라며 멋쩍게 웃으시더라. 이런 소박한 모습에 신뢰를 느껴 임금 동결을 수용한 측면도 있다. (웃으면서) 지금은 유화업계 상위권으로 회복됐다.”



 박 회장은 “현안을 공유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노사 간에 풀지 못할 과제는 거의 없다”며 “경영진이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회장의 막걸리 건배사는 “회사도 돕고 노조도 돕고”였다.



대둔산(완주)=이상재 기자



◆금호석유화학=1970년 설립된 세계 1위 합성고무 업체. 올해 매출 목표는 5조4000억원이다. 금호피앤비화학·금호폴리켐·금호미쓰이화학·금호개발상사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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