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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업·정부 52억 유로 출연, 166만 명에 피해 배상

1941년 독일이 세운 폴란드 아우슈비츠 화학공장에서 강제노동 중인 동유럽 여성. 오른쪽 가슴에 동유럽 노동자를 뜻하는 ‘OST’ 마크가 선명하다. [사진 독일 연방 자료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놓고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재단 설립을 통한 독일식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의 독일 상황이 여러모로 지금의 일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벨라루스·에스토니아·폴란드 등 이웃나라에서 840만 명을 끌어와 강제노동을 시켰다. 이와 함께 450만 명의 전쟁포로도 똑같은 수모를 겪어야 했다. 1939년부터 2차대전 종전 때까지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은 주로 독일 군수공장과 민간업체에서 일하며 혹독하게 착취당했다. 전쟁이 끝나자 이들에 대한 배상 문제가 제기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독일도 2차대전 이후 전승국과 이스라엘·폴란드 등 피해국에 배상금을 지급하긴 했다. 이 때문에 ‘배상과 관련된 법적 문제는 이미 끝났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일본과 다르다면 나치 치하 기업들의 강제동원에 대한 개인 배상권이 일부 인정돼 왔다는 점이다. 그 덕에 당시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외국 노동자들이 부분 배상을 받기도 했다.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의 로고.
 그러나 제대로 배상을 못 받은 외국인 피해자들은 끈질기게 대책을 요구했다. 결국 2002년 집권한 사민·녹색당 연합정권이 총대를 메고 보수 정당과 협의해 구체적 대책을 마련한다. 그래서 나온 게 2000년 8월 여야 만장일치로 결의된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Remembrance, Responsibility and Future Foundation)’의 설치였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족된 이 재단에 6500여 개 기업과 독일 정부가 각각 26억 유로씩 모두 52억 유로(약 7조4200억원)를 출연한다. 자발적으로 돈으로 낸 기업 중에는 2차대전 때 존재하지 않던 곳도 많았다고 한다.

 재단 운영은 각국에서 뽑은 27명의 이사에게 맡겼다. 재단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166만 명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마무리했다. 개인 배상금은 피해 정도에 따라 달랐다.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에게는 최고 7670유로(1095만원), 다른 곳에서 노동을 했던 피해자들에겐 2560 유로(365만원)까지 지급됐다. 농장에서 강제노동을 했을 경우엔 최고액이 2500유로(357만원)였다. 이렇게 배상금으로 사용된 돈이 44억 유로(약 6조2800억원)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배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피해를 본 국가별로 별도 기구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예컨대 폴란드에는 ‘폴란드-독일 화해재단’이, 체코에는 ‘독일-체코 미래기금’이 각각 설치됐다. 이 배상금의 수혜자는 100개국에 달한다. 이 중 폴란드인이 가장 많아 48만여 명이었으며 뒤를 이어 우크라이나(47만여 명), 러시아(25만여 명), 벨라루스(12만여 명) 순이었다. 이와 함께 각 나라에 흩어져 있는 15만여 명의 유대인에게는 별도 채널을 통해 11억4900만 유로(약 1조6400억원)를 지급했다.

 2007년 배상 작업이 마무리되자 당시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과거에 저질러졌던 잘못은 범죄행위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가시적인 경제적 보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강제동원된 독일인에 대한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52억 유로 가운데 남은 기금 중 3억5800만 유로(약 5110억원)는 별도 재단에 위탁돼 계속 운용되고 있다. 비록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끝났지만 매년 이 기금에서 나오는 800만 유로는 역사연구, 인권 신장, 나치 피해자 보상 등 세 분야에 사용된다. 또 강제노동 관련 자료의 세계 순회 전시, 나치 피해자들과의 만남의 장, 피해가정 자녀에 대한 학자금 지원 같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건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고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독일은 뒤늦게나마 강제징용에 대한 보상을 마무리함으로써 정상국가로의 길을 걷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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