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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지역감정이란 그림자

“쟤 하나만 없으면 우리 모임이 잘될 겁니다.”

“저 집단만 없다면 우리나라가 조용해집니다.”

이런 심정으로 특정인이나 집단 혹은 지역을 공격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융 심리학의 용어로 말하자면 일종의 ‘그림자’로 작용하는 밉상스러운 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적 인간이 없는 동호회나 동문회가 있는가. 나치 시대의 유대인,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유럽에서는 집시, 서방세계에는 알카에다나 헤즈볼라, 중동의 수니파에는 시아파, 중국에는 티베트위구르족 등 소수민족들, 미국의 백인에게는 유색인종들이 일종의 그림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림자를 바라보는 강자의 부정적 에너지가 폭력적 방식으로 비화하면 소수에 대한 억압, 대량 살상, 내전이나 전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림자와 그림자가 싸우게 만드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도 있다. 수나라 때 장수 장손성이 투항한 돌궐인들을 이용해 돌궐을 멸망시킨 것이나,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끼리 갈등을 유발해 노예와 자원을 약탈한 것이나, 일제가 만주 괴뢰정권을 만든 것 등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림자끼리 맞붙게 한 간계다.

일러스트 강일구
영특한 지도자들은 그래서 특정 집단이나 지역이 소외돼 내부가 분열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한다. 나와 철학이 같고 학연·지연으로 얽힌 이들만 곁에 두면 소외된 나머지들은 결국 불만으로 튕겨져 나가게 마련이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키면 쉽게 잘돼 간다는 착각에 빠져 ‘우리끼리’의 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마지막 순간까지 모를 수도 있다. 러시아·프랑스·청 왕조의 멸망이 대표적 예다. 소외된 사람들 마음속 멍울이 큰 종양 덩어리로 바뀌면 작은 구멍만으로도 거대한 둑이 무너진다. 따돌림당하는 소수 집단이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도록 포용해야 길게 봐서는 강자들에게도 이익이다.

한국의 지역감정도 이와 같은 그림자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삼국시대와 왕건의 훈요십조까지 들먹이며 지역감정은 마치 절대 치유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역사학자가 훈요십조의 ‘백제 지역 배제’는 사실상 현종 이후 특정 정치 집단의 이익에 따라 가필된 것이고, 왕건 이후 고려 왕조는 백제의 귀족과 성공적으로 연대했다고 말한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몇 안 되는 중공업회사였던 목포의 조선내화를 방문해 따뜻한 환대 속에 중공업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관제 부정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1971년 수많은 경상도 사람이 김대중 후보를 열렬하게 지지했다. 자신들의 이익만 도모하는 패거리 집단이 만든 지역감정은 일종의 대중 조작이고 상대를 저주하는 치사한 흑주술일 뿐이다.

이기심과 본능에 휘둘리는 ‘자아’가 겸손해지면 타자인 ‘그림자’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림자로 향하는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적 에너지로 변환시키지 못한다면 보다 성숙한 ‘자기’로 가는 개성화 과정은 있을 수 없다. 나와 정반대인 그림자와 화해하고, 대극의 통합을 지향해야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더 성숙하고 건강한 여정에 들어선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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