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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문방(文房)은 문인(文人)의 서재를 가리킨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장소다. 여성의 거처와는 구분되는 남성 전용의 사색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대로 품격이 있는 문방을 갖는 건 아마도 모든 독서인(讀書人)의 로망일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나 노트북이 이 문방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엔 바로 이곳에 없어서는 안 될 ‘네 친구(四友)’가 있었다. 붓(筆), 종이(紙), 먹(墨), 벼루(硯)다. 이름하여 ‘문방사우(文房四友)’. 보배처럼 진귀한 친구들인 까닭에 문방사보(文房四寶)라고도 하고 귀한 까닭에 벼슬 후(侯)를 하사해 문방사후(文房四侯)로도 불렸다.

붓을 뜻하는 필(筆)은 짐승의 털을 대나무 막대에 넣어서 만든 붓을 한 손으로 들고 있는 형상을 본뜬 글자다. 중국 안후이성 쉬안저우(宣州)의 징(涇)현에서 나는 붓이 유명해 “부드럽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은 게 사람의 손에 딱 맞고 100개의 붓 중에 어느 하나 질이 떨어지는 게 없다(軟硬適人手 百管不差一)” “천금을 주고 사려 해도 시장에서 구할 수 없을 정도(千金求買市中無)”라는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종이 지(紙)는 실(絲)의 뜻과 나무뿌리 씨(氏)의 음과 뜻을 결합한 글자다. 검다(黑)와 흙(土)을 합친 글자인 묵(墨)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검은색 안료다. 그리고 돌(石)의 뜻과 보일 견(見)의 음·뜻을 결합한 글자인 벼루 연(硯)은 돌로 된 먹을 가는 도구다. 이 네 친구가 힘을 모아 연출해 내는 글씨 예술이 바로 서예(書藝)다. 중국에선 실용적 측면을 강조해 서법(書法), 일본에선 정신 수련을 중시해 서도(書道)라 부른다.

문방사우의 합작품인 서예는 한·중·일 3국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다. 꽉 막힌 세 나라 관계를 풀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3국을 대표하는 서예 작품전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되 여기에 3국 정상이 참석하는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말한다. 이는 동북아 국가들이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협력해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다자간에 더 큰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애초에 북한을 겨냥한 것이긴 해도 먼저 한·중·일 3국 관계에서부터 시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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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