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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서 공유로 … 경제 틀 바꿔 ‘창업 도시’로 개혁

지난달 20일 방한한 에드윈 리 시장은 “혁신은 협업과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배경과 목표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며칠 전 방한한 미국의 한 벤처캐피털 최고경영자(CEO)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미국 창업의 중심지는 팰로 앨토(palo alto)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라는 거였다. 스탠퍼드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는 수십 년간 우리가 흔히 실리콘밸리라 부르는 지역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고등학교가 2개밖에 없는 소도시(county)지만 워낙 쟁쟁한 기업과 창업자들이 이곳에 뿌리를 두다 보니, 동네 카페에서 억만장자를 마주치는 일이 일상인 특별한 지역이 됐다. 그런데 요즘 그런 위상과 명성을 팰로 앨토로부터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샌프란시스코가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는 중이라 했다. 덕분에 팰로 앨토나 그 주변에 사무실을 갖고 있던 벤처캐피털들 또한 덩달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이 얘기를 전한 CEO 또한 본사를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고 했다. 그는 “특히 20대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려면 이제 (한가로운 분위기의 팰로 앨토가 아닌) 북적대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20>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

중국계 이민 2세대로 시장 당선
이 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벤처캐피털의 총 투자액은 43억9000만 달러로, 팰로 앨토(12억9100만 달러)의 3배가 넘는다(8월 기준, 샌프란시스코 경제발전센터). 샌프란시스코 실업률은 2011년 9.5%에서 지난달 기준 5.6%로 떨어졌다. 최근 2년 동안에만 3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징가,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옐프 등 세계적인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이곳에서 탄생했거나 속속 이주해 온 덕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1800여 개의 첨단기술기업이 있으며 4만5000여 명의 고급 두뇌가 거기서 일한다. 남다른 비전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이가 에드윈 리(Edwin Leeㆍ61) 시장이다.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아시아계 시장인 그는 현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함께 미국 공공 영역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창안한 도시 개혁 프로젝트는 ‘샌프란시스코 모델’이란 이름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백악관과 공동으로, 창업자 양성을 통해 각 지역의 교육·의료·에너지 문제 등을 해결하는 ‘앙트러프러너 인 레지던스(entreneur-in-residence)’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의 키워드는 혁신(innovation)과 기술(technology)이다. 그 두 가지가 접목되는 지점에 창업이 있다.

리 시장은 1930년대 중국 광저우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자 요리사이던 아버지는 그가 15세 때 사망했다. 어머니는 재봉사와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그를 길렀다. 1974년 미국 동부 명문 보든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1978년 UC버클리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가 됐다. 이후 10년간 그는 이민자와 소수인종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활약한다. 특히 이들의 주거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시를 상대로도 무수한 소송을 진행했는데, 이에 지친 당국자가 “어디 당신이 직접 해보라”는 제안을 해 시정에 발을 들였다. 이후 22년간 다양한 업무를 섭렵한다. 2011년 1월 당시 시장이던 개빈 뉴섬이 캘리포니아주 부지사에 당선되면서 그는 잔여기간 동안 시장 직을 대행하게 된다. 취임 초기만 해도 그는 “선거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11월, 결국 4년 임기의 시장 직에 도전하게 된다. 지지자들이 지원단체까지 결성해 가며 열성적으로 밀어붙인 덕이었다. 당선 뒤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미국의 혁신 수도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힌다. 이를 통해 경제 회복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효율적인 시 행정을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혁신과 기술로 무장한 창업자들을 시정의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샌프란시스코는 세계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허브’로 거듭나게 됐다.

공유 경제란 공간, 차, 각종 물품 등을 소유가 아닌 대여 또는 차용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집이나 차, 안 쓰는 물건들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주차장, 텃밭부터 각종 기계, 옷, 온라인 서비스까지 공유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비용 감소는 물론 자원 절약이나 환경 보호, 공동체 회복, 소비문화 개선 등 경제·사회·문화적 효과도 크다. 단순 사업 모델이라기보다 경제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리 시장은 이를 통해 어떻게 도시를 바꿨다는 걸까.

혁신 결과는 미국 내 최대 창업 중심지
예를 들면 차량공유 서비스인 집카(ZipCar)를 통해 교통, 주차, 매연 문제를 개선했다. 택시기사와 승객의 스마트폰을 연결한 우버(Uver) 또한 교통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 자전거 공유 서비스까지 더해, 시민들이 자동차 구입에 쓸 돈을 지역 상권에서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에어비앤비(AirB&B) 같은 공간공유 서비스를 통해서는 주택 문제를 개선했다. 이런 공유 서비스는 지역민들의 부가 수익원이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사업성이 매우 높다. 우버는 구글로부터 2억6000만 달러를 투자 받았고, 에어비앤비의 가치는 25억 달러에 이른다.

리 시장은 공유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많은 창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세제를 개편했다. 트위터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려 하자 세금 부과 기준을 직원 수가 아닌 매출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초기 기술기업은 매출은 높지 않으나 직원 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 감안해 세제를 바꾼 덕분에 트위터는 떠나지 않았고 오히려 수많은 기업을 더 유치할 수 있었다.

이런 변화를 통해 리 시장은 경제적 성취만이 아닌 지역민의 일상과 문화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 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각종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이며, 그런 다양성과 서로 다른 이들 간의 협업과 부대낌이 혁신 동력”이라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창업자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야말로 도시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밀착하며,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공공 정책자의 책무임을 역설한다.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입안자와 정책 실무자들 또한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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