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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쌀 자급률 3년 연속 80%대, 식량 안보 경보음 … 중국도 쌀 수입 급증, 값싼 쌀 먹는 시대 가고 있다

지난 9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로스바뇨스의 논에서 인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한국의 9월은 논에서 익은 벼를 거두는 추수 철이지만 같은 시기 열대성 기후인 필리핀에선 모내기와 추수가 동시에 이뤄진다. 필리핀은 1년에 3모작까지 가능하지만 1984년을 고비로 쌀 자급에 실패해 매년 수십만t의 쌀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특별취재팀]

지난 9월 20일 저녁 일본 도쿄 시마다구(區)에 있는 한 이탈리아 음식 레스토랑. 메뉴 중에 메뚜기 튀김을 얹은 파스타가 눈길을 끌었다. 레스토랑 종업원은 “고추·마늘로 양념한 파스타에 튀긴 메뚜기를 올린 음식”이라며 “1200엔(약 1만3000원) 가격에 선보인 지 5개월쯤 됐는데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메뚜기를 직접 구워 먹어본 경험이 있는 주방장의 아이디어였다”고 소개했다.

 메뚜기 요리만 있는 게 아니다. 도쿄에선 ‘곤충요리 시식회’가 거의 매달 열린다. 시식회에선 말벌유충 요리, 번데기 카레, 매미 칠리소스 무침 등 다양한 곤충요리가 선보인다. 곤충요리연구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엔 매번 참가비 2000엔씩 내고 찾아오는 단골도 있다.

 식량 문제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사례다. 곤충이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 1㎏을 얻으려면 소에게 사료 10㎏을 먹여야 한다. 돼지고기도 1㎏당 사료 5㎏이 들어간다. 반면 메뚜기 1㎏에 필요한 사료는 1.7㎏에 불과하다. 쇠고기·돼지고기 대신 곤충을 많이 먹을수록 사료용 곡물소비가 주는 셈이다. 그만큼 곡물자급률이 높아져 식량위기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 5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 부족을 해결할 영양 공급원으로 곤충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미 ‘식량 비상사태’를 맞은 나라도 있다.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연간 1000만t)인 이집트다. 이집트 인구 9000만 명 중 절반은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연명한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가난한 이집트 사람들에겐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된다. 유엔은 식량난을 겪는 이집트인의 비율이 2009년 14%에서 지난해 17%로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이어 지난 8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쫓겨난 배경엔 극심한 식량난이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FAO는 “이집트가 내년에도 정치·사회 불안, 관광수입·외환보유액 감소 등으로 심각한 식량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예멘선 식량폭동으로 12명 숨져

벼가 익어 가는 들판 한쪽에 하얀 비닐하우스 지붕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쌀 농사를 포기하고 하우스 농사로 전환하는 농가가 많아진다는 방증이다(사진 위). 경남 남해의 관광 명소인 다랭이마을 계단식 논의 모습. 주민들이 벼농사를 기피하면서 벼 재배면적은 전체의 5%만 남았다(사진 아). [중앙포토]
 이집트뿐만이 아니다. 식량 문제를 둘러싼 소요사태는 2008년 이후 태국(쌀 도둑 방지 위해 군대 경비)·방글라데시(식량폭동으로 29명 부상)·모로코(식량폭동으로 34명 투옥)·필리핀(쌀 배급 감독 부실로 대통령 퇴진 시위)·예멘(식량폭동으로 12명 사망)·인도네시아(콩과 쌀 부족으로 1만 명 이상 시위) 등에서도 잇따라 발생했다.

 이런 식량 위기를 대하는 한국인의 반응은 대개 ‘강 건너 불’이다. 한국은 예외 지역일까.

 지난해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3.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소·돼지·닭 같은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수치다. 흔히 말하는 식량자급률은 사료용 곡물을 빼고 계산한다. 지난해 국내 식량자급률은 45.3%로 역대 최저였던 2011년(45.3%)과 같은 수준이었다.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는 쌀·보리·콩·옥수수 같은 곡물 중 국내산은 절반도 채 되지 않고 나머지는 수입한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산 곡물 가운데 완전 자급이 이뤄지는 것은 감자·고구마뿐이다.

 국내 식량자급률은 2010년(54.1%)까지만 해도 적어도 50%는 넘겼다. 날씨나 작황에 따라 들쑥날쑥하기는 해도 밥상의 절반은 국내산 곡물로 채운다는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2011년을 고비로 식량자급률은 40%대로 떨어졌다. 쌀 자급률이 크게 낮아진 것이 주원인이다. 2010년 쌀 생산량(430만t)이 전년(492만t)에 비해 13%(62만t)나 줄어서다.

 2011년 쌀 자급률은 83.2%로 전년(104.5%)보다 21.3%포인트 낮아졌다. 1981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2012년 쌀 자급률은 86.1%로 2년 연속 80%대를 면치 못했다. 쌀 자급률이 86%라면 쌀 100㎏을 먹을 때 86㎏은 햅쌀이지만 나머지 14㎏은 묵은쌀이나 수입쌀로 충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올해 쌀 수확량을 424만t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401만t)보다는 23만t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태풍·가뭄이 없었던 덕분이다. 그럼에도 2010년(430만t)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쌀 자급률이 3년 연속 80%대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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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석호 박사는 “3년 연속 쌀 자급률 80%대는 식량안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며 “FAO는 비상상황을 대비해 쌀 총소비량의 14∼15%는 비축해야 한다고 권장하는데 현재는 17%(2010년엔 35%)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이사장은 “2008∼2009년 풍작으로 쌀이 창고에 쌓이니까 정부가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쌀 생산 축소 쪽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우선 쌀 경작지가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쌀 재배면적(83만3000㏊)은 4년 전(92만4000㏊)보다 10% 줄었다.

 지난 7일 경남 남해군 다랭이마을. 수백 년 전부터 계단식 논에 벼농사를 지어와 2005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지 지정을 받은 마을이다. 남해군의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김주성(57)씨가 어렸을 땐 계단식 논에 100% 벼를 심었다. 그러나 올해 벼 재배면적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콩·마늘·유채 등을 키우는 밭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10년 전만 해도 벼 재배면적이 70%는 됐다”며 “농사짓는 사람들이 고령화돼 힘든 벼농사를 기피하는 데다 660㎡(약 200평) 논농사에 인건비가 50만∼60만원이 드는데 소득은 30만원 남짓이어서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태풍이 자주 지나가는 곳인 데다 최근 몇 년 새 가뭄과 홍수가 반복됐고, 연간 25만∼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 관광 수입이 늘어난 것도 농사 기피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대 경제학과 김정인 교수는 “남해안 다랭이마을은 기후변화로 인해 벼 재배면적이 줄고 소출(수확)이 적어진 좋은 예”라며 “국내에서 태풍과 가뭄의 빈도 수가 계속 늘고 강도가 강해져 농사를 기피하는 농가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정학균 박사는 “벼 재배면적이 줄고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가뭄·병해충 증가가 겹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5~10년 이내에 국내 쌀 자급률이 50%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도 변수다. 중국의 지난해 쌀 수입량은 230만t으로 전년(58만t)의 네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2위의 쌀 수입국이 됐다. 머지않아 세계 최대의 쌀 수입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 국립곡물유지류정보센터는 올해 중국의 쌀 생산량은 2억280만t으로 전년보다 0.7%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연간 쌀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은 2003년 이후 10년 만이다.

쌀 모자라 밀수까지 성행

 미국 록펠러재단의 지원으로 59년 필리핀에 설립된 국제미작연구소(IRRI)에선 중국의 쌀 수입 증가가 국제 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IRRI의 사라멘두 모한티 박사는 “그동안 옥수수나 잡곡을 먹던 가난한 중국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맛이 좋은 쌀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중국의 쌀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했을 때 그 물량을 대줄 수 있는 나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쌀 시장은 전체 생산량의 5% 정도만 거래되는 ‘얇은 시장’이어서 수요나 공급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며 “값싼 쌀을 먹을 수 있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세계적으로 쌀값이 비싸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열대성 기후로 1년에 최대 3모작의 쌀 농사가 가능하다. 이런 나라가 쌀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 수요를 채우지도 못한다. 2010년 필리핀은 세계 최대의 쌀(245만t) 수입국이었다.

 필리핀이 처음부터 쌀 수입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1978년 쌀 자급을 달성했다. 종자 개량으로 농업 생산성을 급격히 높이는 ‘녹색 혁명’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78년 필리핀은 쌀 4만8000t을 수출하기도 했다. 이후 날씨와 작황에 따라 수출량이 들쭉날쭉하긴 했어도 83년까지는 쌀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필리핀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낸 3선 하원의원 월든 벨로는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라는 책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재임기간 1966~86년)은 독재자였지만 각종 농업 지원책을 마련한 것만큼은 그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의 쌀 자급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84년을 고비로 다시 쌀 수입국이 됐다.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농촌의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빠져나가고 쌀 경작지는 줄었다. 민주화 이후 필리핀 정부는 구조조정을 내세워 농업 관련 예산을 축소했다. 피임 등 가족계획에 반대하는 가톨릭 교회의 영향이 절대적인 나라여서 인구는 해마다 늘었다.

 현재 필리핀 사람들의 밥상은 해외 변수에 극도로 민감한 상태다. 국제 쌀값이 오르거나 필리핀 페소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필리핀 서민층은 쌀값 부담에 직격탄을 맞는다.

 쌀의 밀수가 성행하는 것도 문제다. 쌀에 붙는 비싼 관세(40~50%)를 떼먹기 위해서다. 필리핀 농림부 차관을 지낸 브루스 토렌티노 국제미작연구소(IRRI) 부소장은 “연간 쌀 밀수 물량은 최소 50만t, 최대 200만t까지 본다. 일단 쌀이 국경을 넘어오면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의 밀·콩·옥수수 등 3대 작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연간 곡물 소비 2084만t 중 1600만t이 수입 곡물이다. 국내 쌀 생산량 424만t을 뺀 작물 대부분을 수입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빵과 국수의 주재료인 밀의 자급률은 1%대다.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곡식인 밀의 자급률이 원래부터 낮았던 것은 아니다. 1970년엔 15.9%를 자급했다. 값싼 수입 밀이 밀려 들어오고 84년 정부의 밀 수매 중단 결정이 결정타가 돼 85년엔 자급률이 0.5%로 떨어졌다.

 콩은 3대 작물 중 비교적 자급률이 높은 편인데도 30.7%에 그친다. 연간 식용콩이 40만t이 필요한데 12만t이 국산이다. 우리가 먹는 과자·두유·콩기름 등 콩 가공식품에 들어간 콩은 대부분 외국산이라고 보면 된다.

 식용 콩 자급률이 낮은 것은 콩을 키울 땅이 부족할 뿐 아니라 면적당 수확량이 적고 수입 콩에 대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에서 콩을 심는 농가가 적기 때문이다.

  이철호 이사장은 “콩나물·두부·된장찌개 등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콩”이라며 “쌀과 함께 식용 콩만은 반드시 자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수수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국의 옥수수 수입량은 세계 3위다. 지난해 연간 곡물 수입량 1600만t 중 절반 이상인 830만t이 옥수수다. 대개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에서 수입되는 옥수수의 약 80%는 사료용, 나머지 20%는 전분당·옥수수 기름 등 가공식품 원료로 쓰인다.

 현재 사료용을 포함한 옥수수 자급률은 0.9%에 불과하다. 식용 옥수수만의 자급률은 3.3%다. 정부는 2017년까지 식용 옥수수 자급률을 4.4%로 불과 1.1%포인트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농촌진흥청 권영업 전작과장은 “옥수수는 사료 수요가 워낙 많은 곡물이어서 자급률을 1%포인트 높이는 것도 쉽지 않다”며 “현재 옥수수 농가에선 10a(아르, 약 300평)당 옥수수 알곡을 500㎏가량 얻고 있는데 수율(收率)이 높은 고품질 옥수수를 개발해 농가에 널리 보급하는 것이 자급률을 올리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식량자급률’(사료용을 뺀 식용 곡식의 자급률)이 39%로 우리와 엇비슷하다. 도쿄의 농림수산성 건물엔 ‘식료안전보장과(食料安全保障科)’가 있다. 일본 식량 부족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대처하는 일을 하는 부서다. 식료안전보장과 구마다 준코 식료안전전문관은 “애그플레이션이 심했던 2008년 신설됐으며 다른 나라엔 비슷한 부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각부의 식육(食育)추진실은 국민의 식생활 교육을 통해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일을 한다. 야마사키 후사나가 참사관은 “일본산 쌀을 비롯해 일본 내 각 지역의 대표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내용을 식생활 교육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쌀 재배면적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용택 박사는 “쌀 소비가 줄어 농가 소득이 감소하면 그 땅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고소득 작물을 심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농가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논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론 해외농업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농림식품축산부 이준원 차관보는 “일본의 젠노(全農·한국의 농협)의 경우 60년대 중반부터 미국 곡물사업에 투자해 효과를 보고 있다”며 “국제곡물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해외농업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기획조정실장은 “우리 국민에게 식량 위기의 실상을 바로 알리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며 “일본처럼 식량 비상상황을 대비한 마스터 플랜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일본·러시아·필리핀·캄보디아)=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전승우·주정완·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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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