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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모두 통일 이야기 안 해 … 이대로면 북한의 중국화 가속"

6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그는 "선진 통일이 이 시대의 국가 과제"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보수 진영의 대표적 이론가 박세일(65)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통일 운동가’로 나섰다. 요즘 그에게 요청된 각종 강연에서 통일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 10월 16일 ‘통일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했다. 11월 4일엔 『21세기 한반도의 꿈: 선진 통일 전략』(21세기북스)이란 새 책도 펴냈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사회의 선진화 담론을 이끌어온 그다. 김영삼정부의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내던 1990년대 중반엔 세계화 개혁을 주도했다. 세계화- 선진화에 이은 보수의 이념으로 통일을 내세운 셈이다. 그가 지향하는 방식은 ‘선진통일’로 요약된다. 남북한은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의 선진화를 고대하고 있다.

 6일 박 이사장을 만나 생각을 들어봤다. 통일 문제는 대개 진보 진영이 강조해온 이슈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요즈음은 보수든 진보든 모두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지금까지는 남북한이 통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그는 “북한의 중국화, 즉 중국의 변방 속국으로의 추락을 막고, 일본의 재무장에 이은 동북아의 신냉전 시대를 방지하기 위해 한반도 통일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통일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게 된 계기는.

 “그보다 4개월 전인 6월 11일 열린 ‘초정회’(새누리당 초선 의원들 모임) 강연부터 얘기해야 한다. 당 개혁과 통일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호소했다. 그때 참석한 이완영 의원이 통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후 동료 의원을 규합해 탄생한 것이 ‘통일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다. 회장을 맡은 원유철 의원과 이주영 여의도연구소장, 정몽준·이인제·김무성 의원을 포함해 30여 명이 모였다.”

 - ‘통일 신당’을 준비하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지금 해외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을 설명하다가 나온 얘기다. ‘대한민국은 통일의 기회가 오기 때문에 참 좋겠다’라는 얘기를 밖에서 많이 듣는다. 통일을 하면 북한이란 새로운 경제 영토가 등장해 새로운 기회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런 희망적 코멘트 뒤엔 곧바로 부정적 언급이 따라온다. ‘당신 나라는 아무래도 통일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와 국민이 통일에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통일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 그래서 ‘통일 신당’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대한민국의 정당이 지금의 지역정당, 이익정당으로 통일 시대를 열 수 있겠나? 더 나아가 북한 동포들의 정치적 의사는 누가 수렴하면서 통합 과정을 끌고 가겠는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통일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전국 정당, 정책 정당, 가치 정당으로 변화해야 하고, 통일 후에는 중국 공산당과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정당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산업화와 민주화는 성공시켰는데 앞으로 선진과 통일의 시대를 열기 위해선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 이번 주엔 『선진 통일 전략』이란 책도 펴냈다.

 “지난해부터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통일 대학’을 만들었다. 일반 시민·학생·주부·탈북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1기에 40~50명씩 6기까지 진행 중에 있다. 그 강의 내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이번에 펴내게 됐다.”

 - 통일 문제는 주로 진보 진영에서 강조해온 이슈였는데, 보수로 분류되는 박 이사장이 통일을 앞장서 강조하는 이유는.

 “95년부터 북한에 대량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우리 사회의 진보는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냉전이 끝난 90년대 초반에는 흡수통일을 반대하다가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아예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평화만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분단 고착화와 다를 바 없다. 보수는 어떤가? 독일의 통일 비용을 과장하는 식으로 통일부담론을 공론화해 왔다.”

 - 평화 유지도 통일만큼 중요한 과제 아닌가.

 “지금처럼 분단이 지속되면 먼저 북한이 중국의 직간접 지배를 받게 된다. 2012년 12월 나온 미국 상원 스태프 보고서가 주목된다. 북한이 붕괴되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아니라 중국의 변방 속국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이 제2의 티베트나 제2의 만주국이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휴전선은 국경선이 되고 일본이 반드시 무장하게 되면서 동아시아에 새로운 냉전이 격화될 것이다.”

 - 통일이 되면 어떻게 달라지나.

 “남북한 경제가 동반 비상을 시작할 것이고, 우리는 저성장·양극화 탈출의 결정적인 기회를 맞을 것이다. 통일 비용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통일 투자다. 지금 세계 경제가 돈이 없어서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투자할 곳이 없어서 그렇다. 좋은 물건을 못 만들어내서 경기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좋은 물건을 팔 곳이 없다. 즉 투자 수요와 소비 수요가 없어서 많은 나라의 경제가 저성장이고 그 결과가 양극화이다. 그런데 한반도 통일은 투자와 소비 수요가 일거에 폭발하는 새로운 경제영토의 확보가 되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계기로 만주와 러시아의 극동이 다 동반 비상할 것이다. 동북아가 21세기에 가장 역동적인 곳이 된다. 진보와 보수가 다 각자의 이유 때문에 통일에 대해 소극적인데, 이래선 안 된다. 기본 발상을 바꿔야 한다.”

 - 통일을 위해 당장 시급한 것은.

 “우선 지도자와 국민이 통일 의지와 열정을 가져야 한다. 90년대 중반에 내가 청와대 수석으로 있을 당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70~80%가 통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중 60%는 부담이 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25% 정도가 통일해야 한다고 하고, 45%는 부담이 크지 않다면 하는 게 좋다, 30%는 해선 안 된다고 응답한다. 젊은 층으로 가면 반대가 더 심하다. 이 여론조사 자료를 미국·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짜는 전문가들이 다 보고 있다.”

 - 북한 동포들을 대변하는 정당의 필요성과 탈북자를 중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북 정책에서 북한 동포 정책이 없었다. 북한 당국자와 어떻게 할지만 논쟁했다. 북한 동포들이 자다가도 남한 동포들과 하나가 돼야겠다는 꿈을 꾸게 하는 것, 그게 통일 정책의 기본이다. 지금 탈북자가 2만6000명이고, 재중동포 거주자가 50만이 넘는다. 이들이 여러 형태로 북한과 연락하고 지낸다. 그들이 자기 가족들에게 ‘조금만 기다리시오.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냐. 아니면 ‘남한에 와보니까 그냥 자기들만 잘 먹고 잘사는 데 정신이 없다’라고 전할 것이냐에서 통일의 길이 갈린다.”

 - 외교 분야는 어떤가.

 “‘통일 외교’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엔 통일 외교가 없었다. 통일 외교는 우선 우리가 반드시 통일하겠다고 밝히고, 통일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 나라에 좋도록 통일을 하겠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렇게 한반도가 통일해야 동북아에 번영과 평화가 온다는 점을 설득하는 게 통일 외교다.”

 - 어떤 통일을 원하는가.

 “나는 선진화 통일을 말한다. 한반도 전체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통일이다. 제1차 과제는 북한을 정상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을 개혁개방 국가로 만드는 것이고, 역사적으로 표현하면 근대적 국민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폐쇄적 세습 독재 국가다. 국제적 상식과 규범이 통하는 개혁개방의 정상 국가로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리고 남북이 통합 과정으로 들어간다. 북한을 일정 기간, 예컨대 5~10년 정도, 분리하여 관리하는 1국 2체제를 거쳐 단계적으로 1국 1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아가 한반도만 선진화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선진화하도록 우리가 앞장서 동아시아에 경제공동체와 안보협력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 역대 정부의 통일 정책을 평한다면.

 “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는 분단 관리였지 통일 한반도가 아니었다. 도발을 막는 분단 관리만 있었지 북한의 비정상성을 바꾸는 통일 정책은 없었다. 오로지 분단 관리의 방식만 가지고 싸웠다. 진보는 적당히 달라는 것 주면서 유화적으로 하자는 것이었고, 보수는 그래서 되겠느냐며 원칙을 지키며 하자는 것이었다. 핵 문제도 지난 20년간 협상도 하고 유엔을 통해 압박도 하고 했지만 다 실패했다.”

 - 박근혜정부는 어떤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모색 중으로 보인다.”

 - 조언을 한다면.

 “지금 우리나라에 체제이완이 심하다. 우선 대한민국 내부의 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국민 통합과 통일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국민 통합은 가치 통합으로 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로의 가치 통합이 있어야 한다. 헌법적 가치와 질서가 흔들리면 통일은 시작도 하지 못한다. 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통일이 이 시대 최대의 국가 과제임을 천명하면서 국내적으로는 철저한 통일 준비, 대외적으로는 적극적 통일 외교를 펼쳐나가야 한다.”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둘러싸고 동북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일본 입장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생각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대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일본이 안보적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파트너로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우리 입장에선 어떤가.

 “우리로선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의 군사 대국화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은 통일 한반도다. 통일 한반도가 등장해야 중국과 일본의 문제가 풀린다. 통일 한반도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양국을 화해시키는 균형 외교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우리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러한 역할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한쪽은 우리의 동맹이고 한쪽은 동맹이 아닌데 균형자가 될 수가 없다. 그래서 균형자 역할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찾아야 한다.”

글=배영대·이상화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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