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뉴스 속으로] 황사보다 무서운 중국발 스모그

지난달 28일 스모그 경보가 발령된 중국 베이징 거리에서 한 남성이 고성능 마스크를 한 채 자전거를 타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뉴스1]
불과 열흘 만에 국내에서도 스모그 발생이 두 차례 예고됐다. 10월 29일과 11월 2일이다. 대기중 하루 평균 미세먼지농도(PM 10)가 1㎥당 80㎍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스모그 덮인 베이징서 하룻밤 자면 담배 한 갑 피운 셈

국립환경과학원 홍유덕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지난 8월 말부터 스모그 예고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예고가 발령된 것은 최근 이틀뿐”이라고 말했다.



 7일 발원지인 중국에선 스모그가 더 남하해 하얼빈·베이징·톈진에 이어 상하이에서도 나타났다.



 “스모그가 심했던 지난달 말 체육수업을 실내에서 대체한 적이 있어요.”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한 베이징 한국국제학교 보건교사 송미령씨의 말이다. 송씨는 “중국 TV에서 거의 매일 스모그 뉴스가 나와 걱정되지만 스모그로 인해 휴교를 하거나 보건실을 찾은 학생은 없다”고 전했다. 20년째 베이징에서 생활하는 송씨는 “개인적으론 20년 전보다는 베이징의 먼지가 줄어든 것 같이 느껴지나 베이징에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답답해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타임스’(10월 24일자)는 화학물질로 인체실험을 하는 듯한 베이징 스모그를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라 표현했다. 파멸을 부르는 공기란 의미다.



 단국대 의대 권호장(예방의학) 교수는 “중국 가정에서 겨울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무연탄이 스모그의 주 원인인 것 같다”며 “중국 스모그는 과거 런던형 스모그와 가깝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0일 하얼빈의 스모그도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 탓에 한꺼번에 시작한 석탄 난방이 문제였다.



 약 2억 대에 달하는 자동차·오토바이에서 황(黃) 함량이 높은 고농도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것도 중국 스모그 발생 원인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 탈황(脫黃·황 제거) 공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값싼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쏟아내고 있는 탓도 클 것”이며 "중국의 차량용 휘발유·경유의 황 배출 허용농도가 한국·미국·EU보다 5~10배 높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의 왕유에시 연구원도 베이징 스모그의 주 원인으로 자동차 배기가스와 허베이성(河北省)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꼽았다.



 그러나 스모그의 정확한 원인과 올 들어 유난히 잦은 이유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중국은 지난 10월 1일부터 1주일간 국경절 연휴였지만 베이징에선 초미세 먼지 농도가 연일 상승했다. 5∼6일엔 6단계의 오염 지표 중 최악인 ‘심각한 오염’을 기록했다. 눈앞의 건물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스모그에 덮여 고속도로가 일부 폐쇄됐고 항공기 결항이 잇따랐다. 연휴 기간은 차량과 공장의 배기가스가 적고 연탄 사용도 시작되지 않은 시기임에도 스모그가 생긴 이유에 대해 베이징시는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스모그 사건을 통해 가장 주목받은 물질은 PM 2.5다. PM 2.5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1㎜의 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로, 흔히 초미세 먼지라 불린다.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초미세 먼지(PM 2.5) 농도는 지난달 29일 공기 1㎥당 45~65㎍(좋음)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 1일엔 200~220㎍(심한 오염), 4일엔 95~115㎍(가벼운 오염)으로 들쭉날쭉했다.



중국 경찰 마스크 착용하고 교통정리



 이 데이터는 베이징시 ‘환경보호감측중심’이 낸 수치인데 미국 대사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부터 PM 2.5를 직접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같은 날 베이징시는 ‘좋음’, 미국 측은 ‘유해’라고 판정하는 등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일부 시민들은 “베이징시가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 외무성은 지난해 6월 ‘내정 간섭’이라며 미국 대사관에 공표 중단을 요구했으나 미국 측은 응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지난달 말부터 중국 스모그 문제가 골칫거리로 부각됐지만 베이징에선 거의 연중 발생한다. 올 1월엔 베이징시에서 스모그 현상이 나타난 일수가 한 달 중 24일에 달했다. 1954년 이래 가장 심했다. 1월 29일엔 스모그 탓에 베이징수도공항의 국내선 49개 항공편이 결항됐다. ‘N 95’ 표시가 된 스모그 방지 마스크 1장 가격은 7위안(약 1200원)으로 일반 마스크보다 비쌌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짝퉁’도 나돌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의 건강 문제를 중국의 공영 TV가 보도하자 동정론이 일어 마스크 착용이 허용됐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셴양시에서 스모그가 발생한 날(지난달 21일, 사진 위)과 맑은 날(지난달 11일, 사진 아래)의 모습. 지난달 21일엔 가시거리가 200m 수준으로 떨어져 75층 빌딩의 윤곽을 알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셴양 로이터=뉴스1]




 당시 베이징시는 시 전체 공무차량 30% 운행 중지, 쓰레기·흙 운반차량 운행 중지, 103개 주요 매연배출 기업 생산라인 중지,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운행량·운행시간 조정 등을 포함한 스모그 완화 조치를 내렸다.



 스모그(smog)는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다. 매연 등 대기오염물질이 안개 등과 결합해 생기는 현상이다.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안개와 다르다. 태양이 뜬 뒤에도 계속 희뿌옇게 남는 연무(煙霧)의 일종이다.



 지난 1월 말 베이징 출장 도중 스모그를 경험했다는 회사원 정경환(36)씨는 “무겁고 낮게 깔린 연무가 도시를 감싼 듯했다”며 “거리에 뭔가 탄 듯한 냄새가 감돌며 걸을 때 눈· 코·목에서 자극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주간지인 ‘신민주간’(新民週刊)은 “베이징에서 하루 숙박하면 담배를 21개비 피우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중국 관광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프랑스·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관광대국인 중국 관광산업은 스모그와 조류 인플루엔자(AI) 탓에 타격을 입었다. 올 1∼6월 전체 중국 관광객 수는 5%, 특히 베이징은 15%나 줄었다.



 문제는 중국발 스모그가 중국에만 머물지 않고 한반도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제주에서도 중국 스모그가 검출됐다. 제주도 서쪽 끝에 있는 고산관측소에서 잰 미세 먼지(PM 10) 농도가 1㎥당 최고 111㎍에 달했다. 평소보다 서너 배 많은 먼지 양이었다. PM 10은 지름 10㎛ 이하 먼지로 PM 2.5를 포함한다.



 제주대 화학과 강창희 교수는 “바람의 방향을 역(逆)추적한 결과 북서쪽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편서풍이 불어 중국 스모그가 제트기류를 타고 제주까지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중국에서 발생한 스모그는 제주를 지나지 않았다”며 “스모그는 먼지 입자가 작아서 멀리 미국 하와이까지도 날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상공에선 연중 70% 이상 편서풍이 분다. 여름엔 남동풍이 주로 분다. 중국이 발원지인 스모그와 황사가 여름에 드문 것은 이래서다. 스모그가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지는 미국 ‘국립과학원보’ 올 7월호에 실린 미국 MIT대학 공동 연구팀의 논문에서 엿볼 수 있다.



석탄 많이 땐 지역 주민 평균수명 단축



 논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1950년대부터 난방용 석탄을 무상으로 공급했다. 그 후 예산 부족으로 1980년부터 화이허(淮河, 중국 동부 화북지방과 화동지방을 가르는 강) 북쪽에만 석탄을 제공하고 남쪽엔 주지 않았다. 이 결과 화이허를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의 대기오염 정도가 크게 달라졌다. 북쪽의 대기 중 총 부유 먼지(TSP)는 1㎥당 552㎍으로 남쪽의 355㎍에 비해 55%나 높았다. 연구팀은 91년부터 2000년까지 화이허 남쪽과 북쪽의 사망자 자료를 분석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북쪽 주민의 사망률이 높았다. 남쪽 주민보다 평균 수명이 5.5년이나 짧았다. 심장마비·뇌졸중 등 혈관질환과 폐암 등 폐질환 사망률에서만 북쪽이 유독 높았다. 이에 대해 권호장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적용된다”며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먼지의 농도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스모그의 핵심 유해물질인 PM 2.5가 ‘발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석면·흡연과 같은 등급의 유해물질로 판정한 것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PM 2.5는 기관지의 끝에 있는 폐포까지 도달한다”며 “PM 2.5가 기관지에 쌓여 염증이 생기면 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기관지염이 유발되고 천식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M 2.5는 폐포에서 혈관으로 침투해 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스모그가 예고되면 만성 질환자와 노약자는 가능한 한 실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안전하다.



 각·결막염 등 눈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순천향대병원 안과 정진권 교수는 “날씨가 건조한 가을·겨울엔 눈이 PM 2.5에 더 심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스모그가 오면 바람을 직접 눈에 쐬지 말고 손으로 눈을 만지지 말아야 하며 보호안경(선글라스 포함)을 착용하고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쓸 것”을 주문했다.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에선 지난달 21일 PM 2.5의 농도가 공기 1㎥당 1000㎍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일평균 25 ㎍)보다 40배나 높았다. 미국·중국·일본의 기준(일평균 35㎍)을 훨씬 웃돌았다.



 국립환경과학원 안준영 박사는 “국내에서 PM 2.5를 2011년부터 공식 측정하고 있다”며 “PM 2.5가 하루 평균 50 ㎍ 이하여야 한다는 국내 기준은 2015년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환경과학원은 “스모그가 예고된 날엔 가급적 외출이나 실외 운동을 삼가되 실외 활동이 불가피하다면 마스크·모자 등을 착용할 것”을 권장했다. 실내에선 창문을 자주 여닫지 말고 대청소도 미뤄야 한다. 흐르는 물에 세면을 자주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인하대 의대 임종한 교수(예방의학)는 “건조하고 추운 날 스모그가 찾아온다면 비가 내리거나 포근한 날보다 건강에 대한 악영향이 더 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모그는 황사(黃沙)와는 다르다. 타클라마칸사막·고비사막·황하 중류와 만주 등의 누런 먼지가 상승 기류를 타고 이동한 뒤 서서히 내려앉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황사다. 이때 중금속도 함께 유입된다. 황사가 ‘천재’(天災)라면 스모그는 ‘인재’(人災)다. 황사가 봄에 집중되는 데 반해 스모그는 가을·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먼지의 입자 크기는 스모그가 작다. 황사를 분석하면 칼슘·철분·알루미늄 등 토양 성분이 주로 검출되는데 스모그에선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2차 오염물질이 많이 검출되는 것도 다른 점이다. 카드뮴·납 등 중금속은 둘 다 함유하고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심장내과 박환철 교수는 “황사가 천식·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 발병·악화에 국한하는 것과는 달리 먼지 입자가 더 작은 스모그는 호흡기질환은 물론 동맥경화·협심증과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근경색·악성 부정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10월 24일자)는 이번 스모그 사태가 환경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던 중국 당국의 기존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올 들어 4만4000 가구가 석탄 난방에서 전기 난방으로 바꿨다. 오염물질을 심하게 발생시키는 공장 184곳이 문을 닫았고 연내에 23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24만7000대의 차량이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차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러나 전체 에너지의 7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중국에서 스모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비관론도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관련기사

▶ 스모그에 갇힌 상하이…초미세먼지에 눈 앞이 가물가물

▶ 상하이까지 온 스모그 '자정 한계' 벗어났나

▶ 중국발 미세먼지에서 내 車를 지키는 법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