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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원에 엉터리 목재 … 기둥·추녀 갈라지고 틀어져

숭례문 2층 문루의 동쪽 기둥이 위아래로 1m 이상 길게 갈라져 있다. 다른 기둥의 균열부가 안쪽까지 단청 안료로 채색된 것과 달리 나무의 속이 하얗게 드러나 보인다. 전문가들은 “건조 과정에서가 아니라 단청 채색이 끝난 뒤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표면은 말랐지만 안쪽에는 여전히 수분이 많이 남아있어 그 차이로 인해 변형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국보 1호 숭례문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숭례문 화재로 국민의 상실감은 컸다. 숭례문 전통방식 복원은 단순한 문화재 복구 차원을 넘어 국민의 박탈감을 보상해 주는 상징적 의미까지 있었다. 그런데 졸속·부실공사로 또다시 실망을 주고 있다.

홍보성 사업비 24억 쓰면서
목재값은 2억3400만원 들여
"제대로 된 나무 공급 안 돼
덜 마른 것 써 곳곳에 균열"



 단청의 균열·박락 현상으로 불거진 숭례문 부실 공사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부실하거나 값싼 일부 자재를 구입했고 정부 노임단가보다 낮은 임금으로 공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칙 없는 전통공법을 적용했으며, 목재 갈라짐이 심각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숭례문 공사 결산 내역’ 자료 가운데 ‘주요 재료 구입비’에 따르면 단청 안료 구입비 1억800만원은 전체 복구 예산 242억원의 0.4%에 지나지 않았다. 단청 부실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아교 구입비는 390만원으로 0.01%에 불과했다. 또 단청안료는 흰 조개가루를 화학염료로 염색한 수간분채(水干粉彩) 10종을 사용했다. 천연안료로 복원한다는 문화재청의 발표와 차이가 있었다. 안료를 납품한 가일아트 김현승 사장은 “문화재청과 협의하던 초기만 해도 안료 구입비가 5억~6억원 책정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홍창원 단청장을 통해 수간분채를 납품하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전통안료업체인 서울 인사동 구하산방 홍수희 대표는 “수간분채 값은 최고급 천연석채의 10% 수준이다. 국보 1호 보수에 왜 가장 좋은 안료를 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원자재는 공공표준 단가를 기준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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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홍보성 사업에는 많은 돈이 들어갔다. 2009~2012년 기념행사, 관련 영상물 제작, 관리운영비·용역비, 숭례문 전시관 보조금 같은 항목엔 자재비의 두 배 가까운 24억원이 지출됐다. 숭례문 주변정비에도 38억원이 쓰였다.



 특히 목재가 단청에 이어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덜 말린 목재가 공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재인 목재에는 전체 예산의 0.9%인 2억3400만원이 소요됐다.



 지난 1일 본지 취재진은 숭례문 목재를 조사했다. 화재가 집중돼 새 목재를 많이 사용한 2층 누각의 4개 기둥 가운데 하나는 이미 수직으로 깊고 넓게 갈라져 속이 드러났다. 조선시대 주요 공사에 목재를 공급했던 삼척 준경묘에서 공급받은 금강송이다. 동남쪽 모퉁이의 추녀와 사래(추녀 끝에 잇댄 짧은 서까래)도 갈라져 안이 보였다. 문루 입구 위쪽의 평고대(처마 끝에 가로로 놓은 오리목)와 개판(널빤지) 사이도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목조전문가 C씨는 “잘 안 말린 목재를 써서 일어난 일이다. 앞으로 더 갈라지고 틀어져 보기 흉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재 공사를 책임졌던 신응수 대목장은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편수(都邊首·현장 목공 책임자)가 일찍 임명되지 못해 제대로 된 나무가 공급되지 못했다”며 “내가 나무의 물기를 검사할 수도 없었고, 설령 덜 말랐다 하더라도 어떻게 마르기를 기다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정부 표준 시방서에 나온 24% 함수율을 기준으로 공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목재전문가 최원철(채우림 대표)씨는 “보통 목조주택도 함수율을 19%로 잡아 비틀림과 갈라짐을 막는데 5%나 덜 건조시킨 나무를 쓸 수 있게 만든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신 대목장은 또 “시공사인 명헌건설을 통해 목재공사를 13억2300만원에 도급받았지만 거기서 나무 값은 빼야 했고, 책정된 목공 노임 10만원이 평균 일당 15만원(2012년 정부 기준 단가는 14만1000원)보다 낮은 데다 그마저 제때 받지 못했다”며 “그래서 2011년 가을 한 달 반가량 공사를 거부했고 아직도 돈을 다 못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목재 부문에서 부실이 속출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단청공사도 정부 노임 단가는 2012년 기준 14만원이지만 도급 단계를 거치며 훨씬 낮아져 5만원의 저임으로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문제에 대해 본지는 시공사인 명헌건설에 계속 문의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특별취재팀=안성규·이영희·이승호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김종록 문화융성위원·작가·객원기자, 김호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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