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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재난 로봇 '똘망' 제작한 한재권 박사

영화 속 로봇의 모습은 듬직합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척척 해내죠. 불이 나거나 건물이 무너질 때 사람 대신 로봇이 투입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에는 미국에서 전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재난구조 로봇 대회에 모여 ‘진검승부’를 벌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팀도 참가했죠. 소중 학생기자가 재난 현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대회 참가 로봇 ‘똘망’을 만드는 데 참여한 로보티즈 한재권(39) 박사를 만났습니다.



글=김록환 기자 , 동행취재=김대희(수원 대평중 1) 학생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재난구조 로봇 ‘똘망’의 설계와 제작이 이뤄지는 로보티즈 연구소 모습.




로봇업체인 로보티즈 연구실 입구에 들어선 소중 학생기자가 처음 본 광경은 수많은 미니 로봇이었다. 로봇들이 각자 팔을 움직이며 규칙적인 기계음을 내고 있었다. 문 너머로 사람의 형태를 갖춘 ‘똘망’의 모습도 보였다. “반가워요. 오느라 고생 많았죠?” 한재권 박사가 편안한 옆집 형 같은 미소와 함께 학생기자를 맞이했다. 조금 전까지도 로봇을 만지며 개발에 몰두하던 한 박사는 학생기자의 질문에 귀를 기울였다.



-재난구조 로봇은 어떤 역할을 하는 로봇인가요.



“2011년 3월 당시 일본 후쿠시마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가 있었어요. 방사능 누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방호복을 입고 부서진 발전소로 들어갔죠. 아무리 방호복을 입었어도 사람이 직접 들어가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에요. 방사능에 피폭(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과 같은 기계가 들어가야 안전해요. 재난구조 로봇이란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 대신 구조·수리 작업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말합니다.”



-재난구조 로봇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재난상황은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건물이나 시설은 사람에게 맞춰져 있어요. 손잡이의 모양, 계단의 높이 모두 사람의 신체 구조에 알맞도록 돼 있습니다. 로봇이 재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사람의 움직임을 대신해야 한답니다. 만일 불이 난 건물에 문이 잠겨 있으면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문 손잡이의 형태도 천차만별이라 각각에 맞는 프로그램도 입력돼 있어야 하죠. 돌려서 여는 문도 있고 옆으로 밀어서 여는 문, 당기는 문, 들어올리는 문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길이 벽으로 막혔다면 벽을 뚫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재난구조 로봇은 소방관 아저씨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다음 달에 열리는 재난구조 로봇 대회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사람 대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가진 대회입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진행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대회죠. 다음 달에 1차 본선을 치르고, 내년 12월에는 최종 결선이 열린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심사장에서 각종 임무를 통해 로봇의 성능을 평가해요. 예선을 통과한 6개 팀의 실력은 대단합니다.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를 만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우주왕복선에서 일하는 로봇을 만든 존슨우주센터(JSC)가 참가하죠. 일본 도쿄대의 각 분야 최고 과학자 5명이 뭉친 팀도 있고 군사용 로봇을 만든 팀도 참가해요. 우리나라에서도 ‘토르’팀과 ‘디알시-휴보’팀이 예선을 통과했어요. 저는 ‘토르’ 팀에서 똘망과 함께 전 세계 로봇들을 상대로 승부를 펼칠 예정이죠.”



한재권 박사(오른쪽)가 김대희 학생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는 똘망 로봇이 가진 강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종류의 로봇이 대회에 참가하지만 똘망은 이 중에서도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모듈형 로봇입니다. 모듈형은 부품을 자유롭게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해요. 임무 수행 도중 특정 부분에 고장이 발생하면 그 부분을 떼어서 갈아 끼우면 되죠. 각종 테스트를 하기에도 좋고, 실제 재난 환경에서 사용되기에도 좋은 것이 모듈형의 장점입니다. 재난 지역은 무척 험한 환경이라 로봇이 고장 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요. 만일 로봇의 팔이 고장 나면 그 팔을 고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로봇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모듈형 로봇 똘망의 경우 팔만 바꾸면 짧은 시간 안에 수리가 끝나요. 그만큼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고,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빠른 대처가 가능한 것이 똘망의 강점이에요.”



-한 대의 로봇이 탄생하려면 프로그램 개발부터 로봇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가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로봇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휴머노이드(인간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 제작은 크게 5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설계, 제작, 디자인, 보행알고리즘, 인공지능이죠. 저는 로봇의 설계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로봇이 만들어지면 생명력을 불어넣어 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죠. 로봇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답니다. 다음으로 로봇을 걷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무척 어려워요.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며 두 다리를 사용해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걷게 해야 하죠. 보행 전문 박사님들이 이 작업을 수행합니다. 이 외에도 디자인·테스트를 담당하는 박사님들도 계세요. 로봇은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팀이 만드는 것입니다.”



-SF영화를 보면 로봇이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나쁜 로봇이 나타날 수도 있을까요.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두려워하면 해답을 찾기 마련이죠. 로봇이 사람을 지배하는 일을 막는 것은 기술만으로는 힘듭니다. 인문학·사회학·심리학·법학과 같은 다른 학문이 도와줘야 가능해요. 자동차가 처음 개발되던 100년 전 상황을 예로 들 수 있어요. 당시 영국에서는 자동차가 사람을 멸종시킬 수 있다고 걱정했답니다. 자동차를 발명한 사람은 나쁜 악당이고, 자동차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 생각했죠. 지금은 아무도 자동차가 사람을 멸종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물론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은 여전히 있지만 신호등과 도로, 교통법규가 이를 억제하고 있죠. 로봇도 마찬가지예요. 법과 제도, 문화와 예절을 통해 로봇을 안전하게 만들면 돼요. 저와 같은 과학자와 인문·사회·심리학자들이 함께 고민한다면 위험한 로봇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터미네이터’가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지금도 자동차 대신 마차와 말을 타고 다녔겠죠.”



-‘아이로봇’이라는 영화를 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옵니다. 이런 로봇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공지능이란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영화 속 로봇이 꼭 등장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위험한 행동을 하는 로봇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아무리 사람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만들었어도 100% 착한 로봇만 있다고 볼 수는 없죠.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위험은 항상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이를 막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어요.”



-박사님께서 로봇을 만들게 된 동기는.



“제 동생은 뇌성마비 장애를 앓았어요. 불편해하는 동생을 보며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중 만화에 나오는 아톰·가제트의 모습을 봤어요. 온 몸에 모든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적들을 물리치는 모습이 영웅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이런 로봇이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답니다.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남들이 학원 다닐 때 저는 공장에 가서 기계를 만지며 일을 했어요. 기계와 친해졌던 경험은 훗날 미국에 유학 가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계를 다뤄본 경험이 없던 학생들과 경쟁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했죠.”



-로봇을 만들고 싶은 소중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열정입니다. 밤을 새우는 일이 있더라도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험난한 로봇 개발의 과정을 극복할 수 있어요. 로봇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개척해야 하죠. 또한 목적 의식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겐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요. 특히 수학과 과학을 잘하면 도움이 되죠.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은 로봇은 고철덩어리에 불과합니다. 학교 공부를 통해 이론을 탄탄하게 쌓아야 로봇을 만들 수 있어요. 학교 공부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로봇을 만드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며 힘을 내세요.”



재난구조 로봇이 현장에서 펼치는 임무 수행 단계



1. 차량을 운전해 재해 현장까지 간다.

2. 건물 입구까지 파편을 헤치며 걸어서 이동한다.

3. 입구를 막고 있는 돌 등의 잔해를 제거한다.

4. 손잡이의 형태를 파악해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진입한다.

5. 산업용 사다리와 산업용 통로를 활용해 이동한다.

6. 드릴과 같은 전동공구로 콘크리트 벽을 뚫는다.

7. 밸브를 잠가 가스 등이 새고 있는 파이프의 누출을 차단한다.

8. 냉각펌프 등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한다.



☞한재권 박사는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11년 열린 로봇 축구대회 '로보컵2011'에서 우승한 '찰리-2' 로봇의 설계·제작에 참여했다. 현재는 로보티즈의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똘망은



사람 대신 위험한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최한 '로보틱스 챌린지'의 예선을 통과한 6대의 로봇 중 하나다. 현재 벽돌로 이뤄진 장애물을 통과해 사다리를 오르고 가스 밸브를 잠글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로보티즈는



로봇 솔루션(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처리하는 장치)을 주력으로 만드는 회사다. 로봇에 사용되는 관절·제어기·센서와 같은 장치를 연구하며, 교육용 로봇 키트와 로봇 구동 소프트웨어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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