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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샤갈 … 10억 유로 나치 약탈 그림 발견

독일 나치가 1930, 40년대 약탈했던 예술품 1500점이 뮌헨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서 발견됐다. 사진은 피카소·르누아르·마티스의 그림들이 식품 창고로 쓰이던 방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을 실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인터넷판 3일자 기사.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치 약탈 작품 중 최근 경매에서 팔린 독일 표현주의 화가 막스 베크만의 ‘사자 조련사’,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 나치 부역 예술품 수집가 힐데브란트 구를리트, 힐데브란트의 아들 코르넬리우스가 작품들을 보관한 아파트. [데일리메일 캡처]


독일의 나치가 1930, 40년대에 유대인 미술상에게서 약탈한 그림 1500여 점이 발견됐다. 무려 10억 유로(약 1조4300억원)가 넘는 금전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약탈 그림 발견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예술품 수탈 작업에 동참한 미술품 수집가가 빼돌린 것들로, 그의 아들이 수십 년간 몰래 숨겨왔다는 사실이 세무조사에서 들통났다.

나치 시대 미술품 수집가가 빼돌려
2차 대전 폭격 때 없어졌다 거짓말
외아들 집 창고서 1500여 점 찾아
빼앗긴 사람들 소유권 분쟁 예고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3일 독일 세무 당국이 2년 반 전에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라는 80세 노인의 집에서 그림들을 찾아냈으나 이를 비밀에 부쳐왔다고 보도했다. 그림들에 대한 엄청난 소유권 분쟁이 예상돼 섣불리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라고 이 잡지는 설명했다. 독일 세무 당국은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을 피했다. 하지만 그림 감정에 참여한 미술가들은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포쿠스에 따르면 그림에는 파블로 피카소, 오귀스트 르누아르,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막스 베크만, 파울 클레 등 유명 현대미술 작가의 그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누구의 작품이 몇 점씩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발견은 우연한 계기에 이뤄졌다. 코르넬리우스는 2010년 9월 스위스에서 독일로 오는 기차 내에서 세관원에게 검문을 당했다. 무작위로 선택된 조사였다. 그의 가방에는 9000유로(약 1300만원)가 든 봉투가 있었다. 노인이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 데다 출처도 제대로 대지 못하자 세무조사가 착수됐다. 2011년 봄 세무서 직원들이 그의 집을 급습해 수색을 벌였다. 월세 700유로(약 100만원)를 내는 허름한 아파트였다. 세무 직원들은 코르넬리우스가 식품 창고로 쓰고 있던 작은 방의 뒤쪽에 그림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그림들을 가끔 내다팔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압수수색 직전에는 막스 베크만의 그림 한 점을 독일 쾰른의 경매장을 통해 약 85만 유로(12억2000만원)에 판 것으로 조사됐다.



기차 사건으로 불안함을 느낀 코르넬리우스가 목돈 마련을 위해 거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평생 직업을 가진 적이 없으며, 독일의 경찰서나 지방자치단체에 주민등록도 하지 않았다. 그림으로 생활비를 벌며 ‘유령’처럼 살아왔다는 얘기다.



 그림들은 코르넬리우스의 부친 힐데브란트 구를리트(1895∼1956)가 수집해 빼돌린 것이다. 미술품 전시 기획자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힐데브란트는 나치의 예술 파괴 운동에 앞장섰다. 아돌프 히틀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풍미한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퇴폐적 예술’로 규정했다. 자신이 좋아한 고전적 화풍의 그림들만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칭찬했다.



 나치는 1937년에 미술상들이 보유하고 있던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압수해 큰 전시회를 열었다. ‘불순한 그림’들의 기준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힐데브란트는 이 전시회 준비 작업에 앞장섰다. 나치는 당시 전시된 그림의 소각을 명령했으나 그는 일부를 빼돌렸다.



포쿠스에 따르면 1500점의 그림 중 약 300점은 이때 전시됐던 작품이다. 힐데브란트는 유대인 미술품 거래상들을 협박하고 회유하며 그림들을 헐값에 사들여 악명을 떨쳤다. 미술품을 건네주는 조건으로 유대인 수집상들의 해외 탈출을 돕기도 했다.



 힐데브란트는 1945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집이 폭격 맞아 소장 예술품이 모두 유실됐다고 주장했다. 미술상들의 반환 요구를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그는 1956년 교통사고로 숨졌고, 그림들은 외아들 코르넬리우스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포쿠스는 미술상 후손들의 반환 요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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